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분석)1억 조회 돌파 '푸틴 궁전' 동영상 어디까지 사실일까? - 진실 공방 중
(비교 분석)1억 조회 돌파 '푸틴 궁전' 동영상 어디까지 사실일까? - 진실 공방 중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02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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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매체, 현장 방문 촬영 동영상 공개 "공사 비계와 자재로 혼잡 그 자체"
반정부 배체 "푸틴 대통령 서너차례 방문, 지하 벙커, 주변에 '디마 별장'"폭로

'반푸틴'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터뜨린 '푸틴 궁전’은 유튜브 조회수로 1억 클릭을 넘어섰다. 왠만한 인기 엔터테인먼트 물도 따라오기 힘든 조회수다. 지난 31일의 나발니 지지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가 영상에 나온 '대통령의 변기 솔'을 들고 나올 만큼 파급력이 크다.

러시아 언론에선 친정부 매체와 반정부 성향의 매체간에 '진실 공방'도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서로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듯한데, 아직까지는 진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립되는 주요 이슈를 정리해 보자.

◆진짜 소유자는 누구일까?

우선 누구의 소유일까? 나발니 측은 국영기업과 올리가르히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바친 '뇌물성 리조트'라고 주장했다. 이 궁전의 존재가 처음 불거진 것은 10년 전인 지난 2010년. 당시 푸틴 대통령은 총리 신분이었고, 폭로자는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청원하는 형식이었으나 유야무야됐다.

나발니가 유튜브에 올린 '푸틴을 위한 궁전'

법률적으로 이 리조트의 소유자는 한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친구이자 유도 파트너, 부동산건설 분야 올리가르히로 알려진 아르카디 로텐베르그가 지난 1월 30일 "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업 '비놈'이 소유자라는 보도도 나왔다. 우리 식으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현지언론에도 그런 식의 확인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현지 탐사보도 매체들에 따르면 이 리조트를 처음 건설하다 지난 2011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알렉산드르 포노마렌코에게 넘긴 사람은 니콜라이 샤말로프다. 푸틴 대통령의 친구로 1990년대 함께 결성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다차 협동조합인 '오제로(호수)' 멤버다. 그는 '장인 찬스'를 사용해 러시아 최대 화학공장 '시부르'의 2대 주주가 됐다는 전 둘째 사위 키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확인되지 않는 보도로만 보면)푸틴 대통령과는 한때 사돈간이었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포노마렌코 (이사회 의장)는 '궁전'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고 발표/얀덱스 캡처 
아르카디 로텐베르그, 푸틴 궁전의 '수익자' 자처/얀덱스 캡처

셰레메티예보 이사회 의장 포노마렌코는 2011년 이 리조트를 3억5천만 달러(약 3천850억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자 파트너들과 함께 인수했다고 했다. '푸틴 궁전' 문제가 불거진 뒤 그는 지난 1월 27일 셰레메티예보 공항 언론 서비스를 통해 "5년 전인 2016년 손을 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푸틴 대통령의 친구 로텐베르크가 “몇년 전에 채무자의 빚 대신에 이 리조트를 받았다"며 “내후년이나 그 뒤에 아파트형 호텔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리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국가 인프라 건설로 돈을 번 건설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첫 건설주 샤말로프와 현 소유주 로텐베르크는 모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기반으로 성장한 '방크 러시아'(대주주 유리 코발추크)와 엮어 있는 인물들이다. 푸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푸틴 친구(혹은 측근)들이 미국 LA에 있는 '비버리 힐스'와 같은 부촌을 상트페레르부크그에 하나 지은 뒤 겨울 휴양지로 흑해 연안에 새로운 리조트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의 전기 작가인 알렉산드르 코롭코(Александр Коробко)도 그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 호화시설은 어느 정도 사실일까?

'푸틴 궁전'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재건축 중이라는 사실은 나발니 측도 폭로 동영상에서 일부 인정했다. 그렇다면 동영상에서 폭로한 호화 시설은 사실일까? 

흑해 연안의 호화 별장 '푸틴 궁전'

나발니 측은 드론을 띄워 흑해 연안 '이도코파스 곶' мыс Идокопас에 위치한 '푸틴 궁전'의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저택을 중심으로 숲과 포도밭, 와이너리 등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끝은 흑해와 맞닿아 있다. 건축 계획과 내부 모습은 실제 작업을 한 업체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정교한 3D 비디오 영상으로 내부 모습도 보여줬다.

