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시위 사태는 지금? 비상사태 선포에 대통령 사임 약속, 새 총리 선임
키르기스 시위 사태는 지금? 비상사태 선포에 대통령 사임 약속, 새 총리 선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0.1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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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재선거, 헌법 개정 과정서 정치 파벌간 합종연횡 불가피- 불안감 잉태
평화적 정권교체 이룩한 아탐바예프 전대통령 측은 '파워게임'서 밀려난 듯

총선 불복 시위로 혼돈 상태에 빠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9일 비상사태가 전격 선포됐다. 저녁 8시 이후 통행금지 조치도 함께 내려졌다.

이에 따라 10.4 총선 이튿날인 5일부터 시작된 야권 주도의 불복시위나, 정치 파벌 지지세력간의 거리 충돌도 일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사임 카드'를 앞세워 야권과 정국 정상화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르기스 내무부, 10일부터 수도 비슈케크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내에 배치된 군인들/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10일 총리와 국가안보위 의장 등을 경질하고, 내무부 차관을 '비상사태 이후 치안을 책임질 사령관'에 임명하는 한편, 각 정치 파벌들과 향후 정국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키르기스 신임 총리, 대통령의 사임 약속 받아내. 사진은 자파로프 신임 총리(왼쪽)과 제엔베코프 대통령/얀덱스 캡처 
키르기스 의회, 자파로프 새 총리 내각 인준. 각료들은 모두 유임됐다/얀덱스 캡처

이날 의회에서 총리 인준을 받은 사디르 자파로프 신임 총리는 제엔베코프 대통령과 만나 그의 사임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이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헌정 중단' 사태가 초래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지난 2010년 '쿠데타성 시민혁명'으로 대통령이 물러난 뒤, 아탐바예프 전임 대통령이 2017년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한 키르기스의 민주정치 체제가 제엔바예프 현 대통령의 중도 퇴진으로 10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퇴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키르기스 각 정파는 이미 합종연횡의 짝짓기가 본격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권력을 물려준 현 정권에 의해 구속되었다가 이번 시위과정에서 풀려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측은 일부 세력과 손잡고 새로 총리직을 장악한 뒤 권력 재창출을 시도했으나, 자파로프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정파들에게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풀려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9일 시위대와 함께 도심으로 진출했다가 자파로프 총리 지지세력과 충돌하기도 했다. 아탐바예프 전대통령이 탄 차량을 향한 저격 사건도 벌어졌다. 양 세력의 충돌은 급기야 '비상사태 선포'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측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차량을 권총으로 저격하는 모습. 그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파로프 신임 총리의 지지자로 추정된다/현지 동영상 캡처
비슈케크 도심의 알라-투 광장에서 (시위대간의) 충돌이 시작됐다/얀덱스 캡처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9일 비슈케크의 충돌및 혼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군대를 진주시키는 한편, 21일 아침 8시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시에 자파로프 신임 총리 측과 충돌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과 그 세력 일부를 소요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자파로프 총리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탐바예프 전대통령, 비슈케크 혼란을 부추기 혐의로 체포돼/얀덱스 캡처

자파로프 신임 총리는 10일 의회 연설에서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임을 약속했다"면서 총선 재선거와 헌법개정 등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자파로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사임 이후 자파로프 총리가 각 정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정치 일정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갈 수 있을지 여부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측의 거센 저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총리 선임 과정에서도 야권은 '자파로프 총리' 파와 '아탐바예프 파'로 나뉜 바 있다.    

키르기스의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총선 결과가 친 제엔베코프 대통령 정당들의 압승으로 굳어지자, 야권이 불복 시위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시위대는 정부 청사에 난입했고,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또 안보위원회(KGBK) 교도소로 몰려가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등 구속된 정치인들을 석방시켰다. 

중앙아시아 권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해 중국과 접해 있는 키르기스는 지난 15년 동안 대규모 시위로 이미 3차례나 헌정 중단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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