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진출 바이오 - 플렉센스, 휴메딕스, 큐브바이오, GC녹십자MS, 쎌마, 일양약품의 희비
러시아 진출 바이오 - 플렉센스, 휴메딕스, 큐브바이오, GC녹십자MS, 쎌마, 일양약품의 희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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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대유행)으로 바이오업체들은 올 한해 '희망을 쏘았다'고 할만하다. 서둘러 코로나 진단키트 등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한 바이오 제약업체들은 K방역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면서 실적 개선은 물론, 대규모 투자 유치와 주가 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 뒤에는 미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러시아CIS 시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너도 나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나섰다. 올 한해 내내 러시아 수출 계약 기사들이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옥석은 가려지기 마련이다.

러시아에 신종 코로나 2차 파동이 덮치면서 뒤늦게 러시아로 진출하겠다는 바이오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부터 먼저 들어보자. 

바이오업체 '플렉센스'는 코로나19의 대량 진단에 필요한 신속 엘라이자(Rapid Elisa) 진단키트를 러시아에 수출한다고 17일 밝혔다. '엘라이자' 진단이란 혈액 분석을 통해 특정 바이러스(질병)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플렉센스 측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 물량은 70만 명분(40억원 규모)다. 러시아 중앙정부 납품 방식으로 계약을 따냈으며, 중서부의 바시코르토스탄과 극동 하바로프스크, 사할린에서 사용될 전망이라고 했다. 

플렉센스 측이 제공한 엘라이자 진단키트(위)와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검색되는 엘라이자 키트. 브랜드와 상품명을 한눈에 인식 가능하다는 점(아래)이 큰 차이로 보인다/캡처  

이 회사는 자사 진단키트 ‘ACCEL ELISA COVID-19 KIT(액셀 엘라이자)’가 98%의 높은 정확성을 보이며, 30분 만에 94명을 대상으로 감염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식약처 승인 전이라 판매및 사용이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승인을 받지 못한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가 러시아에서는 국가 사용 승인을 받았을까? 승인을 받지 않았으면, 중앙정부 납품은 더욱 불가능하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서 지난 11월 유럽 내 판매허가인 CE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등 남미와 필리핀 등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 접수 확인 메일을 받았다'는 보도도 홈페이지에 실려 있지만, 지금 FDA에 검색해보면 검증 결과,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배포도 금지됐다. 

미 FDA 검색결과 캡처

러시아의 승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를 검색해 봤다. 우선 e월드트레이드닷컴(eworldtrade.com)에 판매용(영어)으로 제품이 등록돼 있다. 이 쇼핑몰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B2B업체다.  

e월드트레이드에 올라 있는 플렉센스 키트/캡처

주목할 것은 러시아 의료전문 매체 메드베스트니크(medvestnik.ru)의 보도다. 이 매체는 16일 신속 진단 40개를 포함해 모두 198개의 신종 코로나 항체 진단 시스템이 러시아에서 승인됐다고 전했다. 198개 진단 시스템의 소유 업체(연구소), 날짜, 테스트명, 진단방식(러시아어로 'ИФА'로 쓰는 엘라이자 방식 포함)을 자세하게 표로 만들어 실었다. 

아쉽게도 플렉센스의 이름은 여기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내 협력업체(혹은 유통업체)의 이름으로 등록됐을 지는 모르나, 일단은 빠져 있다. 중앙정부 납품 방식으로 계약을 따냈다는 발표를 믿기 어려워진다.

러시아서 승인받은 진단시스템 관련 메드베스트니크 보도/출처:medvestnik.ru 캡처
메드베스트니크의 진단 승인 표. 첫번째 항목 맨 오른쪽에 엘라이자 방식을 뜻하는 러시아어 'ИФА'가 보인다 
ИФА는 엘라이자 방식이다/얀덱스 검색 캡처

회사 측은 자사 진단키트가 모스크바 스클리포소프스키(Склифосовский) 의료센터의 분석 결과,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등 정확도가 98.5%에 달해 러시아 지방정부에서 직접 구매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러시아에서는 PCR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7~1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플렉센스의 신속 엘라이자 진단키트를 사용할 경우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러시아측과 계약하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모스크바 스클리포소프스키 의료센터. 특별하고 신속한, 계획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라고 쓰여 있다./홈페이지 캡처

또다른 헬스케어 전문기업 '휴메딕스'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신종 코로나 항원 진단키트(NowCheck COVID-19 Ag Test)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지 한 달여 만에 누적 주문 100만개를 넘어섰다고 17일 밝혔다. 휴메딕스의 수출용 항원진단키트는 국내 진단키트 연구개발 전문 기업 ‘바이오노트’가 생산한 제품이다.

휴메딕스 측은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항원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자사 제품(바이오노트)에 대한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메딕스의 러시아측 파트너로 '바이오노트'사 진단키트를 독점유통하는 아비비르사 홈페이지/캡처 

현지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해보면 휴메딕스의 러시아 파트너는 아비비르(Avivir)다. 모스크바 혁신 도시 '스콜코보'에 입주하고 있는 이 업체는 홈페이지에 긴급사용 승인 인증서를 올려 놓고, 'BioNote'의 독점 유통 업체라고 밝혔다.

