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이 오르는 미-러 '우주공간에서의 영화 촬영' 대결
드디어 막이 오르는 미-러 '우주공간에서의 영화 촬영' 대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10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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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코메르산트지, "우주정거장에서 영화촬영 경비는 대체 얼마나 들까?
톰 크루즈와 러 여성우주인 대결도 흥미진진 - '괴짜' 머스크 후원할까?

올 가을에는 미국과 러시아간에 또 하나의 '우주 경쟁'이 예고돼 있다. 전통적인 우주 개발 경쟁은 아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될 영화 촬영이다. 누가 우주 공간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기록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대결이다. 영화의 촬영기법이나 3차원 컴퓨터그래픽, 스토리 대결도 관심이다.

경제지 코메르산트의 '미러 스크린 우주 경쟁' 보도. 부제가 '영화 촬영 비용이 얼마나 들까?'다./코메르산트 캡처

미국에선 세계적인 미남 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선다. 러시아는 여성 우주인이 주연을 맡을 것이라는 컨셉만 정해져 있을 뿐, '누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TV채널 '러시아-1'과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제작 영화사가 공동으로 여주인공 공모에 들어갔다.

영화의 제목은 '브조프'(Вызов, 도전이라는 뜻, 가제). 러시아 1 TV는 지난 2006년 SBS가 제작, 방송한 한국의 '첫 우주인 프로젝트'와 흡사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여주인공 공모와 비행 훈련, 우주비행, ISS내 촬영 등을 그때그때 내보내 다시 한번 '우주 여행 붐'을 일으킬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 올린 러시아 TV채널 '러시아-1'의 여주인공 오디션 페이지/캡처 
로스코스모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할 영화의 여주인공 오디션 시작/얀덱스 캡처

영화 촬영에는 돈이 얼마나 들까? 수익구조를 맞출 수 있을까?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지난 4일 '스크린의 우주경쟁 - 비용은 얼마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러 양국의 우주에서의 영화 촬영 경쟁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화 제작팀은 공히 미국과 러시아에서 경쟁력이 확실하다. 톰 크루즈라는 확실한 주인공에, 흥행 첩보물 '본 아이덴터티'의 더그 라이만(Doug Lyman)이 메가폰을 잡는다.

이에 맞서 '브조프'는 러시아 영화제작사 '황흑백 스튜디오'(студия Yellow, Black and White)가 제작에 나선다. 이 영화사는 가족 판타지물인 '마지막 영웅'(Последний богатырь, 2017년, 드미트리 디야첸코 감독)과 시간을 초월한 코미디 영화 '농노'(Холоп, 2019년, 클림 쉬펜코 감독)로 잇따라 흥행 대박을 쳤다. 두 작품은 티켓 판매로만 각각 17억 루블(255억원)과 30억 루블(450억원)을 벌어들였다. 메가폰은 '농노'의 클림 쉬펜코 Клим Шипенко)가 잡는다. 

영화 '마지막 영웅-2', 티켓 판매에서 10억 루블 벌어/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해 첫날 개봉한 '마지막 영웅- 속편'은 6일 만에 티켓 판매 10억 루블을 넘어섰다고 한다. 러시아의 탱크 영화 빅히트작인 'T-34'의 기록을 깬, 단시간내 10억 루블 돌파 기록을 세웠다. '황흑백 스튜디오'의 흥행 위력이다.

전문가들은 우주에서의 영화 촬영도 대형 영화 세트장(촬영시설)에서 거의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엄청난 양의 촬영장비와 조명, 케이블 등을 ISS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에 의한 장면 처리도 기존의 우주영화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주 현장에서만 가능한 작은 에피소드만 ISS에서 촬영해 편집함으로써 현실감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는 게 영화인들의 예상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어떤 장면이 진짜 우주 공간에서 찍은 것인지 맞춰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세트장에서 촬영된다고 해도, 영화 제작비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라고 코메르산트 지는 분석했다. 우선 주연 배우와 감독, 카메라맨 등 최소한의 제작 인원이 ISS로 가는 티켓 비용에만 수천만 달러가 든다. 안드레이 로닌 러시아 우주항공학회 회원은 "최소 3천만 달러, 20억 루블(3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ISS 세트장을 세우고, 촬영하고 컴퓨터그래픽에 출연료, 제작 인건비 등도 만만치 않다.  

영화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제작에 흔쾌히 참여할 후원사에 달렸다.

코메르산트는 세계에서 최고 부자이자 괴짜인 일론 모스크 '테슬라' 전기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영화제작팀을 후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에 대한 특유의 집착과 이벤트에 강한 면모를 그 이유로 들었다. 머스크는 몇년 전 전기 자동차 홍보를 위해 '테슬라'를 우주로 보냈고, 2018년에는 화성 탐사용 우주선 '팰컨 헤비'를 쏘아올리기도 했다.

크루 드래곤의 해상 착륙장면/사진출처:스페이스X 홈피

영화 제작을 지원한 여건도 이미 갖춰져 있다. 그가 창업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미국 우주인들을 '크루 드래곤' 캡슐(우주선)에 태워 ISS에 보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영화촬영팀을 우주왕복선 '크루'에 실을 수 있다. 머스크는 '크루' 홍보를 위해, 또 전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배팅'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그만한 후원세력이 없다.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는 우주에서의 영화 촬영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영화제작사가 영화 촬영을 고집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차원이 아니라는 게 코메르산트의 주장이다. 클림 쉬펜코 감독의 영화 '농노'가 세운 30억 루블 기록을 깬다고 하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기는 힘든다는 것. 우주강국의 자존심을 건 미국과의 대결이다. 프로듀서 콘스탄틴 에른스트는 "영화 촬영도 하나의 '우주 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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