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러시아의 선박 건조 붐과 국내 조선소 수주 사이의 괴리는..
(전망) 러시아의 선박 건조 붐과 국내 조선소 수주 사이의 괴리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0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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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양국 지난해 나란히 조선산업 부활 - 국내 조선업체 러시아서 2차 수주
현지 매체 "물량 자국 조선소에 할당에 따른 비 효율성 지적, 해외경쟁 필요"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조선 사업이 오랜 침체를 딛고 지난해 나란히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해에는 더 큰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흐른다.

지난해 11, 12월 두 달간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 는 110억 달러(약 12조원)의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굵직굵직한 수주 소식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러시아에서도 지난 10여년간을 통틀어 '2020년이 조선산업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메르산트 3일자 러시아 조선업 부흥에 관한 보도/캡처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3일 '(선박 건조용) 도크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러시아 조선소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건조하지 못했던, 정교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 선박들을 고객들에게 인도했다"며 "조선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그 슬픈 이야기중 하나는 한-러 양국의 조선업 부활과 바로 직결돼 있다. 국내 조선업체와 러시아 극동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선박 건조에 관한 협력 때문이다.

코메르산트는 "즈베즈다 조선소가 러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라막스(Aframax, 10만톤급 이상)급 탱커(유조선) '블라디미르 모노마흐' 호를 지난해 러시아 국영해운사 '로스네프트플로트'사에 인도했다"면서 "그러나 전체 공정의 85%는 한국에서 이뤄졌고, 즈베즈다 조선소는 '블라미디르 모노마흐' 호의 선미와 선수 부분을 용접하고, 명판을 고정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즈베즈다 조선소 홈페이지에 소개된 쇄빙및 대형 LNG운반선 프로젝트 

이 지적은 왜곡된 한-러 조선 협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선박 건조를 통째로 외국에 넘기는 게 법적으로 금지된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들은 '즈베즈다'와 같은 자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주문하고, 이후 국내 조선 3사는 러시아 조선소로부터 하청을 받아 80%이상 건조한 뒤 납품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부활에 큰 힘이 된 러시아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척당 2,000억원대에 이르는 고부가가치의 현대식 선박을 러시아 조선소가 건조할 능력은 아직 없다. 러시아 조선소로부터 2차 수주(하청)를 받은 국내 업체들이 선체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조선소에서는 용접, 조립만 하면 된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대형 수주 사실을 발표하면서 발주처를 굳이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과 러시아 노바텍의 LNG-Barge 건조 계약식(2020년 6월 화상 진행). 왼쪽부터 대우조선해양 박형근 전무, 이성근 사장, 권오익 전무/사진 출처: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200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 '바실리 딘코프'호 /사진출처:삼성중공업

지난해 11월 23일 유럽 지역의 선주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8072억원) 규모의 대형수주 계약을 따냈다고 공시한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 쇄빙선 건조와 관련된 수주인 게 분명한데, 발주처를 러시아 법인 ‘ARCTIC LNG-2 프로젝트’라고 명시할 수는 없다. 러시아 조선소로부터 하청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코메르산트는 또 "러시아 최대 규모의 핵 추진 쇄빙선 '아르크티카'(Арктика)는 선박 인도가 3년이나 늦어졌고, 당초 설계 용량보다 줄어든 채 시운전되고 있다"며 "연초에 실시된 계류 시운전에서도 오른쪽 프로펠러 전기 모터가 부분적으로 고장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쇄빙선은 지난해 9월 2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틱조선소에서 바다로 나가, 그 해 10월 초 북극해의 얼음을 깨고 항해한 끝에 북극에 도착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조선산업의 성공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은 새해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쇄빙선, 유조탱커, 벌크선, 크루즈선, 민간 어선 등 모든 건조 물량을 국내 조선소에 100% 할당할 게 아니라, 경쟁을 시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수주 붐으로 러시아 조선소의 건조 도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때가 적기"라고도 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현재 러시아 조선업은 군 함정 건조에나 적합한 방식이고, 러시아의 조선 건조 능력을 키우거나, 수익을 얻기 위한 방식이 아니며,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며 "왜 모든 선박을 러시아에서 건조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이 새해에도 계속 지켜볼 조선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 신문은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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