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 나발니가 갖고다닌 병에서도 '노비촉' 흔적 - 슈피겔 보도
'푸틴의 정적' 나발니가 갖고다닌 병에서도 '노비촉' 흔적 - 슈피겔 보도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9.05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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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러 간 '노비촉 중독' 진실 공방 시작, 양국 의사의 능력 드러나나?
벨라루스 포착 감청자료엔 독-폴란드 '사전 공모' 대화도 - 독일 부인

독일 정부가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일컬어지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몸에서 '노비촉 계열 독극물(이하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뒤, 양국간에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의 '노비촉' 암살 시도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나발니 중독사건은 양국이 모두 주장할 만한 검사및 임상진단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게 2년여전 사건과 차이점. 노비촉과 같은 독성물질을 찾아내는 실력의 차이로 드러날 수도 있다. '노비촉' 개발의 원조는 소련(러시아)다. 

슈피겔, 나발니 중독 물질(노비촉)의 새로운 흔적에 대해 보도/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에 대한 노비촉 공격 가능성을 특종 보도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4일 노비촉 중독을 입증할 또 다른 사실들을 확인, 보도했다. 증거물은 나발니가 몸의 이상징후를 느꼈던 모스크바행 S7 항공기 기내에 휴대하고 있었던 병이다. 그가 쓰러진 뒤 보관해온 가족으로부터 건네받은 이 병에서도 독일 측은 노비촉 흔적을 찾아냈다는 것.

슈피겔은 나발니가 중독된 뒤 이 병에 든 것을 마시면서 노비촉 흔적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언론은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을 여행할 때 갖고다닌 병"이라고만 썼다. 물병인지, 약병인지, 또 다른 종류의 병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나발니 생체 검진에서 그의 혈액과 소변, 피부 샘플에서도 노비촉 흔적이 나왔다고 한다.

옴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시는 나발니/인스타그램 @djpavlin
S7 항공기의 나발니 좌석/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그렇다면, 러시아 옴스크 병원 의사들은 자국이 개발한 독극물 '노비촉' 흔적을 찾아냈지 못했거나, 알면서 숨겼다는 이야기다. 옴스크 병원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발니의 몸에서 어떠한 독극물 흔적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노비촉 중독 이야기가 나오자, 러시아측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발니의 장기 일부가 손상되었을텐데, 그같은 소견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나발니의 혼수 상태는 알코올과 부적절한 다이어트, 스트레스및 과로 등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독일과 폴란드가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사태 개입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모의된 것이라는 주장이 벨라루스에서 나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정보기관이 폴란드와 독일간에 오간 통신을 감청했다"며 서방측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독일 측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나발니 사건에 대한 바르샤바-베를린 간 대화 녹음 공개/얀덱스 캡처

벨라루스측은 감청 증거물을 러시아 정보기관(FSB)측에 넘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감청된 내용은 너무 적나라하다.

'바르샤바'(폴란드)측이 "일은 잘되고 있나?"라고 묻자 베를린(독일)측이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 것 같다. 나발니 자료가 준비됐다. 곧 발표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중독이 확실하냐"고 확인하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전쟁중인데, 전쟁 중에는 어떤 방법도 다 좋다"고 말한다.

사전 모의를 짐작케하는 내용은 그 아래에 나온다. "푸틴(대통령)이 벨라루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막을 필요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러시아 문제에 빠뜨리는(집중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이 감청자료에 대한 언론 질문에 "FSB측이 자료를 받아 분석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할 것"이라고 원칙적인 답변에 그쳤다. 그러면서 "나발니의 생물학적 샘플에서 독성 물질의 존재가 확인되면 (수사당국의)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측에 요청한 관련 자료를 빨리 보내달라는 뜻이다.

독일이 나발니 몸에서 나온 노비촉 증거물을 러시아에 넘길 수 있을까? 과거 해외에서 발생한 많은 화학무기 사용 의혹 사건에서 러시아와 서방측이 같은 의견을 보인 적은 거의 없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루한 공방전만 계속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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