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나발니, 출입국 심사 후 연행됐다 - 지지자들은 착륙공항 바뀌어 허탕
귀국 나발니, 출입국 심사 후 연행됐다 - 지지자들은 착륙공항 바뀌어 허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18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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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후송된지 5개월만에 귀국, 아내와 작별 키스 나눈 뒤 체포 요원들 따라가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모인 지지자 수십명도 경찰에 체포돼 - 충돌은 피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 독극물 중독증세로 독일로 떠난 지 약 5개월만에 러시아로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체포됐다. 나발니가 탑승한 포베다 항공은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당초 착륙 예정이던 모스크바 남쪽의 브누코보 공항이 아니라, 북쪽에 있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내렸다. 

나발니,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포베다항공 여객기 기내로 들어가는 나발니/얀덱스 캡처
나발니, 셰레메티예보 공항서 억류. 출입국심사대에 선 나발니/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항공기의 착륙 공항이 바뀐 줄도 모르고, 브누코보 공항에 나와 있던 나발니 지지자들은 허탕을 쳤고, 그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의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측근 8명 등 모두 50여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오몬' 요원 등 경찰 병력을 공항으로 보내 수백 명의 나발니 지지자들을 대합실 밖으로 몰아내는 한편, 러시아 국기를 들고 저항하는 일부 사람들을 연행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러나 나발니 체포에 따른 지지자들과의 충돌 등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착륙 공항을 바꾼 것으로 추측된다. 그가 탄 포베다 항공기 조종사는 기내 방송을 통해 "브누코보 공항이 기술적인 이유로 폐쇄돼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간다"고 알렸고, 항공기는 1시간 연착한 상태에서 활주로에 내렸다. 

나발니를 태운 여객기, 브누코보 공항에서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착륙공항 변경. 비행기에서 내리는 나발니/얀덱스 캡처 

포베다 항공사 측은 활주로 제설작업 중 발생한 제설차량 고장으로 인해 4대의 여객기가 착륙 공항을 바꿨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이날 셰레메티예보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뒤 대기하고 있던 연방교도소 요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트위터 등에 올라온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요원들에게 따지고 항의하는 몸짓을 보였지만, 이내 포기한 듯 동행한 아내 율리아와 작별 키스를 나눈 뒤 요원들을 따라갔다. 그의 구속 여부는 추후 법원에 의해 결정된다.

나발니 연행 순간. 위로 부터 체포요원들에게 뭔가 항의하다가(아내는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포기한 듯 아내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요원들을 따가가고 있다(아내의 표정은 가려졌다)/출처:현지 매체 rbc 영상 캡처. 영상 출처는 트위터. 

공항에서의 체포는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 그가 SNS로 귀국 일정을 알리자, 교정당국 측은 14일 "나발니가 2014년 선고된 집행유예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며 "귀국하면 곧바로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이브 로셰'의 러시아 법인으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4년 12월, 징역 3년 6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은 2019년 12월 정상적으로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17년 법원의 판결로 지난해 말까지 연장된 바 있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나발니의 집행유예 의무 위반을 근거로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심의(선고)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연행 직전의 나발니/사진출처:트위터

나발니는 지난 8월 독극물 중독증세로 기내에서 쓰러진 뒤 옴스크 응급병원을 거쳐 독일 베를린으로 가 치료를 받았다.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는 퇴원한 뒤에도 베를린에 머물면서 재활 치료에 집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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