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코비박' 대표단의 방한이후, 아직 조용한 이유는?
러시아 백신 '코비박' 대표단의 방한이후, 아직 조용한 이유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22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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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표단, 19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 이후 포착된 움직임을 아직 없다?
한달전 '스푸트니크V' 팀은 도착후 움직임과 일정이 내내 주목받았는데..

"러시아 정보가 진짜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COVID 19)의 세번째 백신 '코비박'(CoviVac, 러시아어로는 КовиВак)의 국내 위탁생산(CMO)설이 난무했는데, 팩트 체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 관련주가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뒤여서 '코비박'에 대한 증시 안팎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코비박' 백신/출처:추마코프 센터

지금까지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코비박' 백신의 개발사인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의 전문 인력은 지난 19일 낮 12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것이다. 이들은 '추마코프 센터'측과 독점적 양해각서(MOU)를 맺은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MPC, Moscow Partners Corporation)의 주도 하에 쎌마테라퓨틱스와 GC녹십자, 휴먼엔의 공동 초청으로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도됐다.

MPC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쎌마테라퓨틱스 측은 지난 17일 '추마코프 센터'의 관계자들이 오는 20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또 방한 기간에 국내 최고 수준의 백신 제조 인프라를 갖춘 GC녹십자의 오창 공장, 화순 공장을 차례로 방문하고,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의 제조시설까지 확인한 뒤 (백신 제조의) 기술 이전을 마무리짓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발 아에로플로트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지난 18일 밤 서울행 항공기는 이 공항을 떠났다/사진출처:공항 SNS

지난 18일(목) 밤 모스크바 국제공항을 이륙한 서울행 아에로플로트 항공은 19일(금) 낮 12시30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 이 항공편을 이용한 '추마코프 센터' 일행은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다음, 주말에 MPC 관련자들과 상견례를 겸한 미팅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22일부터 생산 시설 방문 일정 확정 등 본격적으로 MPC측과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예상이 가능한 것은 지금부터 꼭 한달 전(2월 19일) 서울에 온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자와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일행 때문이다. 그들은 '입국후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기업인 특례조항에 따라 면제를 받고 곧바로 초청자인 국내 제약사 '지엘라파'측과 미팅이 가능했다.

당시 '지엘라파'측은 방한한 '스푸트니크V' 팀과 하루동안 본격 협상을 벌인 뒤 이튿날(2월 23일) 국내 컨소시엄 업체 7개사를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22일 하루동안 컨소시엄 후보 업체들의 자료를 검토하고 '지엘라파'측과 의견을 조율한 뒤 최종 합의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된다. 제약업계에는 이미 22일 오후부터 컨소시엄 참가업체 이름이 나돌았다고 한다.

'스푸트니크V' 팀은 당시 분명한 방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컨소시엄 업체 확정및 춘천에 있는 한국코러스 공장의 밸리데이션(Validation, 생산공정 검증) 작업이다. '스푸트니크V' 팀은 컨소시엄 구성 발표를 끝낸 다음날 바로 춘천 한국코러스 공장으로 내려갔다. 춘천공장의 백신 생산 시설및 제품 공정,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팀의 춘천 방문 사실을 전한 강원도민일보 2월 25일자 기사/캡처

꼭 한달 뒤에 한국에 온 '추마코프 센터' 일행은 어떻게 움직일까? '지엘라파'의 역할을 맡은 곳은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 및 아세안 국가 총판에 관한 독점적 MOU를 체결한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인 MPC다. MPC는 지금까지 쎌마테라퓨틱스, 휴먼엔와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다. 

우선 '추마코프 센터' 일행은 이미 발표된 대로 GC녹십자의 오창 공장, 화순 공장과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의 제조시설을 방문해 생산 인프라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MPC, 혹은 국내 제약업체들과의 CMO 합의 사실을 발표할 수 있을까?

'스푸트니크V' 팀의 방한에 비춰보면, 러시아측의 움직임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스푸트니크V'를 위탁 생산하는 한국코러스를 일찌감치 취재했던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서울 특파원도 입을 다물고 있다. MPC가 '비밀 (유지) 협약'을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일까?

국내 제약사 '지엘라파'의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 사실이 알려진 뒤 '지엘라파'를 취재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1월 22일자 서울발 기사. 제목은 '한국업체, 스푸트니크V의 출하 시기를 밝혀'/캡처

'추마코프 센터' 일행의 19일 방한을 확인해 주는 자료도 아직 없다. 향후 활동에 관한 정보는 더욱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다. 정작 '러시아팀'이 방한했는데, MPC측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다 알려진 사실이라 기사가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추마코프 센터'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내에서 관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방한 사실마저 '비밀 협약'에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사전 준비의 미흡으로 '러시아팀'은 격리 특례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일까? 또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까? MPC든, 쎌마테라퓨틱스든 더이상 '비밀 협약'을 내세우지 말고 '추마코프 센터'와의 협의 내용을 알릴 때가 온 것 같다. 

우려되는 것은 MPC를 주도하는 쎌마테라퓨틱스와 휴먼엔의 지난해 영업 실적이 신통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서현회계법인으로부터 2020년 감사의견 '적정' 통보를 받은 휴먼엔의 지난해 매출액은 63억7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또 영업손실 28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추마코프 센터' 측이 MPC가 내놓은 '휴먼엔'이란 기업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까?

시중에서 엉뚱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전에 방한 러시아팀의 방한 일정을 개략적으로나마 알려줄 것을 기대한다. 

분명한 것은 '추마코프 센터'의 '코비박' 백신이 한달여에 걸친 러시아 보건당국의 품질 검수를 끝내고 이르면 22일부터 시중에 배포되고, 일반 접종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추마코프 센터'에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한국)로 나가 기술이전을 논의한다니, 조금 성급하고 엉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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