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완전히 묶인 나발니 - 모스크바 법원 집행유예 취소 판결
손발 완전히 묶인 나발니 - 모스크바 법원 집행유예 취소 판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03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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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주말마다 열린 석방 시위가 판결에 영향 준듯, 2년 6개월 더 복역해야
판결 뒤 모스크바 시내 곳곳서 석방 요구 시위 - 미 국무부 "즉각 석방해야"

독일서 독극물 중독 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 체포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앞으로 2년 6개월간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하는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2일 열린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 취소 공판에서 심리 시작 9시간여 만에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도록 판결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가택연금'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결과는 교정당국이 요구한 징역형으로 나왔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푸틴 궁전' 폭로 유튜브 영상과 지난 2주간 주말에 열린 나발니 지지 시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는 이미 1년을 '가택연금' 상태에서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2년 6개월을 교도소에서 지내야 할 것으로 타스통신은 전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진 뒤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으며, 미국 등 서방측에서도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미국 등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이라며 석방 요구를 일축했다.

나발니 변호인, 집행유예의 취소 판결에 항소/얀덱스캡처
모스크바 시내서 벌어진 나발니 지지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연행이 시작됐다/얀덱스 캡처
크렘린 인근에서 연행되는 나발니 지지자/사진출처:현지 언론 rbc 동영상 캡처

이번 판결은 러시아 교정당국이 나발니를 집행유예의 의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집행유예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에 따른 것이다. 나발니는 지난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2017년 "자의적이며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으나, 러시아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번복하지 않았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이날 공판에서 "나발니가 지난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최소 6차례나 감독 기관에 출두하지 않는 등 집행유예 시 부과된 의무들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집행유예 판결이 실형으로 바뀔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에서 퇴원한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집행유예 만료 기간인 연말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감독기관에 출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판 직전 모스크바 시 법원에 나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나발니의 모습. 옷 매무새도 고치고 팔짱을 낀채 대화하고 있다. 이후 수갑을 차고 법정에 들어섰다./ 사진출처:모스크바 시 법원 동영상 캡처 

 

나발니 변호인은 "지난해 8월 이후 독극물 중독으로 인한 독일 내 치료 과정이 길어졌고, 퇴원 후에도 현지서 통원 재활치료를 계속하면서 집행유예 의무 사항인 출두 신고 등을 지킬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이날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가둘 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라며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시위 참여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재판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항변했다.

나발니 공판이 열리 모스크바시 법원 인근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을 연행하는 경찰(위)와 관련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인권단체/캡처 

러시아 당국은 공판이 열린 모스크바 시법원 부근 도로를 거의 차단한 채 법원으로 향하던 나발니 지지자들 수백명을 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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