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자하로바 러 대변인의 '샤론 스톤' 사진
전세계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자하로바 러 대변인의 '샤론 스톤' 사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08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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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앞의 의자에 앉은 부치치 세르비아대통령에게 "샤론 스톤처럼 앉으세요" 자하로바의 페북 포스팅에 세르비아 발끈, 양국 외무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5년간 러시아의 공식적인 '입' 역할을 담당한 마리야 자하로바(46)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여전히 최악이었던 2015년 8월 이후 여성 대변인으로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말솜씨로 외신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잘 받아 넘겼다. 브리핑에서 말 실수도, 스캔들도 거의 없었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그녀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두장으로 전세계 외교가를 놀라게 했다. 곧 '사과 멘트'를 올렸지만, 심각한 외교 분쟁을 일으킬 만한 '대형 사건(?)감'이었다. 

지난 5일 그녀가 페북에 올린 사진은 #1)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이고, #2)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맨트를 달았다. “백악관에 소환되어 심문을 받는 것처럼 의자가 놓여 있다면, 사진 #2)와 같이 앉으세요. 누구든지 저를 믿고 앉으세요"

자하로바 대변인의 페북. 사과이후 캡처 사진이다

사진 #1)을 보면 정상회담 사진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색하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에서 #1)과 같은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면? 아마도 나라가 뒤집어졌을 지도 모른다.

세르비아 소셜 미디어(SNS)에도 난리가 났다. 압권은 자하로프 대변인의 페북 댓글에 올라온 합성 사진이다.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집무실은 금연이다) 티토 유고 대통령과 만나는 사진과 조지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는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의 사진, 그리고 사진 #1)이다. 과거와 비교하니, "너무 창피하다"는 것이다. 

페북 댓글 합성사진. 위는 티토 대통령, 아래 왼쪽은 진지치 총리/캡처 

하지만, 한 국가의 외무부 대변인이 다른 나라의 국가 원수를 다리를 꼰 '샤론 스톤'으로 비꼬았다는 사실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그동안 민족·종교적 갈등을 빚어온 코소보의 압둘라 호티 총리와 만나 '경제관계 정상화'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중이었다. 세르비아와 코보소는 '페북 사건'이 터지기 전날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오랜 적대관계를 일부 청산하는 3자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발칸반도의 평화합의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과 부치치 대통령의 사진 포스팅 스캔들에 대해 사과/얀덱스 캡처 

문제는 백악관 사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커다란 책상에 앉았고, 부치치 대통령은 그 앞에 놓아둔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지적대로 약간 구부정하게 앉은 부치치 대통령은 마치 신문을 받고 있는 듯하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가끔 사진 #1)과 같은 의전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 2019년 12월 백악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비슷한 의전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나란히 앉아 러시아 외무장관의 체면을 세웠다. 양국 장관 뒤에 수행원들이 앉았는데, 러시아 언론은 이를 구소련시절 집단농장의 보고회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포스팅으로 (세르비아 주재) 러시아대사가 세르비아 외무부로 초치됐다/얀덱스 캡처

자하로프 대변인의 페북에 세르비아는 발끈했다. 러시아와 오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세르비아로서는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나서 논란을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자하로프 대변인의 페북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치치 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이 그렇게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부치치 대통령의 방미는 그동안 세르비아의 편을 들어 코소보를 아예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러시아에게는 '배신감을 느끼게 할 만하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3자 합의 평화안까지 도출해 냈으니, 짐작 가능하다.

세르비아는 또 미국의 뒤를 따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했다. 회교권인 코소보가 이스라엘과 전격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하고, 이를 세르비아가 용인한 것도 러시아가 예상하거나 미리 귀띔받지 못했던 진전사항이라고 러시아 언론은 지적했다. 러시아가 자하로바 대변인의 페북을 통해 부치치 대통령에게 직접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은 부랴부랴 "이번 페북 사건이 양국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파트너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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