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푸틴' 운동가 나발니에 못지 않는 여성들 - 푸시 라이엇
'반푸틴' 운동가 나발니에 못지 않는 여성들 - 푸시 라이엇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0.22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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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푸틴 대통령 생일날 '동성애 옹호' 퍼포먼스 - FSB 건물에 무지개 깃발 게양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러시아 유명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못지 않게 러시아 언론의 주목을 받는 단체 '푸시 라이엇' (Pussy Riot). 원래는 여성 펑크록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러시아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여성과 동성애 옹호, 사회의 부패구조 척결과 권위주의 타파 등에 앞장서고, 나아가 '반푸틴' 운동을 펼치는 '급진적 사회운동 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푸시 라이엇 즉석 퍼포먼스/인스타그램 캡처
경찰에 끌려가는 푸시 라이엇 멤버. 이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효과를 극대화한다/동영상 캡처

그룹의 영어 이름에서부터 도발적인 '푸시 라이엇'은 지난 2012년 3월 모스크바의 구세주 대성당 즉석 공연으로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크렘린(대통령) 복귀를 앞두고, 대선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그때, '푸시 라이엇' 멤버 4명은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대성당에서 '푸틴 대통령 3선 반대' 즉석 공연을 펼쳤다. 형광색 쫄쫄이 바지를 입고 스키 마스크를 쓰고 '구세주 성당’ 제단 위에 올라가 “성모님, (블라디미르) 푸틴을 내치소서”라고 노래한 것이다.

당연히(?) 공연한 여성 4명중 3명은 현장에서 체포돼 징역살이를 해야 했다.

그 공연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푸시 라이엇'의 당시 멤버들은 수감생활이 끝난 뒤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키다가 미국으로 망명했다. 현재 멤버는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색깔은 바뀌지 않았다.

2018년 월드컵 결승전에 난입했다가 체포된 뒤 경찰조사를 받는 멤버/인스타그램 캡처

새 멤버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또 한차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직도 TV속 기억이 생생한,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 난입했던 그 여성들이다. 남녀 2명으로 보이지만, 남장 여성일 뿐이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또 한차례 소동(?)을 벌였다. 푸틴 대통령의 생일날인 지난 7일 모스크바 루비얀카에 있는 연방보안국(FSB) 건물과 대통령 행정부, 대법원, 문화부, 내무부 등에 동성애를 뜻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그리고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체첸에서 벌어진 동성애자(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및 퀴어)들에 대한 살인및 납치 사건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공론화하기 위해 현지 TV 채널 '도쥐'(비)에 난입하려다 끌려나가기도 했다. 

러시아 문화부 청사에 게양된 무지개 깃발/인스타그램 캡처

현지 언론에는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대통령 생일날 시위를 계기로 모스크바 곳곳에서 '게릴라성' 시위 혹은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체포됐다는 기사가 뜬다. '푸시 라이엇의 몇번째 멤버가 경찰에 체포됐다', '누가 어느 경찰서에 있다'는 시시꼴꼴한 이야기까지 인터넷 매체에 뜰 정도. 체포된 멤버들은 대체로 30일 구금형을 받는다고 한다. 

푸시 라이엇 멤버들의 체포 장면 동영상 

경찰에 끌려가는 멤버. 버티지만 이겨낼 수는 없다/SNS 캡처

앞서 '푸시 라이엇'은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으로 외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룹의 프로듀서 역할을 맡고 있는 표트르 베르질로프(32)가 2018년 9월 중독 증상으로 쓰러졌다가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회복한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베르질로프는 법원 심리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갑자기 시력과 청력이 사라지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독일 베를린으로 긴급 후송됐다. 나발니 중독 사건과 유사한 점이 없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는 '푸시 라이엇'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파격적면서 노골적이다. 즉석 퍼포먼스도 거침이 없다. '푸시 라이어'에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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