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추적) 푸틴 대통령의 내년 조기 퇴진설, 그 내막을 파헤쳐보니...
(팩트 추적) 푸틴 대통령의 내년 조기 퇴진설, 그 내막을 파헤쳐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1.0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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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석가의 한 인터뷰 발언, 현지 타블로이드 주간지를 거쳐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로
동영상 전문가 '손가락 뜬다. 의자 손잡이 잡을 때 고통스러워한다' 분석 추가, 건강 이상

푸틴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내년 초 조기 사임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크렘린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사임설을 보도한 매체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더 선과 데일리 메일이다. 두 신문은 선정적인 타블로이드판 대중지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더 선은 1면에 스캔들 기사를 주로 싣는 선정적인 타블로이드판 대중지라고 소개돼 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인수한 뒤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해 3면에 토플리스 차림의 여성 사진을 매일 게재하는 등 남성 중심적이고 선정적인 옐로저널리즘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데일리 메일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매체라는 판단이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푸틴 발병 관련 보도 부인/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6일 '푸틴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퇴임하려 하는가'라는 자국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고 일축하고, "그의 건강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의 보도에 대해 "완전히 헛소리다. 대통령은 건강 등 모든 게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는 자체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 "푸틴 대통령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건강 문제로 내년 초에 퇴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조기 퇴임할 것"이라고 러시아 정치분석가 발레리 솔로베이의 발언을 소개했다.

발레리 솔로베이/얀덱스 캡처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발레리 솔로베이를 찾아보면 므기모(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역사학 전공의 정치분석자다. 홍보에도 일가견이 있고, 언론 인터뷰에 자주 나선다. 정계에도 잠시 발을 담궜는데, 푸틴 대통령의 가정사를 폭로하는 등 푸틴 체제에는 비판적인 편이다.

그가 최근 야권 성향의 방송 '에호 모스크바'(Эхо Москa, 국내 언론은 에코 모스크바라고 쓴다. 모스크바의 메아리라는 뜻)에 나와 "푸틴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2024년이 아니라 내년에 조기 사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소베세드니크' 등 러시아 일부 타블로이드 주간지가 받아썼다.

정치분석가 솔로베이 주장을 실은 러시아 타블로이드 주간지. 제목은 '(푸틴의 연인으로 알려진) 카바예바와 딸들:푸틴 대통령의 사생활 폭로'로 뽑았다. 조기 퇴임 이야기는 뒤쪽에 나온다/캡처  

현지 타블로이드 주간지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주요 기관 사람들은 내년에 권력의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대통령은 내년 1월 측근들과 가족들에게 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더 선과 같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는 바로 이 대목에다 한 술을 더 뜬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를 동원해 '푸틴 대통령이 의자 손잡이를 잡을 때 고통스러워하고, 펜이나 컵을 잡고 있을 때 손가락을 떤다'며 이를 파킨슨병 증상으로 본 것. 두 가지 주장을 합치면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이같은 건강 문제로 내년 1월 퇴임할 것"이라는 '푸틴 조기 퇴임' 기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러시아 주요 언론은 솔로베이 조기 퇴임 주장에 거의 주목(신뢰)하지 않았고,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의 보도마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6일 엘라 팜필로바 중앙선관위원장과 면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푸틴 대통령의) '셀프 개헌'이라고 불리는 개정 헌법에 따르면, 오는 2024년 4번째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은 5번째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다. 국가두마(하원)이 개헌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모두 '백지화'하는 특별 조항을 추가해뒀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7월에) 개헌안이 통과되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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