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모스크바 지하철에 여성 기관사들이 다시 등장한 까닭?
새해 모스크바 지하철에 여성 기관사들이 다시 등장한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07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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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취업 금지직종 450여개가 새해 100개로 축소 - '금녀 직종'에서 벗어나
전체 인력 6만2,000여명의 36%가 여성, '기관사는 왜 못하느냐' 차별에 불만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도 새해 들어 여성 기관사들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하철에서 여성 기관사들의 목소리에 익숙한 서울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러시아에서는 구소련 붕괴이후 지난 30여년간 여성들이 지하철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여성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지하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첫번째 여성 기관사들이 운행을 시작했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에 여성 기관사 12명이 새해 첫날부터 투입돼 지하철 운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1년 가까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10월 첫 여성 기관사 후보자로 25명이 선발됐으나, 교육및 훈련 도중 절반이 탈락했다.

러시아 정부는 새해들어 여성들에게는 부적합한 직업및 직종 450여개를 100개로 대폭 줄였다. 여성의 자유로운 직업 선택과 권익 확대 등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 한다. 그 덕에 모스크바 지하철에도 여성 기관사가 30여년만에 등장한 것이다.

언뜻 여성이 취업하지 못하는 직업및 직종을 그동안 450여개나 유지해 왔다는 사실 자체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소비예트 여성들은 못하는 게 없다'는 게 구소련 시대의 구호였다. 여성 노동력을 최대로 활용해온 곳 아니었던가?

러시아 정부의 여성 취업금지 목록 축소로 지하철과 트럭 운전, 선박 서비스, 자동차 수리 직종 등에 여성 취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은과 염소, 불소 및 기타 독성 물질의 취급 분야를 비롯해 지하 및 광산 작업, 일부 유형의 금속 가공 직종은 여전히 여성 취업 금지 직종으로 남았다. 

모스크바 여성 기관사들/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모스크바 지하철을 관장하는 모스크바시 교통국은 3일 “여성 기관사들이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며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등으로 열차 운전이 더 이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모스크바 지하철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든 선택할 수 있는 일터가 된 것을 환영한다"고도 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러시아인들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지하철 역 내부에는 러시아의 역사와 삶이 살아 있고, 존재 자체가 자부심으로 바뀌는 현장이다. 그 곳에서 일한다는 것도 부러움이다. 스탈린 집권기인 1935년 운행을 시작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230여개 역사 가운데 48개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의 연간 이용객은 약 24억명(세계 2위권)으로 추정된다. 1위는 일본 도쿄(34억명) 지하철. 다만 도교와 수도권 인구가 3,8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2,000만명 안팎의 모스크바와 수도권 인구의 지하철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위)와 여성 기관사의 교육 훈련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모스크바 지하철은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곳이다. 전체 인력 6만2,000여명 중 2만2,000명 이상(36%)가 여성이다. 청소부·승강기 관리자·수납원 등이 거의 여성이다. 그래서 왜 여성은 기관사가 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한다. 소련 시절에는 여성 기관사가 근무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개통 3년후인 1938년부터 여성 기관사를 꾸준히 채용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노동부가 여성의 건강 보호를 명분으로 여성 근로 금지 직종을 확대하면서 모스크바 지하철의 여성 기관사 신규 채용이 끊겼다. 다만, 근무 중인 여성기관사는 계속 조종간을 잡았고, 지난 2014년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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