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반푸틴' 기수 나발니, 약물 중독 - 어떻게 중독됐을까?
[추적] '반푸틴' 기수 나발니, 약물 중독 - 어떻게 중독됐을까?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8.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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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샤리테 병원, 콜린에스트라아제 성분 발견 - 톰스크 공항서 차에 독극물?
나발니 일행, 시베리아 체류 중 극도로 몸조심 -코와 피부 통한 흡수는 배제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된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체내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발견됐다고 24일 발표했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가수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제제로, 전문의약품과 농약 등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특히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통 치료에 사용되는데, 구토와 행동 불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일 의료진, 나발니의 중독 가능성 밝혀/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샤리테 병원은 이날 나발니 검진에 대한 1차 결과를 발표, "체내에서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 중독 흔적이 발견됐으나, 그가 노출된 구체적인 물질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더욱 다양한 분석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독성 물질(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의 작용이 독립적인 실험실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며 "나발니가 여전히 혼수상태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이송전 나발니가 치료를 받았던 시베리아 옴스크 보건부는 이날 "나발니가 옴스크 병원에 입원했을 때,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등 많은 (독성) 물질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며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에 대해 음성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옴스크 병원 의료진, 나발니 혈액에서 독성 물질 발견 못해/얀덱스 캡처

그러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샤리테 병원측의 발표로, 나발니는 독극물 중독에 의한 '의식불명' 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 분석을 통해 그가 노출된 구체적인 물질에 대한 발표도 조만간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나발니에게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든 물질로 공격을 가했을까? 명탐정 코난이나 셜록 홈스의 '매의 눈'으로 사건을 추적해 보자.

나발니 측은 그가 20일 톰스크 공항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에 의해 중독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나발니가 그날 쓰러지기 전까지 (먹고) 마신 유일한 게 그 차'라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시베리아 방문 중 극도로 몸조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러시아 정보기관)가 끊임없이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발니 일행은 당초 예약했던 호텔을 비워둔 채 현장 지지자들이 제공한 임시 아파트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시내에서도 지지자들과 함께 움직였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톰스크로 이동할 때, 차량 4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쓰러지기 전날 밤에는 수영하기 위해 톰스크에서 25Km나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 '카프탄치코보' Кафтанчиково 강변을 찾았다.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지지자들과 찍은 사진/나발니 소셜미디어 캡처
톰스크 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건강한 모습이다/소셜미디어 캡처

객관적으로 나발니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독극물 공격을 가하려고 했다면, 톰스크 공항이외 지역에서는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검출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성분을 그에게 투입하는 방법은 대충 입과 코, 피부 등 3가지 정도다.

여기서 코와 피부로 공격하는 방법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나발니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지역의 공기 오염이나 직접적인 살포(2017년 시베리아 바르나울의 녹색 염료 공격), 접촉 가능 물체에 대한 사전 도색(2018년 영국-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노비촉 공격) 등의 방법은 불가능하다.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시는 나발니. 나중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여종업원이 차를 한잔 더 갖고 오는 장면이 찍혔다/인스타그램 @djpavlin

결국 그가 톰스크 공항에서 마신 차가 문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일행과 함께 탁자에 앉아 1회용 컵으로 차를 마셨다. 한잔을 더 시켜마신 것으로 보인다. 현장 동영상에는 카페 여종업원이 차를 한잔 더 갖고 오는 장면이 찍혀있다.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면, 누군가가 그 여종업을 시키거나, 혹은 여종업원 몰래 나발니에게 가는 차에 독성 물질을 탄 것이다. 첫 잔은 일행중 누구에게 가는 차인지 모르니, 또 그 카페에서 차를 마실 것인지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없었으니, 독극물 공격 준비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발니가 한잔 더 시키니, "옳다구나!" 하고 독극물을 섞었다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는 추정이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나발니가 차를 마실 때 꼭 2잔을 마신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가능하다. 이 경우, 명탐정이 사건해결에 나서고 말 것도 없다. 

나발니가 모스크바 출발 전날, 수영을 즐긴 카프탄치코보 마을/소셜미디어 vk.ru 

그외 다른 중독 가능성은 없을까? 그가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날, 수영을 즐겼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성분이 든 농약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없을까? 맞아죽을 일인지 모르지만, 나발니 측의 자작극 가능성은 또 없는 것일까?  

독일 정부(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는 나발니의 상태에 대해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다루고 있다"며 "누군가 나발니를 심각하게 독살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고, 안타깝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몇몇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의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철저한 수사와 그 결과물로 답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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