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안해진 루블화 환율, 신종 코로나 2차 파동 여부가 최대 관건
다시 불안해진 루블화 환율, 신종 코로나 2차 파동 여부가 최대 관건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30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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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변동 요인인 국제유가 여전히 배럴당 40달러, 러 재정수지 균형 가능
달러당 80루블에 모든 불안 요인 반영 주장에 "지정학적 요인은 아직 남았다"

러시아 루블화가 다시 불안하다. 러시아와의 항공편 운항 재개로 앞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거나 돌아갈 현지 교민들에게 루블화 환율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연말까지 루블화 변동이 예측불허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코노미스트, 루블화 하락 경계점 평가/얀덱스 캡처
루블화 환율 10월에 급격한 변동 가능성/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는 29일 한때 유로당 93루블을 돌파했다(루블화 가치 하락). 달러당 80루블도 곧 뚫을 태세다. 루블화가 유로당 93루블을 넘어선 것은 2016년 1월 이후 처음, 달러당 79루블도 (신종 코로나 감염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4월 초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매년 10월은 환율이 가장 안정된 달이었지만, 올해는 예외가 될 것으로 본다. 신종 코로나(COVID 19)의 2차 파동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그 징후는 유럽 대륙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에도 여름 휴가 이후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났다. 부분적인 제한조치(봉쇄조치) 불가피해 보인다.

모스크바 거래소의 유로화 분기 변동 흐름. 오른쪽은 최근 10일간 움직임/얀덱스 캡처

루블화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통적으로 국제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 등) 지정학적 요인 등 2가지였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 요인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의 루블화 불안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의 재확산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부분적 봉쇄조치가 도입되었지만, 지난 4, 5월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투자 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다. 세계 경제 회복이 아직 '저 멀리 있다'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환율을 움직이는 중요한 지표인 국제유가는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은 29일 0.38% 하락한 배럴당 42.27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4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러시아 정부는 국가복지기금에서 차입을 많이 하지 않고도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향후 전망은 유동적이다. ING의 러시아CIS 전문 수석 이코노미스트 드리트리 돌긴은 "아직 신종 코로나 2번째 물결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유럽국가들의 봉쇄 조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봉쇄조치는 국내외 경제활동과 관광, 에너지 수요를 제한해 유가가 4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요인은 위협적이다. 미국의 11월 대선과 벨라루스 대규모 시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기도 사건 등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포괄적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루블화에게는 대선전까지 불안요인이다. 

유럽이 벨라루스 사태나 나발니 중독 사건으로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라도 나설 경우,  루블화는 다시 휘청거릴 게 분명하다. 최근 유로화가 유독 루블화에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독-러시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2'로 현실화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도 유럽 자금이 러시아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은 거의 끊기고, 인출이 계속되면서 루블 자산의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가능성 평가/얀덱스 캡처

루블화 가치는 이같은 주변 여건이 홀로, 혹은 복합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변동 폭이 커질 것이므로, 환율 전망을 쉽게 내놓기 어렵다. 러시아 프롬스뱌지 뱅크의 수석 분석가 보그단 즈바리치 같은 전문가들은 '불안 요인들이 루블화 환율에 이미 반영되었다'고 본다. 큰 변동없이 루블화 환율이 75~80루블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금 더 비관적인 분석가(프리덤 파이낸스의 러시아 외환 거래 담당자 게오르기 바쉔코 등)들은 세계 경제의 침체, 투자자들의 부채부담 증가, 러시아의 증세 등의 영향으로 루블화는 연말까지 80~85 루블 선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신종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 각 분야에 지원금을 늘리는 등 '양적 팽창'에 따른 부정적 요인도 여전하다. 인플레 심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위)와 은행 창구/바이러 자료사진

정반대의 분석도 최근 나왔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문가들은 "고수익 신흥 국가 통화 시장에 참여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이지만, 코로나 위기가 진정되면 멕시코 페소화와 루블화, 남아공의 랜드화가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CNBC는 지난 25일 골드만삭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먼지가 진정되는 즉시, 페소화가 최고의 통화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랜드와 루블이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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