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스푸트니크V' 백신의 모든 것 -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분석) '스푸트니크V' 백신의 모든 것 -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0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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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접종 100만명 이상, 생산량도 새해들어 대폭 늘어날 듯
영국 독일과도 백신협력 추진, 가격과 유통 등 가성비도 좋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 불어닥친 2차 파동의 불길은 여전히 거세다. 백신 접종의 효과는 한 공동체의 50~60%가 접종을 한 뒤에야 나타나는 '집단적인 면역 효과'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고 하니, 아직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및 보관, 접종 준비과정 등이 기존의 백신들보다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접종 속도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가 등록을 승인한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서방측 백신 접종과 함께 우리의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러시아 백신도 서방측 백신에 못지 않게 생산과 접종, 해외 수출 등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백신 생산규모 및 접종

러시아의 첫 승인 백신 '스푸트니크V'의 접종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백신은 지난해 12월 5일 수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일반인 접종이 시작됐으며, 1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접종이 시작된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100만명 접종에 그친 것은 생산 물량의 부족 때문이다. mRNA(유전자) 방식으로 개발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인체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스푸트니크V' 백신은 이론적으로 대량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또 러시아내 백신의 생산 설비가 부족한 데다 해외 주문에도 일정 양을 배분하다보니, 러시아내 유통 물량은 적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간인에 대한 대량 접종이 늦어지는 것을 질타하며 생산 설비 확충을 지시한 탓에 새해들어 생산량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이 2월 수천만 도즈로/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 판매를 맡고 있는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DIF)의 키릴 드미트리에프 대표는 6일 "백신 생산 계획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내달부터 2천만 도즈(1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는 6월까지 생산량이 3천만 도즈에 달할 것"(지난해 12월,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이라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생산 기술의 숙련도 제고와 생산 시설의 확충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 제약회사 비노팜과 제네리움, 바이오카드(Biocad) 등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했는데, 1월에는 6개 업체로 늘어나고, 7번째 생산 시설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국내 중견제약사 '지엘라파'도 생산 물량을 전량 중동지역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러시아내 물량 부족 해소를 위해 첫번째 생산 물량은 러시아로 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으로는 새해 연휴가 끝나는 10일까지 150만 도즈가 러시아 전역에 공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개발자인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쯔부르그 대표는 5일 "현재 하루 10만 도즈의 백신이 전국에 공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백신 효과및 부작용 

러시아는 긴급 사용을 이유로 '임상 3상'을 거치지 않는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해 국가 등록을 승인하는 바람에 서방 측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보건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 주장/얀덱스 캡처

하지만 러시아는 등록과 함께 의료진 등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제 접종에 나서는 한편, '등록후 임상'(임상 3상)을 실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3번에 걸쳐 발표된 임상 3상 결과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면역 효능은 서방측 백신에 못지 않다. 면역 효과가 91.4%에 이르고,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가말레야 센터' 측은 지난달 중순 "임상 3상에서 91.4%의 면역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마리아 테오도리두 국립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은 4일 "그리스에서는 1월 말까지 22만명이 예방 접종을 맞을 계획"이라며 "일부 다른 국가에서 접종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은 임상 시험 완료 전에 백신의 대규모 접종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이라며 러시아를 거론했다.

발끈한 긴쯔부르그 '가말레야 센터' 대표는 이튿날 "스푸트니크V 백신의 일반인 접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아직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푸트니크V 백신도 파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방식으로 임상 시험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개발자 측은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결과를 국제학술지에도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백신의 종류와 차이점 

러시아에는 '스푸트니크 V' 백신 외에도 '벡토르 센터'가 개발한 백신 '에피박코로나'(EpiVacCorona)가 지난해 11월 말부터 18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등록후 임상'(임상 3상)을 시작한 상태다.

벡토르 백신/출처:홈페이지 

러시아 보건·위생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조르)의 안나 포포바 청장은 지난달 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툴라(모스크바 인근), 로스토프나도누(남부), 노보시비르스크(시베리아) 등 5개 도시 8개 의료시설에서 3천 명의 자원자들이 접종을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포포바 청장은 "접종 대상에는 60세 이상 고령자도 포함됐으며, 모두 접종 이후 상태가 좋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지난해 10월 14일 러시아 보건부로부터 신종 코로나 두번째 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에는 1상에 14명, 2상에 86명 등 모두 100명이 참가했다. 임상 3상의 초기 결과가 나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새해부터 대규모 백신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인들은 '스푸트니크V'와 '에피박코로나' 백신 중에서 선택해 접종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백신은 개발방식이 서로 다르다. 효능과 반응도 다를 게 분명하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잘 알려진 대로, 인체의 아데노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벡터 백신'이고, '에피박코로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합성으로 만든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신종 코로나 담당 타티아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두 백신은 개발 방식이 서로 달라 면역 지속기간이나 인체의 반응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스푸트니크 V는 인체에 주는 자극이 강하지만, 면역 효과는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에피박코로나' 백신은 60대 이상 노년층도 쉽게 맞을 만큼 자극이 부드럽고, 바이러스 변이에도 강하지만, 면역 지속 기간이 비교적 짧다고 했다. 완벽한 면역 효과는 최소 6개월간 지속되지만, 재접종을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백신의 검증및 해외 생산

