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달부터 독감과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에 나선다는데.. 절박한 속사정은?
러시아, 내달부터 독감과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에 나선다는데.. 절박한 속사정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8.3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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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보건당국 "올 가을엔 독감 A,B형 유행" 예보 - 서둘러 예방 접종 권고
첫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4만명 접종에 제2 백신도 9월중 등록

러시아 보건부는 첫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 승인에 이어 2번째, 3번째 백신 개발및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임상 시험에 들어가 있는 2번째 백신은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가 개발한 ЭпиВакКорона(EpiVacCorona)다. 9월 중 임상시험을 끝내고 러시아 보건부에 등록한 뒤 일반인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벡토르 센터는 러시아 보건·위생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산하 연구소로, 주사기로 접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로 흡입하는 백신을 개발한다고 알려졌던 곳이다.

2번째 신종 코로나 백신이 신속하게 등록된다/얀덱스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벡토르 센터의 감염병및 독감 담당 알렉산드르 리쥐코프는 지난 27일 TV 채널 '러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결과가 9월 중순에 나올 것"이라며 "10월에 등록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후 10월 말~11월에 첫 번째 접종분 백신이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의 안나 포포바 청장도 "100명의 임상 참가자 중 57명이 벡토르 백신을, 43명이 위약을 접종받고 예후를 지켜보고 있다"며 "그중 6명이 주사 부위의 통증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로 끝났고, 그외 부작용은 없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벡토르 백신 역시 스푸트니크V와 마찬가지로 2,3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으로 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벡토르 연구소 홈피. '벡토르-안전'이라고 쓰여 있다/캡처 

3번째 백신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스모로딘체프 독감연구소'가 개발 중인 '독감 예방 겸용 백신'이다. 백신은 아직 1차 동물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 내년 초에야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이 연구소는 밝혔다.

'스모로딘체프 독감연구소'와 경쟁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알마조프 국립의학연구센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복합 백신'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들 백신이 주목을 끄는 것은 '복합 백신'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신종 코로나와 겸용 백신이니 이보다 더 편리하고 좋은 건 없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올 겨울에는 구경할 수 없을 전망.

모스크바, 9월 1일부터 독감 예상접종 시작/모스크바시 사이트 캡처
올 가을 가장 위험한 2가지 바이러스/현지 언론 캡처  

러시아 보건 위생 당국은 지난 15일 올 가을 북반구 국가들에는 독감(인플루엔자) A형과 B형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계절성 독감이 유행하면, 더욱 위험하다"며 서둘러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것을 권고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독감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모스크바시는 9월 1일부터 독감 예방주사 접종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 비해 한달이상 빠른 일정이다. 

신종 코로나의 2차 파동 위험 속에 내려진 독감 바이러스 주의보는 러시아인들에게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러시아가 서방 전문가들의 안전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푸트니크V 백신의 일반인 접종을 밀어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에 앞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나/얀덱스 캡처

러시아가 흔들림 없이 자기들만의 '백신 개발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이유는 또 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 현상에서는 처음부터 정상적인 백신 개발 과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신 개발을 위해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을 도입한 것이나, 유럽연합(EU)이 사전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면책조항을 허용한 것이나, 모두 기존의 백신 개발 궤도에서는 벗어난 것. 최소한 몇년씩 걸리는 '백신 임상시험'을 정상적으로 다 거치지 못한 이상, 백신 안정성 측면에서는 러시아나 서방이나 서로 50보, 100보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특유의 변이 속성 때문에 백신이 50% 정도의 약효만 갖는다면, 지금이라도 화급하게 접종하기에는 충분하다. 

더욱이 러시아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했던 지난 2014년에도 백신을 개발했으나, 임상 3상을 제대로 진행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 버렸다. 그 개발 플랫폼을 이번에 유효적절하게 활용했다는 게 러시아의 백신 개발자측 주장이다.

소뱌닌 시장,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극복 시기를 말했다/얀덱스 캡처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시장은 28일 시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상황이 6개월 이내에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이미 시내 병원에 도착했으며, 모스크바 시 사이트를 통해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4만명을 뽑아 접종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의학적으로야 백신의 임상 3상이 진행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실제적으로는 백신을 접종받은 모스크바 시민들은, 적어도 50%인 2만여명은 신종 코로나 감염도, 감염원이 되는 것도 피해갈 수 있다.

다만, 러시아 보건부가 발행한 의약품 등록 증명서에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2021년 1월 1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연말까지는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도가 높은 의료진 등 일부 계층에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말레야 백신 스푸트니크V 개발 모습/사진출처:스푸트니크V 홈피

제2의 백신인 '벡토르 백신'도 오는 11월 중 민간에 유통된다면, 어떤 백신을 선택할까? 두 백신의 차이는 뭘까?

안나 포포바 청장은 이 질문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여러 가지 백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독감 백신이 매년 달라지듯이, 신종 코로나 백신 역시 서너 종은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러시아인 절반 이상(52%)이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상태에서, 다양한 백신의 존재는 접종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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