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방문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비자 연장및 변경시 과태료를 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무부가 지난해 9월 외국인들의 취업활동 현황 파악을 위해 외국인등록 및 각종 체류허가 신청시 본인의 직업 및 연간 소득금액을 관할 출입국 등에 신고하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 규칙을 일부 개정했기 때문이다.
H2 비자는 근본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갖고 받는 E9 비자 등과 달리, 국내에서 취업할 경우 사업주가 신고해야 취업을 인정(특례고용 허가) 받는다. 그러나 사업주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고려인들의 근로를 굳이 신고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고려인들은 매일 불법 취업을 하고 다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무부의 시행규칙 변경에 따라 H2 비자를 지닌 고려인들은 비자 연장·변경시 소득금액을 신고할 수 밖에 없고, 그간의 불법적인 일용직 취업이 고스란이 드러나는 바람에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있다고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 측은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달 3년 기한의 H2 비자가 만료된 고려인 L(48·우즈벡 출신)씨는 출입국사무소에 비자 연장을 신청하면서 소득금액증명으로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제출했다. 출입국사무소는 L씨가 불법 취업을 했다며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너머' 측은 "고려인 동포들은 생계를 위해 일용직으로라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체류 자격을 변경하는 고려인 90% 이상은 일용소득이 확인될 수 밖에 없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L씨처럼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지난달 12~27일 보름 사이에만 1,935건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불만과 민원이 제기되자, 법무부는 한시적으로 일정 건수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일용직 취업의 경우, 취업개시 신고가 어려워 H2 비자의 특례고용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H2 비자를 가진 고려인은 모두 2만5,575명(2020년 10월 기준)으로, 이중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H2 특례고용허가(신고) 건수는 3,695건(지난해 12월 말 기준)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2만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과태료 부과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지도 모른다.
'너머' 측은 "법무부측이 뒤늦게 과태료 납부를 면제하겠다고 알려왔지만, 유명무실했던 H2 비자의 특례고용허가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