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시위 정국에 돋보이는 '장미 공주' 콜레스니코바, 향후 역할 주목
벨라루스 시위 정국에 돋보이는 '장미 공주' 콜레스니코바, 향후 역할 주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10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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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우크라 '오렌지 혁명'의 '오렌지 공주' 티모셴코 전총리와 판박이?
대선 후보 티호노프스카야 등 모두 떠난 자리, 혼자 남아 정권 핍박 감수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지속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야권의 '여성 3인방'중 한 사람인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차기 지도자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 후보로 나선 스베틀라나 티호노프스카야를 진영을 떠나 사심없이 지원했던 콜레스니코바는 해외로 떠난 티호노프스카야의 빈 자리를 깔끔하게 메우며 늘 가두시위에 앞장서 왔다. 특히 티호노프스카야의 주도로 창설된 권력 이양을 위한 '조정 협의체' 7인 간부회의 주축 멤버로 야권 전체의 조직 통합에 주력해 왔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준 '여성 3인방'. 가운데가 대선 후보 티호노프스카야, 오른쪽이 콜레스니코바/러시아 언론 캡처
콜레스니코바의 지원세력인 바바리코 전은행장. 그는 대선 출마 직전 부패혐의로 체포됐다/사진출처:페북 

지난 대선(8월 9일) 과정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26년에 걸친 공고한 입지를 흔들기 시작한 '여성 3인방'은 제각기 유력 야권 진영 3곳의 출신이다.

대선 후보로 나선 티호노프스카야는 '벨라루스판 나발니'로 불리는 블로거 인플루언스인 남편(티호노프스키)을 대신하고, 콜레스니코바는 빅토르 바바리코 전 은행장 진영의 대표로, 또 베로니카 체프칼로는 남편이자 IT전문가로 일가를 이룬 체프칼로 가문의 상징으로, '루카셴코 타도'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바람'을 일으켰다. 

대선이 끝난 뒤 한달이 지난 지금, 벨라루스 정국의 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연일 가두시위에 나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집권세력은 정권 수호에 급급하는 모양새다. 다만 시간이 지날 수록 집권세력은 '여성 3인방'을 포함해 주요 야권 지도자를 해외로 추방하거나 체포하는 방식으로 야권을 '분리 뒤 제압'(devide & rule)해 나가는 중이다.

콜레스니코바는 권력장악 선동 혐의(용의자)로 체포됐다. 길게 늘어뜨린 콜레스니코바의 붉은 목도리 사진이 인상적이다/얀덱스 캡처

그 결과, IT 가문의 베르니카는 대선 직후 일찌감치 남편 체프칼로와 가족이 도피한 러시아로 떠났고, 대선 후보 티호노프스카야도 쫓기듯 리투아니아로 넘어갔다. '조국'에 남은 여성은 콜레스니코바가 유일하다. 물론, 그녀는 지금 권력 찬탈 선동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상태다.

하지만, 그녀는 체포 과정에서 '투사적 기질'을 내보이면서 국내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첫 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2004년,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 시위 끝에 재선거 실시)의 주역으로, '혁명 정권'의 총리에 오른 '율리아 티모셴코'를 떠올리게 할 정도. 티모셴코 전총리가 '오렌지 공주'라면, 그녀는 '장미 공주'로 불릴만 하다. 

마리야 콜레스니코바/인스타그램 캡처

콜레스니코바는 시위현장에 늘 목에 '선명하게 붉은 긴 목도리'를 걸치고 나타났다. 입술도 루즈를 새빨갛게 발랐다.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선홍색 장미꽃을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이 이제 그녀의 상징이 됐다. 루카셴코 26년 장기 집권을 극적으로 뒤집기라도 하면 그녀는 바로 '장미 공주'로 불릴 것 같다.  

벨라루스 국경수비대, 콜레스니코바의 체포 확인/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민스크 시내에서 복면 괴한들에게 강제로 차량에 태워진 그녀는 동료 2명과  함께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로 끌려갔으나, 추방당하기 직전에 스스로 여권을 찢고 차량에서 내려 벨라루스로 되돌아오는 강단을 보였다. 함께 있던 남자 동료 2명은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앞으로 그녀의 '전설'이 될 순간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수도 민스크에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콜레스니코바 지지' 시위가 열렸다. 사복경찰들은 시위 가담자 200여명을 곧바로 해산시키고, 불응하는 여성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연행해 갔다고 한다. '콜레스니코바 지지 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민스크에서 열린 콜레스니코바 지지 시위 가담자들이 여행되고 있다/얀덱스 캡처

콜레스니코바는 대선 후보로 나선 티호노프스카야와 달리 '권력 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최근 러시아 언론이 '국가지도자로 나설 의향'에 대해 묻자 "한달 전이었다면 내 대답은 '노'였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대규모 시위현장에서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녀는 권력이양을 위한 '조정협의회'와는 별도로 새로운 정당 창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근간은 자신이 몸담아온 바바리코 전 은행장 캠프다.

그녀의 정치적 입지는 앞으로 더욱 크고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을 등진 대선후보 티호노프스카야보다는 고국에 남아 국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콜레스니코바가 야권의 구심점이 되고, 지지를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녀에게는 지원 조직(바바리코 전 은행장)도 있다.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만큼 더 큰 인물이 된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옥중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티하노프스카야의 '믿을 맨' 올가 코발코바, 벨라루시를 떠났다/얀덱스 캡처

반면, 벨라루스 사태의 '상징적 인물'인 티하노프스카야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떨어질 게 분명하다. 해외에서 정국 흐름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동료 올가 코발코바도 지난 5일 폴란드로 떠났다. 그녀를 대변하고 지원할 세력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코발코바는 권력이양을 위한 '조정협의체'에서 그녀를 대신해왔다.

'조정협의체' 주축인물인 또다른 야당 지도자 파벨 라투시코 전 문화부 장관도 4일 폴란드로 몸을 피했다.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강단을 보여주며 끝까지 조국에 남은 콜레스니코바. '전설'이 살아나는 순간, 그녀는 바로 국가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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