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30분에 걸친 푸틴 대통령 연말 특별 기자회견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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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18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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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코로나 백신 접종, 나발니 중독. 개헌과 대선 재출마, 대서방관계 등이 주요 주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화상으로 연례 기자회견을 갖고 첫 러시아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접종과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 대통령 패밀리에 대한 잇단 스캔들 폭로, 차기 대선 출마, 미국등 서방과의 관계 등 주요 현안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푸틴 대통령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주목을 끈 주제는 역시 신종 코로나 사태와 나발니 중독 사건, 개인 신상, 국제현안등 서너가지. 현지 한 언론은 이날 나온 질문을 △신종 코로나 감염 및 백신(질문 7개) △국제 관계 (6개) △정치 분야(5개) △경제 분야{5개) △교육 분야(3개) △민생 지원과 주택및 공공서비스(각 3개) △개인 신상(3개) △환경 분야(3개) 등으로 크게 구분했다.

현지 언론들이 정리한 회견 주요내용과 '주목할 만한 발언 13가지' 등을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의 2020년 결산 회견을 요약한다.
사진출처:크렘린.ru

1, 백신 접종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 여부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현재 공급되는 백신(스푸트니크V)은 일정 연령층(18~60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만 68세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권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가능해지면 반드시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 접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을 향해 “모두 전문가의 권고에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다. 다만, 독감과 신종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예방주사 사이에는 약간의 (시간적) 간격이 필요하다. 그 간격을 누구는 2주, 누구는 4주 정도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 "대량 예방 접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적인 유행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백신) 생산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량 예방 접종이 가능하도록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의약품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돈을 어디에 쓰냐고? 나도 궁금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의약품을 왜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지 알아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 중순 ‘스푸트니크 V’를 세계 최초의 코로나 백신으로 승인했으나 '임상 3상'은 그 후에 시작됐다. 개발자인 '가말레야 센터' 측은 최근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가 91.4%라고 주장했다.

노보-오가료보 관저내 기자회견장 모습 

2, 나발니 중독사건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중독 사건이 연방보안국(FSB) 산하의 독극물팀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서방측 탐사보도에 대해 “탐사 보도가 아니라 미국 정보기관의 특별 서비스 자료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러시아 정보기관)가 그들(미 정보기관)이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들도 FSB와 특수기관 요원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요원들은 굳이 위치를 숨겨야 할 필요가 없을 때 전화를 사용한다"며 "그렇다면(그렇다고 확신하는데), 그는(나발니)는 미국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측 탐사 보도는 나발니 중독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는데, 위치 추적과 통화 내역을 주요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가 미 정보기관 지원을 받는다면) 이는 흥미로운 일이며 (우리) 정보기관도 당연히 그를 감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것(감시)이 그를 독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에게 왜 필요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만일 누군가가 정말 그를 독살하려고 했으면 아마 끝을 봤을 것"이라며 "그의 아내가 내게 (독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때, 나는 곧바로 그를 독일로 후송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질의답변 중에 '나발니'라는 이름을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또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독극물인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독일 등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조사할 준비가 돼 있다. 화학무기가 사용되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증거를 제시해 달라. 우리 전문가들이 (그곳으로) 가든지, 자료를 갖고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제안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지난 14일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캣', '더인사이트' 등과 공동으로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나발니 중독 사건에 관여한 FSB 특수요원 8명의 신원을 특정한 바 있다. 

3, 헌법 개정과 대선 재출마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할지 여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형식상으로 국민으로부터 허락을 받는 것"이라며 "두고 보자”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국가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전제를 깔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국민투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채택한 바 있다.

그는 개헌 작업과 관련, "1993년 헌법은 국가 발전과 민생 안정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 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으며, 달라진 만큼 헌법을 수정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통과됐다. 개헌안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 마련된 화상 회의장에 모인 기자들

4, 대서방 관계
푸틴 대통령은 '집권기간 중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대서방 관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BBC 방송의 질문에 "(나는) 러시아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국익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각종 국제조약에서 탈퇴한 건 당신들(서방 진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하얗고 포근하냐(순수하고 부드럽다는 뜻으로 추정)고? 당신(서방 진영)에 비하면 그렇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격적이지는 않다. 겉보기에 똑똑한 사람들이 왜 우리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코소보(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간 분쟁 지역)에서는 의회가 결정을 내렸으니 민주적이라고 말하고, 크림반도 문제는 국민투표로 (러시아와의 병합이) 이뤄졌는데, (서방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제재를 가하느냐?" 고 역공을 취했다.

