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벨라루스 시위대 -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커진다
힘 빠지는 벨라루스 시위대 -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커진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09.3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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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권력 이양을 위한 조정평의회' 간부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독일로 피신
대규모 시위대, 차단벽 막혀 민스크 외곽으로 행진 - 시위 보도 언론에도 재갈
루카셴코 대통령, 취임식 강행, 정국 주도 자신감 피력 - 해외 제재엔 보복조치

50여일을 끌어온 구소련 벨라루스의 대선불복 시위는 날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취임식을 갖고 경찰력을 총동원,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현지서 취재중인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벨라루스 야권은 일요일마다 테마를 내세운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벨라루스에서는 '야권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얀덱스 캡처

지난 일요일 27일의 테마는 '국민 대통령 취임식'.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주장하는 야권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를 '국민 대통령으로 추대한다'는 취지다. 나흘 전 취임식을 가진 루카셴코 대통령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였지만, 대통령궁으로 몰려가던 10만 시위대는 차단벽을 단단하게 친 진압부대에 막혀 발걸음을 외곽으로 돌려야 했다.

야권의 단합을 상징하던 '권력 이양을 위한 조정협의회'의 7인 간부회도 해체 일보 직전이다. 7인의 멤버중 6명이 해외로 쫓겨나거나 체포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혼자 남았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더 버티지 못하고 28일 독일로 떠났다. 조정협의회든, 간부회든, 이제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야 알렉시예비치, 독일로 떠나/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신병 치료 등을 이유로 벨라루스를 떠났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야권에서 '행동하는 지성'으로 존경을 받았던 그녀는 당국의 탄압에도 "끝까지 벨라루스를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정보 기관의 집요한 감시와 추적에 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의 현장 투쟁도 점차 진압 경찰에 밀리는 형국이다. 27일의 '국민 대통령 추대 행진' 시위에 10만여명이 도심으로 몰려나왔지만, 끝내 대통령궁으로 향하지 못하고 방향을 바꿔야 했다. 한 언론은 "앞서 가던 선발대가 “오른쪽에 '오몬'(OMON, 특수 진압 병력)이 기다린다"고 소리치면 시위대는 마치 달아나듯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하기도 했다.

궂은 날씨에 행진에 나선 시위대/투트바이 캡처
어둠이 깔리는 민스크 시내 도로를 행진하는 시위대. 도로를 꽉 메웠던 시위대의 모습을 사라졌다/러시아 언론 LIFE 동영상 캡처

'오몬'이 시위자대의 도심내 행진을 막자, 각 시위 그룹은 도심에서 10km나 떨어진 외곽 지역 '우르차'에서 해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따라 각 교차로에서 이동 경로를 제안했던 시위대 전용 텔레그램 채널 'Nexta Live'도 침묵했다고 한다. 'Nexta Live'의 편집 책임자가 그만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제도권 언론과 달리, 민스크 시위 현장을 가감없이 보여주던 포탈사이트 '투트바이' Tut.by도 당국에 의해 12월까지 세달간 언론 보도 기능을 정지됐다. 지난해 1월 미디어로 등록된 투트바이는 외신들의 단골 인용 매체였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시위 참여자가 지난 주말 때보다 크게 줄었다며 시위 가담자 연행에 더욱 적극적이다. 27일에도 수백명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가담자를 연행하는 복면 경찰들/러시아 언론 동영상 캡처

토요일마다 열리는 '여성 중심 시위'도 겉보기와 달리 정국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은 별로다. 경찰의 가차 없는 체포및 연행 때문이다. '여성 시위'의 상징적 인물이 된 73세의 니나 바긴스카야가 체포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소셜 미디어에 올라왔다. 복면을 한 진압 경찰들은 저항하는 바긴스카야를 호송차로 밀어넣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3일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가진 것도 '시위 정국' 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민스크에서 취임 항의 시위에 나섰지만, 물대포를 사용하는 진압부대에 역부족이었다. 

루카셴코 대통령 취임식/러시아 TV 캡처
이동하는 루카셴코 대통령 자동차 행렬/유튜브 캡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거침없이 '마이 웨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진압하고, 부각되는 야권 지도자는 체포하거나 국외로 추방하고, 발트 3국 등 해외의 제재에는 보복 조치로 맞서고, 시위를 부추기는 언론에는 재갈 물리고.. 독재권력이 그동안 휘둘러온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시위 정국'을 돌파할 게 분명해 보인다.

벨라루스, 발트국가들에 대해 보복 조치 도입/얀덱스 캡처

 

해외로 도피한 티하노프스카야 등 야권 지도자들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우호적인 국가 지도자들과 지지를 호소하지만, 러시아의 방어막을 뚫기에는 힘겹다. 인기 대중 가수들도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에 동참하는 등 러시아의 지원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고려인 출신 여성 로커 아니타 최를 비롯한 필립 키르코로프, 니콜라이 바스코프 등 러시아 인기 뮤지션 20여명은 루카셴코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래 '평화를 위한 예술가-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위 동영상)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노래 제목은 루카센코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 8월 4일 국민과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따온 것이다. 

동영상에 나온 아니타 최의 모습
루카셴코 용비어천가를 작곡한 작곡가는 지재권 포기 선언/얀덱스 캡처
벨라루스 야권 지지를 위한 마카레비치의 음악 축제는 원을 위한 

반면 러시아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 마카레비치가 추진한 '벨로루시 야권 지원을 위한 모스크바 콘서트'는 장소 대여 문제로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벨라루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선 이상,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2004년)의 벨라루스 재현은 물건너 가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집권층의 정국 장악력은 더 두터워지고, 시위대는 도로 위에서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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