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양 앞두고 친러, 친서방 대립이 극심한 몰도바 - 대통령 권한 일부 박탈
정권이양 앞두고 친러, 친서방 대립이 극심한 몰도바 - 대통령 권한 일부 박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05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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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대통령 당선자 지지세력 3일 의사당앞서 시위, 조기총선 요구
산두 당선자의 러시아평화유지군 철수 요구에 친러 세력 반발, 단합?

대선 이후 친서방-친러시아 세력간 충돌이 우려되는 몰도바에서 대통령 이취임식을 앞두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느낌이다.

오는 23일 임기가 끝나는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 측은 3일 의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박탈하는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한 마이야 산두 대통령 당선자 지지자들은 의사당 앞에서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는 등 '정국 불안'이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권력이양 과정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새 정권이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시도할 경우, 몰두바의 정국 불안은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몰도바 의회, 산두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 권한 일부 박탈/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친서방 성향의 산두 대통령 당선자 지지자 수천 명은 3일 수도 키시나우의 의사당과 정부청사 앞에서 '대통령 권한 축소에 관한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친러 성향의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고, 그 과정에서 의사당은 양측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정보보안국의 통제 이관'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몰도바 의회/러시아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정국 불안'은 인구 350만명의 작은 나라 몰도바의 '이원집중부제' 권력 체제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이어진 친러-친서방 대립구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 권력 구조를 갖고 있다. 친러시아계가 주도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이미 1992년 한차례 유혈충돌을 거친 뒤 '독립'을 선언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친러 성향의 도돈 대통령 의회세력이 옛 소련 시절의 KGB 후신인 '정보보안국'을 대통령 직속에서 의회의 통제하로 돌리는 법안을 의제에 올렸다. 정권 이양을 앞두고 친서방 세력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마이야 당선인 측은 극력 반발했다. 하지만 친러 세력은 의회에서 의석 수로 밀어붙였다. 법안은 이날 전체 101명 의원 중 51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회는 '정보보안국'의 인사권(국장과 차장 2명)을 갖고, '국가 안보'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게 된다. 외교및 안보 권한(군통수권 포함)을 지닌 대통령 고유의 권한 일부를 박탈한 것이다. 

정권을 이어받을 산두 당선자 측이 법안 통과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산두 당선자는 "국가 권력을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당선자 측 의회세력은 "도돈 대통령은 정권을 빼앗긴다는 공황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그는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릴 경우,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시나우 중심가에서 산두 당선자 지지자들이 (법안 철회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러시아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산두 당선자 측은 취임후 조기 총선을 추진 중이다. 2023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명실공히 완전한 친서방 세력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내보낸 뒤 국가의 재통합과 유럽연합(EU) 가입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공약은 생각보다 쉽지 않는 구상이다. 친러 성향의 의원들이 의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기 총선 가능성은 낮다. 산두 당선자측 시위대가 3일 시위에서 정보기관 이관에 관한 법안 철회와 함께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한 이유다.

산두 당선자 측이 조기 총선 실시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의 외교및 안보권력은 임기 내내 의회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철수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무리한 정책은 분리주의 지역과 유혈충돌을 빚을 지도 모른다. 당선자측의 러시아 평화유지군 철수 요구에 러시아는 이미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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