휴메딕스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뒤 첫 수출 물량으로 항원 진단키트(NowCheck COVID-19 Ag Test) 10만 개를 출하한 바 있다.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큐브바이오는 러시아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Standart-Biotest)에 CMDD-04M 및 바이오센서 현지화 제품의 첫 선적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선적 환영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한 직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러시아 현지화 제품 첫 선적 축하 플래카드 사진/출처:큐브바이오

그러나 ㈜큐브바이오의 러시아 수출 발표에는 여전히 합리적인 의심이 뒤따른다. 바이러시아는 지난 7월 큐브바이오와 수입 계약을 맺은 러시아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에 대한 현지 인터넷 사이트 검색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참고

언론에 따르면 이 업체 관계자는 "이번 선적이 글로벌 시장 대량 수출에 맞춰 구축한 자동화 라인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확산 보급이 가시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또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제품 수출 일정의 지연에도 러시아 연방 보건부, 게르첸 국립암센터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러시아 현지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선적을 시작한 물량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직접적인 선적 관련 사진이 아니라 플래카트앞에서 찍은 직원들의 사진을 제공한 연유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 7월 "러시아로부터 우선 구매 발주서를 수령했다"며 생뚱맞게도 모스크바의 유명 오피스 건물 사진을 언론에 제공한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 업체가 러시아로부터 수출 구매 발주서를 받은지 5개월 쯤 지났다. '러시아 시장을 이용한 주가 띄우기(?) 차원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좀 더 확실한 계약 내용과 증거 사진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큐브바이오는 코스닥 기업이자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인 큐브앤컴퍼니의 자회사다. 

휴일에 작성하는 기사인 만큼 반박 자료가 있다면 jhnews@naver.com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기사를 최대한 빨리 수정 보완할 것을 약속드린다.

극동 러시아 나홋카에 본사를 둔 러시아 '도브로플로트'사 홈페이지/캡처

최근에는 GC녹십자 산하의 GC녹십자MS가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어업·수산·수산가공식품 업체인 '도브로플로트'(DOBROFLOT)사에 이동식 신종 코로나 진단 시스템 'Lab on a Wheel' 을 3천400만달러 어치나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진단 시스템은 차량(버스)에 음압시설을 갖춰 탑승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동한 뒤 환자를 검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어업및 수산가공업을 하는 극동지역 '도브로플로트'사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궁금했다.
** 관련 기사 참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 수출입 계약에 직접 관여한 B컨설팅 업체는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GC녹십자MS 대표가 직접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등 마케팅 열정은 높이 샀으나, '도브로플로트'사의 향후 사업 추진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도브로플로트'사는 당초 직원 진단용으로 GC녹십자MS의 의료 기기(진단 키트) 구입에 관심을 보였는데,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GC녹십자MS 측에 등을 떠밀리다시피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

B업체 측은 "울산의 특수차량 제조업체 A사가 지난 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파트너 N사를 통해 이동식 진단시스템 'Lab on a Wheel' 판매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는데, 어느 날 GC녹십자MS가 개입해 N사를 제치고 '도브로플로트'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동식 진단시스템의 임시 도입 승인 등 현지서 오랫동안 정지작업을 해온 N사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노발대발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연해주 주정부를 통해 K방역 사업을 지원해온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측은 이동식 진단시스템 도입 계약 기념 세레모니를 계획했다가 N사 등의 불만을 고려해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MS측의 반론을 듣지 못했다. 역시 jhnews@naver,com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쎌마가 지분 인수한 러시아 기업 '베비그'/홍보영상 캡처

러시아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인 기업중 하나로 '쎌마테라퓨틱스'(이하 쎌마)를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 의료기기 및 방사선색전술 전문기업 '베빅'(BEBIG, бебиг - 러시아어 발음으로는 '베비그'가 맞다)의 지분을 인수하고 러시아 제약업체 '팜신테즈'와 공동으로 유럽을 비롯한 4개국에 대한 신종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쎌마가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무상감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다.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순조롭지 않다는 뜻이다. 자칫 러시아 진출및 임상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쎌마는 지난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60.95%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특히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이상 50%를 넘어설 경우 상장폐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쎌마가 추진한 코로나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이 수차례 연기되는 바람에 투자금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상감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쎌마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외부 자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감자 추진 등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약사 '팜신테즈' 홈페이지에 소개된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왼쪽)과 쎌마와의 계약 소식/캡처

 

러시아에서 '슈펙트'의 임상 3상을 진행중인 일양약품에 대한 주주들의 비판이 거세다. 임상을 담당한 러시아 제약사 '알팜'의 임상 시험 진행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이유다.

17일 포털사이트의 일양약품 종목토론방에는 사측의 깜깜이 임상 진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한 게시 글은 "투자자이자 주주로서 중간 과정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6월 임상 시작 공시 이후로 (일양약품 측이) 아무런 발표를 하고 있지 않다"며 "임상 진행 중 약품 선적 및 임상기관 확대 등은 의무공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들며 주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슈펙트 임상시험 주체인 러시아 제약회사 '알팜'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임상시험 공지(가운데)/캡처

바이러시아는 일양약품의 슈펙트 임상 3상에 대한 추적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 관련 기사 참고

일양약품의 침묵 이유에 대해 "지난 6월 일양약품의 주가가 급등했던 시점에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우선주와 보통주 일부를 처분했다"며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인다"는 의구심이 일각에서는 제기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죄송하지만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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