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러시아 루블화, 올해에만 20% 가치 하락, 30년간 4만배?
'롤러코스터' 탄 러시아 루블화, 올해에만 20% 가치 하락, 30년간 4만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1.29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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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까지는 달러당 75~76루블의 안정세 전망 - 올해 초 61루블에 개장
1990년 11월 환율 자유화 이후 루블화 '혼돈' 지속, 구매력도 수천배 하락

러시아 루블화가 미국의 대선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당 61루블대에서 2020년을 연 루블화는 올해를 한달여 남겨놓은 지금, 75~76루블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대비 20%이상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COVID 19)의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루블화 추락의 가장 큰 이유였다.

달러와 유로화 대비, 루블화는 어느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얀덱스 캡처
전문가들, 올 연말까지 루블화 가치 변동 전망/얀덱스 캡처 

2020년 1~11월 루블화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변동성 아주 큰 '롤러코스터 장세'였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국내 상황과는 연관성이 적은, 순전히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이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지난 봄철 내내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글로벌 경제를 순식간에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었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국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국가간에 인적 물적 교류가 차단됐고, 국내의 경제 흐름도 사실상 멈춰섰다. 생산과 소비가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경제지표는 꼬꾸라졌고, 공황상태에 이른 각 경제 주체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동면'에 들어갔다.

글로벌 경제 흐름의 대동맥 격인 석유가 시장에 넘처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했다. 국제 유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루블화는 순식간에 달러당 80달러를 돌파했다. 3월 18일 루블화는 달러당 80.87루블로 2016년 1월(82.63루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년간 모스크바 거래소의 루블화 변화 흐름 추이. 그래프의 왼쪽 꼭데기가 달러당 80.87루블을 기록한 3월 18일, 오른쪽 맨 위는 11월 2일의 80.55루블. 오른쪽 숫자는 최근 10일간 환율 변화 표시/얀덱스 캡처 

풀리는 날씨와 함께 신종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이 속속 해제되면서 루블화는 지난 6월 일시적으로 70루블대 이하(68~69루블)로 떨어졌으나, 2차 파동 조짐에 다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간에 펼쳐진 예측불허의 미국 대선은 루블화 가치를 추락시킨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대선 직전만해도 루블화는 장중에서 달러당 80루블(80.55)을 다시 넘어섰고, 유로당 93루블대를 오갔다. 유로화는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94루블대에 진입했다.

다행스럽게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달러화 가치의 하락과 함께 루블화가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된 지난 6일 이후 루블화는 꾸준히 강세를 보여왔다.

미 바이든 시대에는 경기부양책으로 유가 상승 전망/사진출처:루코일 홈피

전세계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바이든 시대'에는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는 약세로 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으로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내 달러 공급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루블화의 안정세(75~76루블)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서너가지다.

러시아 루블화/사진출처:픽사베이.com

우선 루블화 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 달러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올해 안에 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 2차 파동이 글로벌 경제 활력을 다시 잠식하고, 미-이란간 핵협상 재개로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로 세계 경제가 되살아날 희망이 보이지만, 이란산 석유의 출현은 가뜩이나 공급과잉 상태인 세계 원유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는 다분하다. 바이든 당선자가 미-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면, 하루에 최대 2백만 배럴의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OPEC 플러스'(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총칭)가 지난 4월 어렵사리 '1천만 배럴' 협상안을 성사시킨 상태에서 2백만 배럴이 더 공급된다면 국제 석유시장은 또 공포감에 빠질 지 모른다.

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협약 체결에 적극적인 바이든 당선자가 '탄소 중립 프로젝트'를 본격 이행하면,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가 1990년 11월 1일 자유화됐으니, 지난 1일로 꼭 30 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수한 우여곡절을 거쳐온 루블화 통화다.

분석가, 지난 30년간 루블화는 4만배나 가치 하락/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블화는 지난 30년 동안 1997~1998년의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 효과를 제외하고도 달러화 대비 4만배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 자유화'가 처음 도입된 1990년 11월 1일, 루블화는 달러당 63코페이카(1루블=100코페이카)로 외환시장이 개장했으나,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8루블로 3배나 상승(가치 하락)했다.

그리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2년 7월 1일의 루블화 공식 환율은 달러당 125.26 루블. 루블화 가치가 100배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하락세가 지난 30년간 지속되면서 루블화 가치는 4만배 이상 추락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당연히 이 기간에 루블화는 결정적인 경제 사회적 충격을 여러번 받았다. 러시아 신용평가기관 아크라(AКРА)의 거시경제 분석가인 드미트리 쿠릴코프는 "(자유화 할 당시의) 루블과 지금의 루블은 완전히 다른 루블"이라며 "루블의 구매력도 지난 30년 동안 수천배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1997~98년의) 디노미네이션이 없었다면 구매력 하락은 10만배를 넘어섰을 것"이라며 "1992~1994년에만 1루블의 구매력이 거의 1,000배나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소련의 10루블짜리 루블화 지폐(위), 아래는 1997~98년의 화폐 디노미네이션 이전의 100루블짜리 러시아 지폐/바이러 자료 사진

그러나 또다른 분석가는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선언 이후 루블화의 환율 변동을 평가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옐친 전 대통령이 시장경제 도입으로 급격한 체제 변화에 따른 비정상적인 초 인플레이션 현상과 화폐 유통 시스템의 파괴, (달러, 유로, 루블화 등) 다양한 가격의 공존, 디노미네이션 등의 숱한 혼돈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루블화가 제대로 시장 통화 기능을 되찾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지금의 루블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달러 대비 3.5배 약세라는 결론이다.

루블화 30년에 대해 어떤 잣대를 들이대든, 바닥없는 루블화의 추락은 러시아의 경제 사회적 혼돈기 30년을 상징하는 지표의 하나가 된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그 충격에서 거의 회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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