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침묵의 미-러 관계, 23일 시위로 깨졌다? - 긴장 고조or 대화 수순 갈림길
팽팽한 침묵의 미-러 관계, 23일 시위로 깨졌다? - 긴장 고조or 대화 수순 갈림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26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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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코프 대변인 "미국과 대화할 준비 됐다", 시위 민심 추스르기도 나서
상트 진압경찰 책임자 현장서 부상한 여성 위문, 사과 - 미 '여전히 침묵'

미국의 조 바이든 새 정부 출범 이후, 미-러시아 관계는 팽팽한 긴장 상태에 빠진 듯하다. 어느 쪽도 섣불리 나서기 힘든, 숨막히는 침묵이라고나 할까? 크렘린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싱겁게 팽팽한 분위기가 깨진 것으로 보인다. 23일 러시아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 요구 시위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COVID 19)의 감염 확산을 우려한 러시아 당국의 불허 조치에도, 나발니 지지세력에 의해 강행된 시위가 미국과 러시아에게는 침묵을 깨고 서로를 향해 손짓 발짓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23일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서 대치중인 진압경찰과 시위대/현지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앞으로 양국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지,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조심스럽게 대화에 나설지 아직은 예측불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상대를 견제하는 단계에서는 조금씩 벗어나는 분위기는 분명하다.

나발니 측이 폭로한 흑해 연안의 '푸틴 궁전' 동영상에 대한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과 뒤이어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 적잖이 당황한 크렘린이 먼저 안팎으로 화해의 신호를 보냈다고 우선 평가하고 싶다.

페스코프 대변인, 미국과 대화에 응할 푸틴의 준비에 대해 언급/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대화가 성공적으로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화 중에는 의견의 차이가 노출될 것이지만, 동시에 이견을 좁힐 합리적인 그 어떤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도 그런 준비가 돼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명확한 대화 제의다. 

이후 25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외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사키 대변인의 이 발언을 소개하며 "미 러 두 정상간의 전화 통화에 대한 발표는 없다"고 지적했다. 매체들은 그러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외국 정상)이 전화를 걸어오면 전화를 받는다"는 사키 대변인의 발언에 주목했다.

사키 대변인은 페스코프의 대화 발언을 애써 무시했을 수도 있다. 기존의 미-러 관계에 덧대진 러시아 당국의 나발니 체포 사건은 민주적 가치의 회복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 측면이 크다. 나발니 석방 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의 체포를 비판하고, 이들의 석방을 즉각 요구한 미국이다. 

미 백악관, 바이든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얀덱스 캡처 

그러면서도 미국은 내달 5일로 만료되는 신 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연장하기 위한 실무협상에 적극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25일 실무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는 취임 직후 "뉴스타트 협정을 조건없이 5년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러시아는 이를 환영하며 미국 측에 구체적인 제안을 요청한 바 있다. 2010년 미-러 간에 체결된 뉴스타트 협정은 핵탄두와 핵탄두 운반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배치 수를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꾀하는 분위기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집회에 나온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가 푸틴 대통령 (개헌안)에 찬성했다"면서 "이들 역시 러시아 국민이고, 모든 관점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겔렌쥐크의 궁전 폭로영상에 대해 해명/얀덱스 캡처

푸틴 대통령도 25일 대학생들과의 화상 대화에 나서 나발니 측이 폭로한 '푸틴 궁전'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겔렌쥐크에 있다는 궁전은 나의 것도, 나의 친척 것도 아니다"며 "수영하는 사진은 지난 2016년 예니세이 강 사진을 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 불법 시위 현장서 발생한 부상자에게 사과/얀덱스 캡처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위 진압 경찰 지휘자가 시위 현장에서 진압 경찰의 폭력으로 다친 중년 여성을 병원으로 찾아가 꽃다발을 전달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과거 시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강경진압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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