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이니다" - 푸틴, 미 대선 결과에 첫 입장 표명
"누구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이니다" - 푸틴, 미 대선 결과에 첫 입장 표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1.23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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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TV를 통해 '미 선거제도' 비판, "공식 결과 나오면 바이든에게 축하"
"미-러 관계는 이미 깨졌다" -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기대 접은 듯, 냉전기류 조성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처음으로 미국 대선과 그 결과에 대해 입을 열었다. 러시아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전세계는 이미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기성사실화하고 축하인사를 보냈다. 

푸틴, "미 대선 선거제도에 문제 있다"/얀덱스 캡처
푸틴, 바이든 당선 축하 인사를 안한 것에 대해 설명/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TV채널 '러시아-1'의 주말 정치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서 “미국 국민의 신뢰를 받는 누구와도 함께 일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신뢰는 상대로부터 승리를 인정받은 후보이거나, 결과가 적법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확인된 후에 부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축하인사를 전할 계제는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이로 인해 "미·러 관계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피해를 입을 것이 없다. 양국 관계는 이미 망가졌다"고 대답했다. 내년 2월 취임하는 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5번째 대통령이다. 

노보오가료보 관저(별장)에서 러시아 TV 채널 '러시아-1'과 인터뷰를 갖는 푸틴대통령. 아래는 집무실 내부를 안내, 소개하는 모습/캡처

푸틴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당시엔 트럼프의 당선 확정 1시간 안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축하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단지 정치적 대결의 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마음에 들고, 안드는 게 아니다"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듭 지우려고 했지만, 러시아가 내심 누구의 당선을 바랐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다. 미 언론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바이든 당선인을 경계해 왔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이예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을 적(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축하 인사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분석(8일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동맹국 간 관계 회복은 러시아 안보에 실제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집권 시)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에서 어떤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과 원칙에 더 부합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태도가 다음 대통령에게는 좀 더 건설적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예상과 달리 미-러 관계가 바이든 시대에 들어서면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줄곧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대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의 화상 회의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반면 바이든 후보는 러시아를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평가하며 푸틴과 같은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외교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동맹관계 복원과 확장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면서 옛 소련권과 중동·북아프리카 등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의 대외정책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특히 바이든 정권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민주당 특유의 강경노선을 펼칠 경우, 미-러 간에 또다른 '냉전 기류'가 흐르고,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 완공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크렘린 전경/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간의 크렘린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당선인을 축하하기 전에 공식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와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러시아 일부 언론도 "미 대선은 11월 3일 치러졌지만, 기록적인 투표율과 1억명의 우편 유권자로 인해 개표가 지연되고 있다"며 "미국 언론은 자신의 표 계산에 근거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당선자로 부른다"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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