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러시아 영화들, 질적 도약 이뤘다.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러시아 영화들, 질적 도약 이뤘다.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20.09.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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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막 베니스영화제서 경쟁, 비경쟁부문에 모두 3편 출품 - 현지서 주목
SF물 우주영화 '스푸트니크', 미국 아이튠 랭키 최상위급 진입 -전세계 개봉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일 베니스의 유명 리조트 리도섬에서 개막했다. 유럽대륙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COVID 19) 공포로 프랑스의 칸국제영화제는 올해 행사를 접었으나, 베니스영화제는 야외에 임시 상영관 2개를 짓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다.

제 77회 베니스 영화제 개막/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베니스영화제는 행사 규모를 크게 줄이고 모든 참여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가는 곳곳마다 체온을 재는 등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행사를 진행중이다. 인기 스타들의 '레드 카펫' 행진도 사진 촬영 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뤄졌다. 

베니스영화제의 초청작 수도 예년보다 줄었다. 경쟁부문 18편과 비경쟁부문 19편 등 모두 72편에 그쳤다.

러시아 언론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주목하는 자국 영화는 거장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친애하는 동지들!'(Дорогие товарищи!)과 필립 유리예바 감독의 '고래사냥꾼'(Китобой), 이반 트베르도프스키 감독의 '컨퍼런스'(Конференция) 등 3편이다.

'고래사냥꾼'과 '컨퍼런스'는 지난 4일 '베니스의 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찌감치 공개됐다. 현지에서는 영화 평론가나 관객의 규모가 예전같지 않아 시사회 반응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영화 '컨퍼런스' 장면들/동영상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컨퍼런스'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지난 2002년 10월 무려 170명의 희생자를 낸 모스크바 두브로브카 극장 인질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다룬다. 주인공은 수녀 나탈리아. 그녀는 '컨퍼런스'의 허가를 받아 사건 발생 17년 만에 은둔했던 수도원에서 모스크바로 와 추모의 밤을 보낸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용서를 얻고자 한다.

고래사냥꾼 영화장면/ 동영상 캡처

'고래사냥꾼'은 러시아 북동쪽의 끝 '추코트카 주'에 사는 청년 '료쉬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통적인 고래사냥꾼인 그가 인터넷을 통해 소위 '야동'과 '야한 채팅'에 빠져들면서 겪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외국 여성을 흠모하는 사랑 이야기다. 머나 먼 외딴 세계에 밀려들어온 정보혁명이 '료쉬카'의 삶과 생활을 바꿔놓는데..

두 신예 감독은 공교롭게도 모스크바 영화대학에서 알렉세이 우치첼리 감독의 '워크샵'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우치첼리 감독은 소련의 전설적 로커 '빅토르 최'(초이)의 교통사고를 다룬 영화 '초이'를 제작한 뒤 개봉 논란을 일으키면서 러시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친애하는 동지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이 벌어진 1962년 소련의 한 공업도시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당 이데올로기 전파를 담당하는 당위원회 소속 루드밀라. 특별 배급을 받는 그녀는 당초 파업 자체에 분개했으나 그녀의 10대 딸이 파업 진압부대에 끌려가면서 모든 공산주의 세계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다. 1960년대 역사물다운 흑백필름.

영화 '친애하는 동지들' 장면/동영상 캡처

러시아 언론은 '친애하는 동지들이' 이번 영화제에서 굵직한 상 하나는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같은 기대 뒤에는 러시아 영화산업이 최근 몇 년간 질적으로 크게 도약을 이뤘다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영화를 추격하는 '추격자'에서 이제는 벗어나 '경쟁자'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는 자신감이다.

미국 아이튠 톱-5에 러시아 영화 첫 진입/얀덱스 캡처

예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의 데뷔작 '스푸트니크'(우주선)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뒤 아이튠즈 랭킹에서 '공포 영화'부문 1위, '시네마'부문 5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 영화로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최상위에 올랐다고 한다. 

'스푸트니크'는 1980년대 소련의 우주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외계인 침투 SF물이다. 소련의 우주영웅 블라디미르 베시냐코프는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를 몸속에 넣고 지구로 귀환하는 바람에 위험에 처한다. 인류의 생존마저도 위협당한다. 신경생리학자 타티아나 클리모바는 비밀 실험실에서 이 외계생물체로부터 우주 영웅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그러다가 사랑에 빠진다. 

영화 '스푸트니크'의 장면/동영상 캡처

이 영화는 당초 지난 4월 러시아서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로 포기하고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대박이었다. 이미 미국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리메이크 혹은 속편 제작 제의까지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러시아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가 미국 영화와 완전히 다르다" "국제적으로 충분히 통할 수준높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푸트니크'는 미국과 호주, 발트 3국으로 이미 진출했고, 9월 중에 멕시코 등 남미 지역에서 개봉된다. 독일의 스릴러영화제를 통해 독일 전역의 스크린에도 걸린다. 러시아에서는 8월 중 개봉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로 '온라인 영화관'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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