K-의료기기(방역)의 러시아 실적, 얼마나 믿을 수 있나?
K-의료기기(방역)의 러시아 실적,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8.16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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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사태로 러시아 의료시장 부각, 너도나도 대러 수출 홍보
홍보 매몰 K-의료 브랜드, 러시아의 첫 백신 생산에 결정타 맞을 수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생산이 시작되면서 국내 바이오 제약 분야에 쏠렸던 K-의료기기(방역) 특수가 어떤 양상으로 변모할 지 관심이다. 신종 코로나의 진단 만능시대가 가고, 사전 예방을 위한 백신의 날들이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러시아 백신이 효능이 있다면, 진단키트는 더 이상 필요없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은 현실적이다. 

러시아의 첫 신종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 V'(위)와 임상시험 모습/사진출처:러시아 보건부, 국방부

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이 몰고온 세계적 혼란속에 묻혀버렸던 브랜드간의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품질 경쟁력이 주목받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같은 조짐은 미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공포 속에서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 과정을 뻥튀기한 바이오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

미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인 과학자가 이끄는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는 백신 개발에 관한 초기 임상시험 결과를 '그럴 듯하게' 발표한 뒤, 주가가 963% 폭등하고, 각계로부터 개발 지원금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백신의 신속 개발과 대량 확보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워프 스피드' 프로젝트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뻥튀기 홍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주가 상승기에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한 내부자들은 고발을 당했다고 한다. 

국내는 미국과 다를까?
그동안 투자를 받기 위해 IR(기업 설명회)에 집중해온 바이오 제약사들이 K-방역이 국제적 주목을 받자, 전략을 바꿔 자사 제품의 해외 수출 홍보에 매달렸다는 사실은 언론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비밀이다. 전문 홍보업체들은 정보 접근이 힘든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그럴 듯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뿌렸다.

'뻥튀기 홍보'에 매진하다 보니, 시간이 지난 뒤 당초 예상에 크게 뒤떨어지는 실적을 받아쥔 업체들이 하나 둘이 아닌 듯하다.

증시에서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의 대표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수젠텍은 최근 2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배 이상 오른 242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1,188억원을 예상한 당초전망(신한금융투자)에 비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다른 진단기기 업체 랩지노믹스도 12일 역대 최대 실적을 공시했지만, 시장 전망치의 절반에 그쳤다

러시아 의료전문 인터넷쇼핑몰들에 올라와 있는 수전텍 진단키트. 가격이 큰 폭의 할인가로 팔리고 있다/캡처

그 이유는 러시아에서 팔리는 수젠텍 진단키트 가격을 보면 짐작 가능하다. 9천루블 가까웠던 수젠텍 진단키트의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수출 물량이 줄지 않았더라도, 가격이 그만큼 떨어졌으니, 영업이익이 줄 수 밖에 없다. 

진입장벽이 낮은 진단키트 시장에 너도 나도 뛰어들다 보니, 수출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짧은 시간에 국내에서 허가받은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와 제품은 무려 79개사 131개 제품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의 러시아 임상 시험으로 주목받은 대형 제약사 일양약품의 경우도 되짚어볼 만하다. 지난 5월 28일 러시아의 대형 제약사 알-팜과 공동으로 백혈병 치료제 '슈펙스'의 신종 코로나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증시 주변에서는 '러시아 시장의 첫 3상 시험' 이야기만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알팜사 홈피에 올라 있는 일양약품과의 임상시험 관련 소식/캡처

일양약품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 "5월 보도자료 이후 슈펙트 임상과 관련한 회사의 공식적 발표는 없다"며 "우리도 러시아에서 임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명확히 아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일양약품은 과거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올 때까지 임상에도 들어가지 못한 바 있다. 

K-진단키트의 열풍을 업고 다양한 체외 진단기기 전문 업체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러시아로부터 온 매수주문이 동원된다. 신종 코로나 시대에 현장에서 수출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 매수 주문을 받았다는 식이다. 현지 정보가 부족하고, 확인도 쉽지 않는 게 주요 이유로 보인다.

홍보전문회사를 통해 언론에 뿌려지는 자료는 대충 과거 계약의 리바이블과 성과 부풀리기, 미래 가능성의 뻥튀기 등이다. 러시아와 뭔가 대단한 걸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브랜드의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노리는 것이다. 장외시장인 한국거래소 코넥스나 비상장주식거래시장(K-OTC)에 거래대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시장에서 일부 업체는 실적으로 '성장성'이 확인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홍보'에 메몰된 듯한 느낌이다. 지난달 20일 암진단 전문기업인 ㈜큐브바이오가 러시아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Standart-Biotest)사로부터 암 진단기 제품을 발주받았다고 했다. 여러 언론이 기사화했지만, 그 실체는 아직 모호하다. 이 회사는 코스닥 기업이자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인 큐브앤컴퍼니의 자회사다.

러시아 백신의 효능도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서방측은 '못믿겠다'는 반응이다. 그 결과는 러시아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나타날 것이다. 러시아 백신의 효능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K-바이오 브랜드는 러시아의 겨울 삭풍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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