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피겨 대부 '에테리 투트베리제 사단'이 몰락의 길로..
러시아의 피겨 대부 '에테리 투트베리제 사단'이 몰락의 길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13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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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인상 수상자인 간판스타 알료나 코스트로나야 새 코치팀으로 이적
'루키 3인방' 중 쉐르바코바만 남아, 평창올림픽 금메달 자기코바는 은퇴 수순

피겨 여왕 '김연아'를 키워낸 캐나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사단)와 함께 세계 빙상계의 피겨 부문을 양분해온 러시아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사단이 간판 스타를 잃고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19~2020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에게 주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케이팅 어워즈 신인상은 받은 알료나 코스토르나야(17)가 12일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에서 열린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에 투트베리제 코치가 아닌, 예브게니 플류센코 코치와 함께 출전했다.

알료나 코스토르나야/사진출처:소설미디어 vk.ru
나란히 메달을 딴 '루키 3인방'/사진출처:vk.ru

코스토르나야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와 안나 쉐르바코바와 함께 지난해 세계 빙상계를 점령한 '러시아 루키 3인방'의 대표주자로, 2019~2020 ISU 그랑프리 2개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루키 3인방'을 키워낸 투트베리제 코치는 ISU 스케이팅 어워즈에서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루키 3인방'의 트루소바를 떠나보낸 데 이어 간판 격인 코스토르나야와도 헤어져 새 시즌에는 지난해와 같이 빙판계를 호령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이미 지난해 투트베르제 코치의 품을 떠나 캐나다 오서 사단에 합류했고, 평창올림픽 금메달의 자기토바는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고 있다.

앞으로 국제 피겨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안나 쉐르바코바 정도. 하지만 쉐르바코바는 객관적으로 코스토르나야와 트루소바에 반뼘 정도 뒤진다는 평가다. '3인방'이 한솥 밥을 먹을 때에는 투트베리제 코치가 세 선수를 ISU 그랑프리 등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적당히 배분해 모두에게 '우승'이란 커리어를 쌓게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한 대회라도 우승하기 위해서는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코스토르나야 공개적으로 투트베리제 코치 비판/얀덱스 캡처
투트베리제 코치와 호흡을 맞췄던 시절/인스타그램 캡처 

2017년 투트베리제 사단에 합류한 코스토르나야가 2년만에 자신을 '피겨 여왕'으로 만들어준 팀을 왜 떠났을까? 현지 언론은 투트베르제 사단의 권위적인 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코스토르나야는 관리 시스템 속에서 잦아진 선수와의 '불통'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2020년생 어린 선수들에 대한 관리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개선되지 않았고, (팀을) 떠나겠다고 통보한 뒤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에게) 모욕감을 안겨줬다"고 투트베르제 코치를 비판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투트베리제 코치진은 '어린 선수들의 적절한 관리 요청'을 외교적 용어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비우호적 인물)에서 딴 '논 그라타' 선수 명단을 받은 것으로 왜곡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받은 뒤 결별을 통보한 '웃기는 선수'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도 어린 시절 빙판 위에서 선배들의 훈련을 방해한 경험이 있다"며 "이때 코치진이 적절하게 통제해줘야 서로 불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차례 자신이 선호하는 곡과 안무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매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투트베리제 코치 측의 일방적인 결별 발표로 보인다. "처음 떠나겠다"고 전화로 통보했을 때,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7월 31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엉뚱한 이유를 들며 (나와의) 결별 사실을 알렸다"며 "왜 만나서 이야기 하지 않는지, 매우 화가 났다"고 코스토르나야는 강조했다.

코스토르나야는 투트베리제 팀을 떠나 러시아의 또다른 피겨스타 출신 코치 플류센코 팀으로 옮겼다. 한솥 밥을 먹었던 트루소바와는 함께 훈련하고 같이 경기에 나선다.

알료나 코스트로나야 경기 모습/유튜브 동영상 캡처
코스트로나야/사진출처:소셜미디어 vk.ru

그녀에게는 12, 13일 열리는 국가대표팀 선발전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 피겨 선수들은 이 대회에 그동안 준비해온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때문. 플류센코 코치 팀은 3개월 전에 합류한 트루소바를 위해 볼쇼이 극장의 안무가를 초청해 새 프로그램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코스토르나야가 떠난 것을 투트베리제 코치에게는 '결정적인 패착'으로 본다. 투트베리제 팀이 리프니츠카야와 메드베데바, 트루소바가 떠날 때 받는 타격은 별로 크지 않았지만, 코스토르나야는 다르다는 것. 지난 시즌 경쟁선수들과 달리, 쿼트러블(4회전) 점프(러츠, 악셀 등)를 뛰지 않고도 그랑프리 파이널에 우승한 그녀가 쿼트러블 점프를 구사하기 시작하면, 다음 올림픽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뜻인데, 여자 피겨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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