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책읽기 - 일상이 의미 부여, 톨스토이가 쓴 노자 도덕경, 중앙아시아사
설 연휴 책읽기 - 일상이 의미 부여, 톨스토이가 쓴 노자 도덕경, 중앙아시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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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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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COVID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해야 하는 분들에게 러시아CIS 관련 신간 몇권을 소개한다. 평소에 관심은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인 제약 등으로 선뜻 손에 들지 못했던 책. 어차피 설날 연휴 기간에 바깥나들이가 곤란하다면, 속을 끓이기 보다는 마음의 양식이라도 채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일상이 의미 부여
(황혜리 지음, 읽는고양이 펴냄, 160쪽, 1만1,900원) 

답답한 일상을 툭 터놓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신종 코로나로 무려 1년간 눌러놓았던 마음을 풀어놓고 확 트인 시베리아 대륙을 달려보자. 그러면서 그속에 담긴 일상의 의미를 찾아보자.

이 책은 여행 길에 나서는 순간, 낯선 곳에서 절감하는 이방인의 심정에서 그동안 지루하게 몸담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가 그것을 절절하게 느낀 곳은 의외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였다. 

저자는 스물아홉되던 해 겨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랐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 그런데 의외로 홀로 남겨진 막막한 여정에, 삭풍이 몰아치는 시베리아의 차디찬 기운에 문득 떠오른 게 한국에 두고온 일상이었다고 했다. 덜컹거리는 기차 바퀴 소리를 들으며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기에는 떨치지 못할 일상의 익숙함이 너무 큰 탓은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썼다.
“러시아 여행은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먹고 자고 놀았던 소소함 그 자체였다. 그 평범하고도 여유롭고 진득한 시간들은 내가 감춰두려 했거나 잊고 있었던 나의 진짜 모습들을 들춰내 다시 기억하게 해주었다”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겨울이란 계절에 처음으로 애착이 생기도록 만들었다. 나는 다시 치열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지만, 이 겨울을 잘 견뎌낸 나를 위한 선물로 곧, 가장 강력한 봄이 도사리고 있음을 예감한다”고. 

◆노자 노덕경
(톨스토이·고니시 공역, 최재목 역주, 21세기 문화원 발간, 3만3,300원)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최초로 러시아어 완역서 '노자 도덕경'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리나', '부활' 등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걸작을 남긴 인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말년에 부처와 불교, 노자와 공자에 심취했으며 '노자 도덕경'의 '도(道)'와 '무위(無爲)'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모스크바대학에 유학온 일본인 고니시 마스터로와 함께 1892년 11월부터 1893년 3월까지 '노자 도덕경'의 러시아어 번역을 완성했다. 그렇게 러시아에서 최초로 '노자 도덕경'이 나왔다. 

톨스토이는 유럽인의 관점에서, 또 톨스토이의 비폭력 평화주의 관점에서 '노자 도덕경'의 일부 내용을 과감히 윤색하거나 생략했다고 한다. 노자 전문가들에게, 또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점이지만, 그게 바로 러시아어판 '노자 도덕경'이 갖는 특징이다. 그것도 톨스토이가 번역한 '도덕경'의 장점이다. 

번역한 이는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다. 1913년 모스크바 피차트노에젤라 출판사에서 발간된 러시아어판 '노자 도덕경'(ЛAO-CИ TAO-TE-KИHГЪ, 1913년 간행, 레닌도서관 소장)을 한글로 번역하고 주해를 달았다. 특히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톨스토이 번역본의 원본격인 81장 체제 왕필본(王弼本) '노자 도덕경'을 함께 실었다. 왼쪽에는 톨스토이·고니시가 번역한 '노자 도덕경'의 한글 번역을, 오른편에는 81장 체제 왕필본 '노자 도덕경'의 한글 번역을 대비시킨 것. 

또 원문의 미주 ‘세르게이 두릴린'의 각 장 해설도 번역하여 붙였다. 

◆ 중앙아시아사
(피터 B 골든 씀, 이주엽 옮김, 책과함께 펴냄, 1만8,000원) 

흔히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구소련의 카자흐 우즈벡 키르기스 타지크 투르크멘 5개국 지역을 떠올린다. 정확하게는 볼가강 서쪽에서 서시베리아 사이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뜻한다. 5개국 외에 몽골과 중국의 신장등이 포함된다.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민족과 역사에 따라 경계선은 늘 유동적인 곳이었다. 서로 다른 민족과 언어, 풍습과 문화가 얽히면서 뚜렷한 특징별로 차별화하기는 어렵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생활양식은 존재했다. 오아시스 지역에 자리잡은 주민들의 생활양식과 스텝 지역의 유목민 생활양식, 2가지다. 

중앙아시아인의 기원은, 약 4만년 전의 방하기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가 중동과 유럽을 거쳐 사냥감을 쫓아 이 지역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서다. 세계 인구가 1,000만명 정도였던 BC 약 1만년~BC 8,000년에 이 지역 주민은 약 50만명 정도로 추정됐다.

이 지역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근대 이전에 몽골과 티무르제국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유라시아 문명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세기 이후에는 제정러시아와 청나라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세계 문명의 연결자, 또는 주역의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 교역의 주역이 됐고, ‘칭기즈칸’을 세계 제국의 지도자로 키워내며 몽골제국을 태동시킨 산파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중앙아시아 역사를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한 학자라는 피터 골든이 균형된 시각으로 쓴 중앙아시아 통사다. 특히 중앙아시아를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해온 지역이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만나온 공간으로 다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가 펴내는 ‘새 옥스퍼드 세계사(The New Oxford World History)’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간됐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저자 이주엽이 번역을 맡았다. 오랜 시간 저자와 소통하며 꼼꼼하게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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