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숨겨진 딸' 이 나발니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했다고?
푸틴의 '숨겨진 딸' 이 나발니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했다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07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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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 루이자의 인스타그램 사진 게재 - 현재는 '사라졌다?'
'Make love not war'를 올리고 구소련의 민주화 시위 사진 태크했다는데..어디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엘리자베타(18)가 지난달 23일와 31일 러시아 전역을 휩쓴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에 연대를 표시했다는 기사가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에 실렸다. 나발니 석방을 위한 두번째 시위(31일)가 열린 다음날인 지난 1일자다. 

'더 선'은 엘리자베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전쟁말고 사랑을 만들자(Make love, not war)"는 글과 1989년 소련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 시위 사진을 올려 나발니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푸틴의 숨겨진 딸이 '전쟁말고 사랑을 만들자'고 호소했다는 '더 선'지 보도/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Make love, nor war' 사진 페이지/더 선 캡처

1주일이 흐른 7일 새벽 현재, '더 선'이 보도한 문제의 사진들을 엘리자베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어떤 10대 소녀가 자신의 명품을 자랑하는 듯한 사진으로 그득하다. 구찌 마스크에 입생로랑(YSL), 보테가 베네타, 톰포드, 샤넬, 돌체앤가바나(D&G), 발렌티노, 알렉산더왕 등. 

지난 1월 19일 나발니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로한 '푸틴 궁전'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엘리자베타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알려졌다고 하는데, 당시에도 크게 늘어 8만7,000여명을 기록했던 팔로워는 7일 현재 9만8천여명으로 1만여명이 더 증가했다.

궁금한 것은 '푸틴의 숨겨진 딸'로 거의 공인된 상태에서도 왜 인스타그램 계정을 끝까지 닫지 않고 있느냐는 점. 실제로 "왜 계정을 닫거나, 댓글을 막지 않지?"라고 궁금해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15일 따뜻한 스웨터의 사진을 포스팅한 그녀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폭로에 의해 팔로워가 급증한 뒤인 23일에는 운동화를 신은 '발목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푸틴 궁전'을 빗댄 댓글도 숱하게 달렸다. 

엘리자베타의 인스타 계정. 지난달 23일 포스팅한 신발 사진(아래쪽 가운데)이후 4장의 사진이 더 올라왔다/인스타그램 캡처 

그리고 지금까지 4장의 사진을 더 올렸다. 속이 비치는 베이지색 자켓과 연보라색 가방을 등어리에 맨 나체(?) 사진 2장, 목걸이로 보이는 금빛 장식품이다. 여전히 '푸틴 궁전'을 빗대 "아쿠아디스코텍에서 입을 옷이냐"(자켓 사진) "아쿠아디스코텍에서 찍은 것?"(가방 사진)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그런데, 그녀가 뜬금없이 "전쟁말고 사랑을 만들자(Make love, not war)"이란 글과 구소련의 민주화 사진을 올렸다니,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캡처 사진으로 판단하면, 그 사진은 인스타그램 계정 소유자의 사진을 클릭할 경우, 볼 수 있는 코너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은 '잡지 사진'으로 바뀐 상태다.

앞으로 또 다른 사진으로 바뀔 것이다. 소유자가 (더 선과 같은 타블로이드)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고 바꿨는 지도 모른다. 

더 선에 실린 사진(위)과 7일 현재 사진/캡처 

구소련의 민주화 사진도 현재는 찾을 수 없다. '태그 코너'엔 시위 관련 사진으로는 진압경찰이 '섹스 숍'을 진압(?)하는 동영상 패러디물이 올라 있을 뿐이다.   

시위 관련 사진으로는 진압경찰의 패러디 동영상(왼쪽 위)이 유일하게 올라 있다./캡처
더 선이 엘리자베타가 태그했다는 구소련 시절의 흑백사진. 사진 속 시위대는 "(경찰)고무봉을 녹여 콘돔을 만들자"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더 선 캡처

러시아 탐사보도매체 '프로젝트'(러시아어로는 проект)에 따르면, 엘리자베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서 한때 청소부로 일했던 크리보노기크의 딸이다. 그녀가 푸틴 대통령과 사귀면서 낳은 딸이라고 한다. 러시아 최고 권력자로 올라선 애인(?) 덕에 그녀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기반으로 하는 상업은행 '방크러시아' 의 주주사 지분과 다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나발니는 독일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지난달 중순 귀국하는 공항에서 긴급 체포돼 복역중이다. 그의 지지세력은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며 지난달 2주 연속 주말(23일과 31일)에, 그리고 나발니 재판이 열린 지난 2일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당국은 신종 코로나(COVID 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를 불허했으나, 나발니 시위대는 시위를 강행하다 1만1천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수천명은 훈방조치 등으로 풀려나지 못한 채 형사재판 혹은 즉결심판을 받기 위해 구금된 상태다. 

나발니 지역 네트워크는 지난 4일 '시위를 더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 (집회 금지와) 날씨가 풀리는 봄까지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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