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와 다른 중앙아 키르기스 '총선 불복 시위' - 하루만에 정치지형 바꿔
벨라루스와 다른 중앙아 키르기스 '총선 불복 시위' - 하루만에 정치지형 바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0.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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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발포 금지 명령에 시위대, 의회와 정부청사 점거 - 총리, 의회의장 사임
중앙선관위, 선거결과 무효화, 재선거 실시키로 - 전임 대통령 석방 등 권력 이동?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의 집권세력은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대규모 불복 시위 이틀만이다. 대선 불복 대규모 시위가 2개월 이상 계속되는 벨라루스 정국과는 완전히 다른 사태 전개다. 물론 권력구조가 다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 키르기스 시위는 권위주의적인 CIS 일부 국가의 권력을 바꾸는 또다른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간 아르메니아에서도 2018년 4월 총선 불복시위로 권력 주도권이 바뀐 바 있다.

야권 의원이 키르기스 의회 수장에 올랐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총선(비례대표제)에서 7% 이하의 득표로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야권 연합세력은 5일 수도 비슈케크를 중심으로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벌였다.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즉각 "일부 정치 세력이 총선 결과를 이유로 불법적 국가권력의 찬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자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일단 금지했다. 또 중앙선관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하면 선거 결과를 무효화 하도록 지시했다.

6일에는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현 의회가 새 정부를 구성하고 재선거를 실시하자'는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 중앙선관위, 총선 결과 무효화/얀덱스 캡처 
키르기스 대통령, 정당지도자들과 면담/얀덱스캡처

그 결과, 키르기스 중앙선관위원장 누르좐 샤일다베코바는 6일 "국가 비상사태 방지를 위해 총선 결과 무효화를 결정했다"며 "투표 과정과 선거운동 기간에 대규모 선거법 위반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2주 이내 재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트벡 보로노프 총리와 다스탄벡 드쥬마베코프 의회 의장도 이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후임에는 모두 야권인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재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유리한 정치지형이 만들어질 게 분명하다. 의회는 또 7일 정국 혼란의 수습을 위한 비상회의를 열고 향후 정치 스케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5일 불복시위는, 120석이 걸린 총선에 참여한 16개 정당 중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권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자 수도 비슈케크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의회 진출 하한선인 7% 득표율을 넘긴 야당은 겨우 한 곳에 불과한데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제도권 진입에 실패한 11개 야당과 그 지지자들은 행정력이 동원되는 등 선거가 조작됐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의 알라-투 광장에 모인 시위대/러시아 매체 동영상 캡처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선 키르기스 경찰/러시아 매체 동영상 캡처
5일 밤 정부청사 등을 점거한 시위대의 야간 시위/러시아 TV 영상 캡처

5일 야권 시위는 벨라루스와 달리 과격하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발포 금지 명령에 따라 시위 진압에 소극적으로 변한 경찰 방어벽을 무너뜨리고 비슈케크 시청과 방송국, 의회, 정부 청사를 차례로 점거했다.

시위대는 또 국가보안위원회(KGB) 산하 구치소로 몰려가 제엔베코프 대통령에 의해 부패혐의로 체포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과 사파르 이사코프 전 총리, 잔토로 사티발디예프 전 총리 대리 등을 석방시켰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법원 결정으로 가택연금에 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그를 체포하려는 KGB 산하 부대원들과 총격전 끝에 구속됐으며, 지난 6월 징역 11년2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과격한 만큼 시위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686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그중 164명이 입원했고 1명은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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