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신종 코로나 2번째 백신 개발, 첫 '스푸트니크V' 백신과 어떻게 다른가?
러, 신종 코로나 2번째 백신 개발, 첫 '스푸트니크V' 백신과 어떻게 다른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0.01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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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토르 연구소 개발 백신 임상 완료, 조만간 국가 등록 - 11월 출시 예정
스푸트니크V,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 벡토르 백신은 합성 펩타이드

러시아의 2번째 신종 코로나 백신이 30일 예정대로 임상 시험을 끝내고 보건부에 등록을 신청했다. 백신의 국가 등록에는 약 3주 가량의 시일이 필요해 10월 중순께 '벡토르 백신'이 언론에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1월에는 1차 생산이 끝나 '등록후 임상'과 함께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보건·위생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안나 포포바 청장은 이날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센터 '벡토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오늘 끝났다"며 "개발 백신 'ЭпиВакКорона' (EpiVacCorona)의 국가 등록에 필요한 서류들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벡토르 센터 측은 국가 등록후 60세 이상의 노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동록후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지난 7월 말 '백신'의 임상시험에 들어가 1상 14명, 2상 86명 등 모두 100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끝냈다.

벡토르 센터는 또  "백신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연구 성과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 3건이 인정됐다"며 "특허는 특정 바이러스의 변형및 조각과 연관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벡토르 센터, 신종 코로나 백신 임상 시험 완료/얀덱스 캡처
신종 코로나 2번째 백신, 러시아서 특허 등록/얀덱스 캡처

벡토르 백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합성 펩타이드 항원을 기반으로 한 바이러스 조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첫 백신으로 등록된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와는 방식이 다르다.

'가말레야 센터'는 인간의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벡터 물질' 2가지(AD5와 AD26)로 백신을 개발했으며, 21일 간격으로 1차, 2차 접종을 거쳐야 면역체계가 완성된다. 벡토르 백신은 한번 접종으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첫 백신 '스푸트니크V'의 1차 접종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접종이 막 시작된 단계다.

러시아의 첫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위)와 2번째 백신을 개발한 벡토르 센터 홈피

두어달 시차를 두고 개발 방식이 다른 신종 코로나 백신이 나오자, 푸틴 대통령부터 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 모양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9일 신종 코로나 대책회의에서 2번째 백신 개발 보고를 들은 뒤 국민들에게 백신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납득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백신의 홍보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워 국민들에게 (두 백신간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누구에게 어떤 백신이 더 효과적인지, 연령대나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질환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와 '벡토르 백신'은 어떻게 다를까? 의학적 상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신종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은 대충 4가지라고 한다.

1) 전통적인 방법: 우리가 잘 아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한 뒤 인체에 주입해 면역체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중국의 '시노백 백신'이 이렇게 개발됐다고 한다.

2) 유전자(RNA) 이용 방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는 바이러스의 생존및 증식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갖고 있다. 이 RNA를 주사형태로 몸안에 주입하면, 우리 몸은 RNA의 존재를 진짜 바이러스 침투로 착각해 대응준비(항체 형성)에 들어간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중이다. 다만, 지금까지 백신으로 상용화한 적이 없는 기술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되레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다.

3) 벡터 방식: 바이러스가 우리 몸안에 들어가 병을 일으키려면 자신의 유전자를 세포안으로 침투시켜야 한다. 그 방식은 특정 단백질, 즉 스파이크 단백질을 정찰대로 보내 길을 닦은 뒤 본대가 뒤따라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체내에서 생성시키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으로 착각해 활성화하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게 '벡터 방식'인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체내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구조를 잘 아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다음, 변형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체내에 주입하기로 했다. 이때 스파이크 단백질을 우리 몸안으로 운반하는 물질이 필요한데, 이를 ‘벡터’라고 한다.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벡터 물질' 2가지(AD5와 AD26)로 백신을 개발했다는 게 바로 이 이야기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도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중이다.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은 어떤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백신 제품 중에는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 없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한때 임상 3상을 중단하자,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등록후 임상' 에도 주요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4) 바이러스 조각 주입 방식: 복잡하게 '벡터 물질'을 만들 필요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 진짜 핵심(항원) 부위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우리 몸속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 조각을 만들어 내는 기술에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달려 있다.

러시아의 2번째 백신이 '합성 펩타이드 항원'을 기반으로 한 바이러스 조각으로 개발됐다는 설명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여러 백신들이 개발됐고, 안정성도 입증된 기술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항원은 처음 만드는 것이어서, 러시아 '벡토르 센터'가 특허 3건을 부수적으로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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