나발니 측의 '푸틴 궁전' 영상을 실제 촬영한 독일의 스튜디오는 미국 측으로부터 의뢰를 받았다는 게 독일 언론에 의해 밝혀진 상태다.

'푸틴 궁전' 영상 제작자는 독일의 스튜디오로 밝혀져/얀덱스 캡처

하지만 텔레그램 채널 '매쉬'와 러시아 TV 채널 러시아-1에 따르면 그 영상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매쉬'의 현지 리포트 영상은 '(웅장한 모습의) 현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타는 각종 시설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아래 동영상 참고

호화 시설로 추정되는 장소는 공사용 비계와 자재들로 혼잡하다. 나발니 측은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사진은 100% 팩트"라고 주장했지만, 100% 사실은 아닌 것 같다.

'매쉬' 채널에 등장한 현장 책임자는 "공사 시간이 앞으로 5~6년은 더 필요할 것" 이라고 말했다. 나발니측 동영상과 비슷하게라도 되려면 아직 시간이 꽤 더 필요하다.  

**영상 출처: 러시아 TV 채널 '도쥐' 일부 캡처

푸틴 궁전의 호화 시설들. 위로부터 (스트립쇼 기둥이 있는) 물담배 바, 수영장, 응접실/유튜브 

이 영상이 공개되자, 나발니 측은 "공사중인 곳도 있지만, 일부는 존재하는 시설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이 영상 제작의 배후에는 크렘린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정부 성향의 TV 채널 '도쥐'('비'라는 뜻)는 해외서 활동하는 반러시아 매체 '메두자'를 인용, "공사 책임자가 대통령 경호와 출입국 관리 등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기구(FSO) 소속의 장군급 인물"이라며 "(자신의 소유라고 밝힌) 로텐베르크가 아닌 일반적인 부동산 기업가라면 '아파트형 호텔'로 만들 생각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메두자'는 자체 취재를 종합해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된) 아쿠아디스코텍은 1개가 아니라 2개가 있다"며 "'푸틴 궁전'에서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소위 '디마(드미트리의 약칭)의 다차'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디마의 다차'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마의 다차'의 왼쪽에 아쿠아디스코텍이 보인다

이 매체는 또 "궁전 아래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폭격을 우려해 거대한 지하벙크가 조성됐으며, 100m에 이르는 터널로 흑해 바닷가까지 바로 연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현지 매체 사베세드니크

'메두자'는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본사를 둔 인터넷 매체다.

◆ 푸틴 대통령은 방문한 적이 있을까?

메두자는 또 공사 계약업체의 입을 빌어 푸틴 대통령이 적어도 몇차례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흑해 휴양지 '소치'와 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헬기로 방문할 수 있다고 본다. 

공사 계약업체, 푸틴 대통령의 현장 방문 증언/얀덱스 캡처

메두자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시 인부들의 현장 접근을 막아 공사가 중단됐다"며 "푸틴 대통령이 한번 정도는 (소치 휴양지에서) 요트를 타고 이 곳으로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트로 '이도코파스 곶'으로 와 지하 터널로 궁전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나발니 측도 폭로 동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듯한 화면'으로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수차례 "이 시설은 푸틴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일 '대통령이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국가 기간시설의 공사 현장에는 격려차 방문하지만, 사적인 용도의 공사 현장에는 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소위 '푸틴 궁전'이라는 사적인 용도의 리조트에는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 전기 작가인 알렉산드르 코롭코는 스캔들이 불거진 뒤 '호화 저택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이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지금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그 궁전 이야기를 들었을때 눈살을 찌푸렸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락 여부) 결정은 뒤로 미뤄졌으며, (그같은 저택을) 소유한다는 건 그의 스타일에 안맞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과의 대화하는 푸틴 대통령. 수영 장면은 2016년 예니세이강 사진의 편집(монтаж)이라고 해명하는 순간이다/출처:메두자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원본은 크렘린.ru

푸틴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화상으로 열린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푸틴 궁전' 영상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영상에 나오는 수영 사진은 지난 2016년 예니세이 강 사진을 편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궁전'의 주변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고, 해안 접근도 사전 허락이 필요하다는 사실 등은 이 시설 이용자가 최고위층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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