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 러시아 테니스의 상징 '메드베데프' 완패
"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 러시아 테니스의 상징 '메드베데프' 완패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22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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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픈 결승서 노바크 조코비치 만나 0-3으로 우승컵 내줘
연승도 '20'에 끝났고, 메어저대회 우승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

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8천만 호주달러·약 686억원)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는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의 연승 기록도 20연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오스트리아 대회 8강에서 케빈 앤더슨(남아공)에게 0-2(4-6 6-7<5-7>)로 진 이후,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20연승을 내달렸다. 그 사이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와 12차례 만나 모두 이기는 '돌풍'을 일으킨 메드베데프였다. 

노바크 조코비치, 호주 오픈 결승서 다닐 메드베데프 꺾어/얀덱스 캡처

하지만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 '돌풍'을 잠재우고, 대회 3연패(2019~2021년)에 21연승에 성공했다. 역대 최장기간 세계 랭킹 1위 기록에도 오를 전망이다. 이전 기록은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보유한 310주 1위 기록. 총 309주간 1위를 기록 중인 그는 이번 우승으로 페더러의 기록을 뛰어넘는 게 확정됐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횟수도 18회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인 20회에 바짝 다가섰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이날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게 3-0(7-5 6-2 6-2)으로 완패했다. 첫 세트를 아쉽게 내준 뒤, 팽팽하던 실이 끊어진 듯 2, 3세트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평이다. 지난 2019년 US오픈에서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한 뒤 찾아온 메이저 대회 첫 우승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담긴 관전 평이다.

메드베데프 호주 오픈 경기 모습/사진출처:호주 오픈 트위터

메드베데프는 지난 2019년 US오픈 결승에서 나달에 2-3(5-7 3-6 7-5 6-4 4-6)으로 패한 바 있다.

조코비치와의 결승전 1세트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조코비치와 최근 네 차례 맞대결에서 3승1패 우위를 보인 메드베데프는 첫 세트 시작과 함께 긴장한 듯 0-3으로 뒤지다 연달아 3게임을 따내며 경기력을 되찾았다. 그러나 6-5로 뒤진 승부처에서 메드베데프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라켓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서브 게임마저 내주고 말았다.

테니스 라켓을 내팽개치는 메드베데프/현지 매체 영상 캡처

1세트를 패한 메드베데프는 2세트부터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2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0-1에서 연달아 4게임을 내줬고, 3세트 역시 초반 3게임을 모두 조코비치에게 내주며 주저앉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신종 코로나(COVID 19)로 얽힌 복잡한 심정을 깨끗이 정리한 모습이다. 그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 "최근 몇 달간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지난 1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호주 오픈 우승 이후, ATP 투어가 중단되자 그해 6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등에서 '아드리아 투어'라는 미니 투어를 직접 개최했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유럽 특유의 방만한 분위기에 빠져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가 본인을 비롯해 '아드리아 투어' 출전자들이 대거 '신종 코로나'로 확진되는 바람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9월 US오픈에서는 16강 경기 도중 신경질적으로 쳐낸 공이 선심의 목에 맞는 바람에 실격패를 당했고, 10월 프랑스오픈에서는 결승에서 최대 경쟁상대인 라파엘 나달에게 0-3(0-6 2-6 5-7)으로 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대회 시상식에서  자신보다 9살 어린 메드베데프를 향해 "아마 그랜드 슬램(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그래도 몇 년 더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고 농담을 던지는 등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코비치는 1987년생, 메드베데프는 1996년생이다.

'잘 나가는' 두 선수의 팽팽한 대결은 앞으로도 ATP 투어를 즐기는 또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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