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발다이 클럽 화상회의서 '거침없는 현안' 발언 주목
푸틴, 발다이 클럽 화상회의서 '거침없는 현안' 발언 주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0.2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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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임기 연장, 나발니 중독, 벨라루스 시위 사태, 나고르노 분쟁, 뉴스타트 협상 등 자신의 생각 가감없이 피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지난 7월의 개헌 국민투표와 그에 따른 자신의 대통령직 연장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뉴스타트 협상, 벨라루스 시위 사태, 나발니 중독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그의 이날 발언을 현지 언론을 통해 요약하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푸틴, 2024년 이후 대통령직 유지 가능성 평가/얀덱스 캡처

◆ 개헌과 임기 연장 문제
푸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은 (신종 코로나 사태 대처 등) 현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성 프란시스처럼 열심히 일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직 역할도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이날 발언을 헌법 개정안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만족감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언론은 그의 임기 연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7월 1일 국민투표에 부쳐진 러시아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의 이전 임기를 백지화해 푸틴 대통령에게 2024년 이후 두번 더(연임)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다이 클럽 화상 회의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뉴스타트 협상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 협상과 관련, "뉴 스타트와 같은, 군비경쟁을 제한하는 협정 없이는 세계에 미래가 없다"며 "러시아가 먼저 개발한 첨단 극초음속 무기들을 협상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등) 상대 측으로부터 '당신들에게는 (극초음속 무기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없다. 이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며 "운반체 수와 핵탄두 수에서 이것(극초음속 무기)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해상에서 발사가 가능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찌르콘', 지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 전투기 탑재형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을 개발해 시험 중이거나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미러 군비통제 협정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양자 조약을 다자 조약으로 만들기 위한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지는 말고, 직접 중국과 협상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핵보유국인 프랑스·영국 등과 비공식 핵보유국들을 다자 조약을 체결할 때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트 협정은 지난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2011년 2월 5일 발효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푸틴, 벨라루스 사태 타개 방안 제시/얀덱스 캡처 

◆벨라루스 시위 사태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헌법 개정이나 새로운 기본법의 채택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8월 대통령 선거 이후 수도 민스크 등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개월 이상 진행되고 있다.

시위 초반에 헌법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0일 체포된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헌법 개정 방안을 구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면담에는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빅토르 바바리코와 여성 대선 후보 스베틀라야 티하노프스카야가 결성한 범야권의 '권력 조정협의회' 위원들이 참석했다. 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1994년 채택된 벨로루시 헌법은 2년 뒤에 강력한 대통령제로, 2004년에는 대통령의 임기를 삭제하는 개헌이 이뤄졌다.

푸틴, 나고르노 카라바흐 분쟁 희생자는 거의 5천명/얀덱스 캡처

◆나고르노 카라바흐 분쟁 

푸틴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교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양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프랑스와 함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민스크 그룹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또 "러시아 측이 파악한 바로는, 지난 9월 27일 개전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측에서 각각 2천명 이상씩 약 5천명에 가까운 전사자가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10년 동안 1만3,000 명을 잃었다"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는 한달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5천명이 희생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갈등의 확대가 시작될 때만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태에 돌입했다"며 "양국이 러시아의 주재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양국이 23일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미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양국은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지난달 27일부터 중화기와 전투기 등을 동원해 교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교전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푸틴, 나발니의 독일 후송 지시 공개/얀덱스 캡처

◆ 나발니 중독 사건
푸틴 대통령은 "형사사건에 연루된 나발니는 출국금지 대상이지만, 그의 아내 율리아의 청원에 직접 검찰청에 출국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그를 독살하려고 했다면, 그런 식으로 독일로 보내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독일 측이 나발니에 대한 임상 분석 결과와 그의 중독 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러시아측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유럽의 국가 지도자들 중 한 명과 대화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프랑스와 스웨덴 출신 전문가들과 함께 독일에 가서 함께 조사하고 자료를 받기를 제안했다"며 "이러한 자료는 우리가 형사사건을 시작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범죄가 개입되어 있다면, 그 범죄자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톰스크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서 쓰러져 옴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응급치료를 받고, 독일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과정에서 나발니의 출국 여부를 둘러싸고 러시아 당국과 나발니 가족들간에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급기야 아내 율리아는 크렘린 측에 출국을 허용하는 인도적 조치를 요구했다. 

발다이 클럽 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 국제질서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후 세계 질서는 미국, 소련, 영국의 세 강대국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소련의 해체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누군가가 러시아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점차적인 쇠퇴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이럴 때 우리는 '장례식에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걱정한다"고 농담한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인구와 영토, 경제, 군사력 등 우리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존의 국제 구조를 완전히 바꾸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엔과 유엔 안보리,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등 이미 효과가 입증된 국제적 안보체제의 기본 메커니즘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정치에서 (서방식)민주주의를 그대로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과도하고 무절제한 소비를 포기해 환경 보호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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