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살인자' 표현에 푸틴 대통령은? 정상간 '화상 공개 토론' 요청
미국의 '살인자' 표현에 푸틴 대통령은? 정상간 '화상 공개 토론' 요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19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집중적인 대러 공세 - 추가 제재에 바이든의 "응징" "살인자" 표현
러, 주미 대사 소환으로 불만 표출, 푸틴 "누워 침밷기" "건강 잘 챙기시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온라인으로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토론을 곧바로 가졌으면 한다".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동의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출범 이후 높아져만 가는 미-러 양국간 외교 갈등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푸틴 대통령은 정상간의 '직접 화상 대화'를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 (화상)대화 제안/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8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7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한 뒤 러시아 보도 전문 채널 '러시아-24' 방송을 통해 "방금 생각해낸 것"이라면서 "지난번(1월 26일) 미국 정상과의 전화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졌으니, 이번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온라인 시대에 맞춰 그(바이든 대통령)를 온라인 토론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휴식을 취할 겸 타이가 지역을 찾을 것"이라며 "내일이든, 주말이 끝난 직후 월요일이든 지체없이 온라인 대화를 갖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방식의 대화가 양국 국민, 나아가 많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라며 "양자 관계와 전략적 안정, 지역 갈등의 해결책, 전염병과의 싸움 등 논의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7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이 살인자이냐?"라는 ABC 방송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외신들이 양국 관계가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반응은 '쿨'하다 못해 대범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미러 관계는 예상대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다. 푸틴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가 늦어진 것을 시작으로 한 양국 정상의 신경전은 지난 1월의 첫 전화 통화에서부터 '살인자' 표현에 이르기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크림반도 병합 7주년 콘서트.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관객은 드문드문 보인다/사진출처:크렘린.ru

게다가 '반푸틴'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대한 서방 측의 보복조치는 양국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 고위관리 7명, 5곳의 보안기관및 연구소, 14개 단체(업체)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 제재는 18일부터 발효했다.

바이든 대통령,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러시아 책임론 제기/얀덱스 캡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작년 미 대선 국면에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미 CNN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미 ABC 방송은 이 보고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그는 "러시아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월 푸틴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에서 직접 언급한 경고 수준과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 ABC 방송 기자는 "푸틴을 살인자로 간주하느냐?"고 추가 질문을 던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나발니 중독사건을 의식한 질문과 답변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나발니 중독 사건에 대한 대러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러시아가 화학 무기로 사용할 지도 모르는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고, 교체 부품과 장비, 기술 및 소프트웨어 등 '기존 수출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유로 그동안 수출 금지 목록에서 예외로 인정했던 부분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재 역시 18일부터 적용됐다.

미러 양국간 현안은 크게 보면 대선 개입과 나발니 사건으로 보인다. 두 가지 모두, 러시아측으로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공개 대화를 요청한 것도, 이 부분에 대한 해명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러 외무부, 미국과의 관계 협의차 주미 대사 소환/얀덱스 캡처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주미대사를 소환하는 것으로 공식 표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7일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미 관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등을 분석하고 협의하기 위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모스크바로 소환했다"고 밝혔지만, 시기나 방법 상 누가 봐도 외교적인 불만 표출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새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지 거의 2개월이 됐으며, 조만간 상징적인 100일이 다가온다"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실상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도 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싶다"고도 했다.

크림 반도 주민들과 화상 대화를 갖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도 18일 크림 지역 사회활동가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예로 들며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미국의 '살인자' 표현을 꼬집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대한 핵무기 공격, 미 대륙 개척 당시의 토착 인디언 학살, 노예제, 흑인문제 등 미국의 부끄러운 '살인자' 과거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러시아 정치권은 미국의 살인자 표현을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 우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정치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이 나쁜 건강이나 노인성 치매 때문일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