러시아 측은 해외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기 위해 많은 국가 혹은 기업과 접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견업체인 '지엘라파'가 위탁생산을 시작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RDIF의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지난해 11월 말 백신 관련 회의에서 "전세계 40개국에 백신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제한 뒤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2021년 3월까지 해외 생산량이 월 4천만 도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것은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과의 백신 협력이다. 서방 측으로부터 효능과 안전성을 완전히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국가들과의 협력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권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메르켈 코로나 백신 공동생산 협의/얀덱스 캡처
독일, 유럽에서 러시아 백신의 공동 생산 전제조건 제시/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새해들어 첫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 백신의 공동 생산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 보건장관과 관련 기관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계속 논의를 이어가는데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미하일 무라쉬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과 옌스 슈판(Jens Spahn) 독일 보건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갖고 '스푸트니크V' 백신의 공동 생산 여부를 협의했다. 양측은 가까운 시일 안에 러시아와 독일 전문가(기관)가 스푸트니크V 백신의 공동 생산을 위한 생산 시설 물색을 위한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화이자 백신의 접종을 시작한 독일이 스푸트니크V 백신의 공동 생산 요청에 반응을 보인 것은 일종의 '립 서비스'로 판단된다. 독일 정부 울리케 데머(Ulrike Demmer) 대변인은 6일 "독일에서 백신을 생산하려면 유럽의약품청(EMA)의 인증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RDIF의 드리트리예프 대표가 지난해 11월 말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유럽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유럽의약품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만약 EMA의 승인을 받는다면, '스푸트니크V' 백신은 유럽연합(EU)의 7번째 공급 계약 백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지금까지 아스트라제네카와 Sanofi-GSK (프랑스), 얀센 (미국), 바이오엔테크-화이자, 큐어백(미국) 등 5개 제약사와 12억2천만 도스의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6번째 백신으로 모더나 백신 1억6천만 도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중 화이자가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출처:홈페이지

EU에서 탈퇴한 영국과의 백신 협력은 좀 더 구체적이다. 한때 가장 확실한 백신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스푸트니크V' 백신과의 '병용 효과' 임상에 들어간 것.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나라도 가장 먼저 '선구매'하기로 한 그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개발 백신 AZD1222와 '스푸트니크V' 를 1차, 2차로 접종하는 '병용효과'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다면, 러시아측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공동 생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측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스푸트니크V의 우크라이나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RDIF, 우크라이나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병용효과 임상 준비/얀덱스 캡처
우크라이나 업체, 러시아 백신의 국가 등록 신청/얀덱스 캡처

해외 수출및 접종 

'스푸트니크V' 백신의 수출은 주로 러시아권과 남미 중동지역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RDIF는 6일 볼리비아의 약품·보건기술청(AGEMED)이 스푸트니크 V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자체 임상없이 러시아측 임상 자료를 근거로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는 것. 볼리비아는 지난달 30일 스푸트니크 V 백신 520만 도즈(260만명 접종분) 구매 협정을 러시아측과 체결한 바 있다. 

남미 볼리비아, 스푸트니크V 백신 등록/얀덱스 캡처

남미의 2대 강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에 긍정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말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을 시작한 상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며 "스푸트니크V 백신 1,000만 도즈의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검증에 들어갔다. 브라질 보건방역당국(Anvisa)은 5일 자국의 우니아노 키미사(Uniao quimica)측으로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 허가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을 거쳐 사용을 승인할 전망이다.

RDIF 파트너, 브라질에서 스푸트니크V 임상 시험 허가 신청/얀덱스 캡처
아르헨티나,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는 1%/얀덱스 캡처

브라질의 한 주(바이아주)는 이미 자체적으로 최대 5,000만 도즈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러시아측과 합의했다. 

베네수엘라도 지난달 말 러시아와 스푸트니크 V 백신 1천만회분(500만명 접종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와 이웃한 벨라루스는 지난달 29일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다. 동유럽의 헝가리도 스푸트니크V 사용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RDIF 측은 지난달 28일 헝가리 측에 첫 번째 백신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세르비아와 스푸트니크V 백신 200만 도즈 제공 합의/얀덱스 캡처 

발칸반도의 세르비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 200만 도즈의 공급 협정을 체결했다. 세르비아는 자체 임상시험 없이 백신 사용을 승인한 뒤 6일에는 알렉산다르 불린 국방장관과 이비차 다치치 의회 의장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비아는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화이자 백신의 일반인 접종을 시작한 바 있다. 

러시아 백신의 장단점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에 대한 주의및 권고 사항은 많고도 복잡하다. "백신 접종 후 고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개발자인 '가말레야 센터'측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항체 형성에는 단백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와 신체적 자극, 과도한 육체적 운동, 알코올 섭취 등도 항체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있는 음식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1차 백신 접종 금지 대상 계층도 다양하다. 결핵과 B형, C형 간염 보유자, 매독및 HIV 환자, 급성관상동맥 증후군, 뇌졸증 환자, (백신)알레르기 반응자, 임신과 수유 중인 여성, 단기간에 임신 예정자도 백신을 맞으면 안된다.

러시아 100만명 이상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얀덱스 캡처

가성비 측면에서는 장점도 많다. RDIF 측은 "국제시장 가격을 20달러 미만으로 정해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화이자의 39달러, 모더나의 25~37달러보다 싼 백신이라는 것.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가장 저렴한 10달러 안팎으로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및 보관 측면에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가장 유리하다. 아직은 일반 의약품 유통 체계인 '콜드체인'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조만간 섭씨 2~8도에서 저장이 가능한 '동결 건조' 형태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이 경우,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을 포함한 오지에서의 백신 사용도 가능해진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일반 '콜드체인'으로 운송및 보관이 가능하지만, 화이자는 영하 70도의 초저온 냉동 시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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