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과 전쟁에서 패한 아르메니아, 군부마저 총리에게 패전 책임을 묻다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에서 패한 아르메니아, 군부마저 총리에게 패전 책임을 묻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2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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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쉬냔 총리,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용 여부 놓고 야권 측과 충돌
군부 불만도 폭발, 총리 퇴진 요구에 가세 - 정부 '쿠데타'라며 여론전 펼쳐

분쟁 지역 '나고르노 카라바흐'를 놓고 이웃 아제르바이잔과 전쟁도 불사했던 카프카스 3국(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의 하나인 아르메니아가 최악의 정국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쟁에서 패한 니콜 파쉬냔 총리가 반대세력의 퇴진 요구에도 끝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예상된 최악의 파국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보인다.

특히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에서 파쉬냔 총리가 보여준 군 지휘에 불만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군부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주목거리다. 

푸틴 대통령과 파쉬냔 총리, 전화로 아르메니아 사태 논의/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아르메니아 측의 요청으로 가진 파쉬냔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르메니아 혼란 상황을 논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아르메니아의 질서및 평화 유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태 해결 등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바가르샥 아루튜냔 아르메니아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현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수뇌부의 전화 통화는 아르메니아 군부의 '반 파쉬냔'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자칫 군부가 '반 파쉬냔' 거사(?)에 나설 경우, 이를 통제하는 방안이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파쉬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세력은 군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아르메니아 반정부 시위/사진출처:SNS

야당 일각에서는 파쉬냔 총리가 국가를 내분 위기로 몰아 현 상황을 타개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쉬냔 총리가 이날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친 정부' 시위에 나타나 지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예레반에는 파쉬냔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양측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파쉬냔 총리는 지난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권력을 잡은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파쉬냔 총리의 반정부 시위로 권력을 잃은 세르스 사르그샨 전 대통령(총리)가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투 초기에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사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를 압박한 게 발단이다. 파쉬냔 총리는 이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제 1부총참모장 티란 하차트랸이 총리을 비판하고 나섰다. 

파쉬냔 총리, 내각 사퇴를 요구한 군총참모장 해임/얀덱스 캡처

놀란 파쉬냔 총리는 군부를 향해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을 촉구하며 부참모장을 해임했다.

정부에 대한 군부의 불만도 폭발했다. 아르메니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등 총참모부 지도부가 파쉬냔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총리는 이를 '쿠데타 시도'라며 오닉 가스파랸 총참모장도 전격 해임했다.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르메니아는 총리의 제정으로 대통령이 총참모장은 임면한다. 총리가 제정했으니, 대통령은 총참모장을 해임하는 게 순리이나, '반 파쉬냔' 성향의 아르멘 사르키샨 대통령은 아직 서명은 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쉬냔 총리는 이번 사태를 '권력 유지'를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뜻이 분명히 보인다. '군부 쿠데타' 운운하며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도, 유럽도, 유엔도 '군부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아르메니아 의회, 파쉬냔 총리 탄핵 문제를 다룰 총회 소집을 거부/얀덱스 캡처

또 파쉬냔 총리측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의회는 총리 탄핵을 논의할 비상 의회 소집을 거부했다. 이에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사당 주변에 몰려 규탄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의 정국 혼란으로 지난해 간신히 성사시킨 '나고르노-카라바흐' 평화 협정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교전을 벌였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그해 11월 푸틴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파쉬냔 총리는 이후 전쟁 패배의 책임 요구에 시달려왔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 직후 파쉬냔 총리를 향해 패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파쉬냔 총리에게 권력을 넘겨준 사르그샨 전대통령 측도 지지세력을 동원해 지금까지 석달 이상 예레반에서 총리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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