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의 노정객도 맞았다, 러시아 코로나 백신 진짜 괜찮을까?
74세의 노정객도 맞았다, 러시아 코로나 백신 진짜 괜찮을까?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9.04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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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 백신 접종에 솔선수범 - 4만명 임상 시험
백신접종 특혜설, 투트랙 접종설, 11월 대규모 접종설 - 어차피 가야할 길

러시아의 첫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등록후 임상 3상'이 5~7일 사흘간 모스크바 주요 병원 20군데에서 실시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와 백신개발 연구소인 '가말레야 센터', 개발 자금을 투자한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측은 발언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5일부터 모스크바 시민 4만명을 대상으로 스푸트니크 V 접종에 들어간다. 그리고 6개월간 '전문 앱'과 지정병원 등을 통해 예후를 지켜본다. 안전성과 약효에 대한 서방측의 시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첫 백신 스푸트니크V/홈페이지 캡처

러시아 언론 보도를 꾸준히 지켜본 사람에게는 '등록후 임상 시험'이라는 말 자체가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으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측은 스푸트니크V 등록을 전후해 18세~60세의 건강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누구나 우선적으로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접종 조건도 호흡기 질환증세가 없고 전날 이후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 등등 엄격하게 제시됐다. 그 중에서도 감염위험이 높은 의료진과 학생들을 상대하는 교원,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영업직 종사자들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임상 시험 이야기가 나오면서 '투 트랙' 백신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일정한 기준에 의해 선정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한 뒤 그 경과를 지켜본다면, 그건 임상 3상이나 다를 바 없다. 의료진의 경우, 임상 시험 대상으로는 최적격이라는 생각이다. 임상 시험도 하고, 방역조치도 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잘 나가는' 사람들은 이미 백신을 맞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특혜를 누렸다"며 '백신 특혜설'을 폭로하기도 했다.

러시아 자민당이 지리노프스키 당수의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 영상을 공개/얀덱스 캡처
지리노프스키 당수 

푸틴 대통령이 "내 딸도 백신을 맞았다"고 했는데, 그의 딸이 임상 1상이나 2상에 참여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또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LDPR)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당수(74)가 최근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았다며 그 영상을 공개했다. LDPR측은 "'등록 후 임상 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서방측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2회 접종으로 이뤄진다. 첫번째 주사를 맞은 뒤 3주후에 두 번째 주사를 맞아야 항체가 견고하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면역은 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말레야 센터측은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모스크바 시민 4만명에게만 접종되고 끝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접종 조건만 맞는다면,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단계적으로 모두 주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 찬바람이 불면서 '독감의 계절'이 다가오면,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만한 물량 확보가 관건일 뿐이다.

스푸트니크V 생산업체 빈노팜/사진출처:시스테마그룹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지난달 말 "대규모 백신 접종은 11∼12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에 임상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예후를 지켜보는 측면도 있겠지만, 생산량 조달이 더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브라질과 터키, 필리핀, 중국 등 각국에서 임상 시험 의사를 밝힌 만큼, 해외로도 물량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서방 측은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치지 않은 백신은 위험하다"며 대놓고 스푸트니크V의 안정성과 효력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출처:현재 TV 채널5

그같은 우려 탓인지,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52%)이 스푸트니크V 접종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러시아여론조사기관 브찌옴(ВЦИОМ)의 발레리 페도로프는 최근 18세 이상 러시아인 1천600명을 대상으로 스푸트니크V 예방 접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는 접종 거부, 42%가 동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전 세계 27개국 성인 1만951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백신 접종을 택했고, 26%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접종 의사가 높은 곳은 중국(97%), 브라질(88%), 호주(88%), 인도(87%) 등이었고 낮은 곳은 러시아(54%), 폴란드(56%), 헝가리(56%) 등이었다. 유럽권과 비 유럽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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