나아가 "당신들(서방 진영)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나토 군사력은 이제 (우리) 국경에 근접하고 있다. 왜 우리가 멍청하고, 기본적인 것도 분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며 "우리는 이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항공자유화 조약 등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내년 2월 만료되는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뉴스타트) 협정에서도 탈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뉴스타트 협정 연장을 위한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도 이 협정의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탈퇴(2001년) 이후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며 "그 결과, 한 국가(북한을 뜻하는 듯)는 스스로 우산을 만들고, 우리의 핵 잠재력이 와해돼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만든 게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라고 설명했다.

5, 벨라루스 시위 사태
“우리는 벨로루스 측에게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외부 세력의 간섭없이' 해결돼야 한다는 한가지 목표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야당을 지원하는 등 간섭이 이뤄지고 있다. 외부의 간섭은 폭발물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사태 해결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여야 정치세력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풀게 지원해야 한다" 

6, 우크라이나 사태(민스크 협정)
“우크라이나 정권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권력을 잡으면 먼저 군대를 살펴보고, (대화를 통한 해결) 과정은 멈춰선다. 우리는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로 동의했고,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해결된 것은 없다.

우크라이나 측은 공개적으로 민스크 협정(독불러우크라 4개국 평화이행 협정)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바꾸자고 한다. 협정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돈바스(분리주의 지역)를 지원했으므로, 지원을 늘릴 것이다. 돈바스 지역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인도주의 측면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협력 방안도 계속 강구할 것이다."

7, 나고르노-카라바흐 평화협정과 몰도바 주둔 평화유지군 철수 문제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는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졌고, 긴장 관계가 수년간 지속됐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유혈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목표였다. (평화협정 서명으로)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지만, 기술적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향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차분하게 대처할 것이다."

"몰도바 주둔 평화유지군의 철수에 대해 우리도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 간에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서방 국가들의 압력으로 마지막 순간에 이 문제의 해결책이 무기한 연기된 게 안타깝다."

8, 러시아 해커와 미국 선거 개입
"러시아 해커는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미-러 관계는 이제 미국 국익을 위한 인질이 됐다. 새 정부에서는 적어도 몇가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새 대통령은 (외교적으로도) 경험이 많은 분이니 기대를 한다."

9, 가족 스캔들
"그들(탐사보도 매체)은 일단 '대통령의 사위'라고 쓴 뒤 마지막에 '전 사위'라고 한다. (푸틴의 둘째 사위로 알려진 키릴 샤말로프의) 주식 취득은 경영진의 스톡옵션에 따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익명 뒤에 숨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늘 뭔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의 의도다. 그 목적은 분명하다. (개인적인) 복수이자 국가 체제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다."

현지 탐사 매체들은 키릴 샤말로프가 지난 2013년 '장인(대통령) 찬스'를 사용해 러시아 최대 석유화학업체 시부르의 주식 3.8%를 단돈 100달러로 취득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손자(누구의 아들인지 확실치 않음) 사랑과 관련, "사무일 마르샤크 (Самуил Маршак)와 같은 러시아 동화 작가들의 책을 손자들에게 읽어준다"며 "마르샤크가 쓴 '12개월'(12 месяцев)이 아주 좋다"며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10.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
“유럽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값비싼 에너지를 도입하려면 비용이 증가한다.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는 순전히 경제적인 것이며 모두에게 '윈윈 솔루션'이다. 공사 구간도 이제 160km만 남았다. 러시아가 공사를 마무리할 것 같다. 미국 새 행정부는 동맹국인 독일을 존중하고, 공정한 국제적 시장경쟁 체제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공식기자회견이 끝난 뒤 풀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푸틴 대통령 

이날 기자회견은 무려 4시간 33분간 진행됐다. 2008년의 4시간 40분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공식 기자 회견이 끝난 후에도 노보-오가료보 관저에 간 크렘린 풀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상당 시간 계속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 시간까지 합치면 최장시간 기자회견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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