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북 러시아 외교관 일행, 거의 '탈북민 루트'로 북한 국경 넘었다
주북 러시아 외교관 일행, 거의 '탈북민 루트'로 북한 국경 넘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26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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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외무부 텔레그램 "기차로 32시간, 버스로 2시간, 그리고 걸어서 국경 넘어"
코로나 사태로 북-러 국경봉쇄 1년여, 물자 부족등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듯'

신종 코로나(COVIG 19) 방역을 이유로 국격을 폐쇄한 북한에 주재해온 러시아 외교관들과 가족 등 8명이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하산의) 북-러 국경을 넘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외교관 등 8명 간이 철도 차량을 밀고 북한을 빠져나왔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의 3등 서기관 블라디슬라프 소로킨과 그의 가족 등 러시아인 8명은 (평양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접경 지역까지 온 뒤 1㎞ 정도를 간이 철도차량(대차- 나중에 국내 언론을 보니, 해석이 가지가지다. 손수레, 궤도수레, 레일바이크, 카트 등등 철도청에서는 이런 철로 짐수레를 뭐라고 부르나? 무거운 짐을 싣고 궤도위를 가는 건 '대차'라고 한다)를 밀고 두만강 철교를 넘었다고 러시아 외무부의 텔레그램 채널이 25일 전했다.

텔레그램 채널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양국을 잇는 두만강 철교를 가족과 짐을 실은 간이 철도차량을 소로킨 3등 서기관 등이 밀고 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러시아 국경 쪽에 있는 동료들을 확인하는 순간, "이제는 살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기뻐했다. 

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캡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월 이후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러시아와 중국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기및 열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주민들의 양국 국경 이동도 완전 차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외교관 일행의 귀국은 거의 '탈북민 수준'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 외교관 등 8명은 평양에서 기차로 32시간, 버스로 갈아타고 2시간을 달려 양국 접경 지역에 도착한 뒤 걸어서 국경선을 넘었다"며 "일행 중 유일한 남자인 소로킨 3등 서기관이 간이 철도 차량을 1㎞ 가량 밀고 국경을 넘어왔다"고 전했다. 또 "그의 세살배기 딸이 일행중 가장 어린 아이였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가장 중요한 구간은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였다"며 "사전에 간이 철도 차량을 마련한 뒤 사람과 짐을 싣고 러시아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 지도를 보면, 러시아의 국경도시 하산과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북한쪽 철도역은 두만강역이다. 소로킨 서기관이 1㎞ 가량을 간이 철도차량을 밀고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만강역에서 어느 지점까지는 북한 측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얀덱스 지도를 보면, 두만강을 건너는 철도위에 왼쪽에 두만강 Туманган역, 오른쪽에 하산 Хасан 역이 보인다./캡처

러시아 외교관들과 가족, 국민들이 국경봉쇄 이후 북한을 빠져나온 것은, 지난해 3월 항공편, 7월 육로를 이용한 귀국이 '유이'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3월에는 북한이 특별항공편을 평양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띄웠다. 당시 평양 주재 외교관 등 외국인 약 80명이 특별기 편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7월에는 북한에 거주하던 러시아인들이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접경지역으로 가 두만강을 건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평양역에서 귀국하는 러시아인들을 전송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9일 주북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떠나는 사람과 전송하는 사람들의 기념 사진이라고 했다. Отъезжающие и провожающие. Фото на память/캡처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뒤 북한 내부 상황을 전해주는 통로로는 마체고라 대사가 거의 유일하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달 초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 평양에서조차 밀가루·식용유·설탕 등 생활필수품과 의약품을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북한 내 주요 공장들도 설비 운용에 필요한 부품이 수급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된 곳이 많다"고 전한 바 있다.  

또 주자나 슈티호바 체코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국경 봉쇄로 인한 물류 문제를 이유로 평양 주재 체코 대사관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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