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피해자 '나발니'의 2차 폭로 - "용의자를 속여 직접 설명듣고 녹음했다"
중독 피해자 '나발니'의 2차 폭로 - "용의자를 속여 직접 설명듣고 녹음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22 0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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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용의자 "나발니 속옷에 독극물 충분히 발랐다. 비상착륙이 일을 그르쳤다"
FSB "녹음 파일은 가짜, 발신번호 조작 등 정교한 수법은 서방 정보기관의 작품"

독극물 중독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21일 사건 전모를 털어놓은 한 용의자와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을 전격 공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서방측 탐사보도 매체가 자신의 중독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한 연방보안국(FSB) 장교와 직접 통화했으며, 암살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SB측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서방측 정보기관의) 도발이자 가짜"라고 일축했다.

나발니, 자신의 중독사건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공개/얀덱스 캡처

솔직히 독일에 있는 그가 어떻게 FSB 장교와 통화가 가능했을까? 소위 '발신 번호'를 조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FSB 요원들이 사용하는 번호로 '발신 번호'를 조작한 뒤, 상대에게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안보회의 서기(전 FSB 국장)의 보좌관이라고 신분을 속혔다는 것.

상대는 화학전 전문가로 알려진 콘스탄틴 쿠드랴프체프 FSB 장교다. 그는 서방측 탐사보도 매체가 며칠 전 얼굴을 공개한 용의자 8명중 한명이다. 나발니의 반부패재단 소속 한 여성 회원은 이날 녹음 파일 공개 후 쿠드랴프체프를 직접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처들어갔다가 경찰에 구금되기도 했다.

나발니 반부패재단 소속 류보비 소볼, 모스크바서 구금/얀덱스 캡처
변호사인 소볼은 21일 용의자 집 앞에 차를 세우고 트위트 생중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녀는 용의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사진출처:트위트

나발니의 녹음 파일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나발니에 속옷, 그것도 사타구니 부근에 독극물을 묻혔다고 했다. 아쉽게도 나발니가 사건 당일 입을(혹은 이미 입고 있는) 속옷에 어떻게 독극물을 바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미 CNN은 고체 상태의 독극물이어서 땀이 나야 비로소 그 독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쿠드랴프체프는 작전이 사실상 실패한 데 대해 "모스크바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이었고, 이는 긴 비행시간"이라며 "(나발니가 탄) 비행기가 도중(옴스크)에 비상 착륙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독극물의) 양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알기로 우리는 양을 조금 더 썼다"고 주장했다. 

나발니가 쿠드랴프체프와 통화한 날은 지난 14일이라고 했다. 미 CNN 방송이 쿠드랴프체프 등 용의자 8명의 신원을 폭로한 날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러시아 유명 블로거와 인터뷰하는 나발니/출처:인스타그램
FSB, "나발니의 통화기록은 조작된 것" 주장/얀덱스 캡처

나발니는 앞서 지난 8월 시베리아 톰스크 발 모스크바 행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레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고, 옴스크에 비상 착륙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후 후송된 그를 치료한 독일 측은 신경작용제 '노비촉' 중독에 의한 '의식 불명' 상태라고 발표했다.

FSB 측은 21일 "나발니의 통화 파일은 조작된 것"이라고 전제한 뒤, "독일에 있는 나발니가 상대를 속여 통화할 정도로 정교한 장치를 사용한 것은 외국 정보기관의 특별한 지원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특히 '발신 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은 서방(정보기관) 측이 과거 러시아를 상대로 사용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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