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 시대에 주러 총영사관 2곳을 폐쇄하기로 한 진짜 이유
미국이 신종 코로나 시대에 주러 총영사관 2곳을 폐쇄하기로 한 진짜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21 0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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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재 블라디보스토크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되고, 예카테린부르크 총영사관은 업무를 중단한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러시아에 있는 미 총영사관 두 곳의 업무를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미 CNN방송은 미 국무부가 지난 10일 이같은 방침을 담은 공문을 미 의회에도 전달했다고 18일 전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 주러 미 총영사관 2곳 폐쇄결정/얀덱스 캡처

주블라디보스토크, 주예카테린부르크 미 총영사관이 업무를 중단하면, 러시아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공관은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 뿐이다.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도 이미 오래 전에 폐쇄된 상태여서, 러시아 국민이 미국 비자 한번 받으려면 멀게는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이상 모스크바로 날아가야 한다.

양국 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영사관 두 곳의 폐쇄 이유로 "미국을 상대로 러시아가 2017년 취한 외교관 인력 제한 조치(양국 상호 동등한 외교관 수)와 이에 따른 외교관 비자 취득 문제"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3년여 전에 취한 대미 외교적 보복 조치가 이제사 현실화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 러시아는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이유로 자국에게 취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측에 "(9월 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예카테린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요구했다. 미국내 러시아 공관 직원의 수가 455명인 만큼, 러시아내 미국 외교관들도 그 수를 넘을 수 없다는 것.

이후 러시아 측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국 외교관 규모에 맞춰 미 외교관에 대해 '외교관 비자'를 발급했다. 이 조치로 러시아 주재 미 외교관 규모는 200~300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모스크바에 있는 '아메리칸 스쿨'(미국인 학교)도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폐쇄되는 두 영사관의 외교관 10명이 귀국하는 게 아니라 모스크바 대사관으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전해진 이유다.

미 국무부가 영사관 2곳의 폐쇄 이유로 든 '외교관에 대한 비자 문제'는 3년여 전에 뿌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양국간 외교관 추방전이 벌어졌던 3~4년 전과 달리, 미국 내 러시아 영사관에 대해 동등한 제한 조치(폐쇄나 업무 중단 등)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러 미 총영사관 2곳이 언제 폐쇄되는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이전에 폐쇄 작업이 마무리될 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새 행정부가 러시아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도 있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폐쇄조치에 주러 미국 외교관 규모와 업무량, 신종 코로나(COVID 19)로 인한 업무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영사관의 주요 기능은 자국민 보호와 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두 곳(블라디보스토크와 예카테린부르크)은 오랫동안 이같은 일을 해오지 않아, 영사관의 폐쇄 (가능성)이 양국 관계를 더 이상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러 미국 영사관 2곳 폐쇄 가능성을 전한 코메르산트 지난 14일자 보도/캡처

미 국무부의 공식 발표 이전에 블라디보스토크와 예카테린부르크 총영사관의 업무 중단 가능성을 특종 보도했던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미국이 주재 인력에 맞춘 공관 업무의 최적화로 규정했다. 또 미 국무부는 총영사관 2곳 폐쇄로 연 320만 달러를 절약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일부 국내 언론이 미국이 자국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대규모 해킹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미 정부기관) 해킹 사건에 러시아가 연루됐다는 것이 "꽤 확실하다"며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바 있다.

미-러 양국은 지난 2016년부터 근 3년간에 걸쳐 러시아의 미대선 개입 의혹과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대령의 '노비촉' 암살 기도 사건을 놓고 격렬한 '외교관 추방및 공관 폐쇄' 전을 벌인 바 있다. 주상트페테르부르크 미 총영사관도 이때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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