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스탈린 독재 희생자 추모' 테마 시위도 강제 진압
벨라루스, '스탈린 독재 희생자 추모' 테마 시위도 강제 진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1.02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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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후 30년간 매년 진행된 '조상 추모' 행진도 중간에 차단
더욱 강경해진 진압 경찰 - 공중 경고 사격에 기절탄 고무탄 발사

11월이 시작되는 첫날에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는 어김없이 '반 루카셴코' 시위가 열렸다. 일요일의 '테마 시위' 공식에 맞춰 11월 1일 시위는 '조상들을 위한 행진' марш под названием «Дзяды» («Предки»)으로 기획됐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민스크 동쪽의 지하철역 '첼류스킨체프 공원' 주변에서 집결해 시 외곽에 있는 국립묘지로 방향을 잡았다. 벨라루스 독립 이후 30년 가까이 매년 진행된 '조상들을 위한 행진' 코스였다.

민스크서 진압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기절탄 발사/얀덱스 캡처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까지 시민들의 대규모 행렬을 보호했던 경찰은 이날 바로 다음 지하철역인 '모스콥스카야' 주변에서 시위대를 차단하고 참가자 체포에 나섰다. 경찰은 행진을 중단시키기 위해 공중으로 경고 사격을 하거나, 기절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조상들을 위한 행진'은 1930년대 스탈린 폭정에 희생된 수많은 조상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벨라루스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벨라루스에게 모진 고통을 안겨준 '소비예트 권력과 스탈린 시절'을 잊지 말자며 국립묘지로 향하는 '추모의 길'을 걸었다. 

vk에 올라온 (조상들을 위한) '테러 저항 행진' 참가 촉구 포스팅/캡처

소셜미디어 vk에는 "소비예트 권력에 희생된 수만명의 우리 조상들을 기억하며, 또다시 우리에게 닥쳐온 대통령의 불법적 권력에 항거하고, 이것을 끝내기 위해 1일 오후 2시  '첼류스킨체프 지하철 역(시계공장 근처)에 모이자"는 긴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30여 년 전, 우리의 행진은 벨로루시의 역사를 새로 쓰는 출발점이 됐다"며 "이제 우리도 이 길을 걸어야 할 때"라며 '조상들을 위한 행진' 테마 시위에 참가를 촉구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는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예정된 '추모의 길'을 걷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산발적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를 위협하는 벨라루스 진압경찰/사진출처:TUT.BY

당국은 또 진압 경찰을 시위대 집결장소에 미리 배치해 일부 광장을 포위하고 몇몇 지하철 역사도 폐쇄했으며, 시위 참가자들이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연락을 취하거나, 시위 혹은 시위 진압 장면 등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모바일 인터넷을 수시로 차단했다.

지난 8월 9일의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는 3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으나 날이 갈수록 시위 동력을 떨어지고 있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는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전 국민을 향해 총파업을 촉구했으나,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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