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스푸트니크V' 등록 자료 제출, 했나 안했나? 주한러대사관과 식약처 공방
한국에 '스푸트니크V' 등록 자료 제출, 했나 안했나? 주한러대사관과 식약처 공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01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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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러시아-EMA간 등록 신청 논란 판박이 - 1개월 뒤 동반심사 개시
러 RDIF "한국 정부 요청에 자료 제출" 주장, 일부 공개 - 누가 자료 받았나?

러시아가 우리 정부측에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의 승인 신청 자료를 진짜 제출했을까?

주한러시아대사관이 지난 30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올해 초 (심사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자, 이튿날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 공식적인 자료 제출 및 검토 진행은 없다”고 부인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면, 승인 검토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대사관 영사파트 명의로 올라왔다/캡처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러시아 측과 유럽의약품청(EMA) 사이에 벌어진 '스푸트니크V 백신 등록 신청' 논쟁과 판박이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유럽의 경우, 그 논란이 벌어지고 한달쯤 뒤(3월 4일)에 EMA로부터 '스푸트니크V'에 대한 동반심사(긴급 사용 승인) 개시 공식 발표가 나왔다. 우리 측에서도 유사한 결말로 끝맺음 될까? 

우선 주한러시아대사관 측 설명을 들어보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31일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가 한국 정부의 요청에 지난 1월 30일 관련 자료를 한국에 제출했다고 대사관 측에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RDIF측 설명이 맞다면, 2개월이 되도록 한국 측에서 거부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사관은 스푸트니크V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우리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RDIF 측에 '스푸트니크V' 자료를 요청했느냐에 달려 있다. 요청했다면, 러시아측으로서는 (승인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을 터이고, 아니라면 러시아발 '가짜 뉴스'가 된다.

지난 2월 벌어진 EMA 자료 제출 공방과 비교해 보자. 
당시에도 러시아측의 발표로 논쟁이 시작됐다. RDIF는 지난 2월 9일 현지 언론을 통해 "EMA에 지난 달 29일 백신 등록 신청서를 냈다"며 "EMA로부터 신청서가 접수됐다는 공식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EMA 측은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있다"며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에 대한 동반심사나 판매 승인을 위한 신청서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자들이 EMA로부터 과학적 조언을 받았으며, 동반심사에 관심을 표명해 다음 단계를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 스푸트니크V 백신의 EU 등록 신청서 공개. 지난 2월 11일자 얀덱스 기사 모음/캡처
스푸트니크V측이 승인 신청서 캡처를 공개한 2월 11일자 트윗/캡처

RDIF 측이 발끈했다. 이튿날 바로 트윗을 통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승인 신청서가 등록된 웹 페이지 캡처를 공개했다. 캡처에는 신청서 번호(1379253)와 등록된 날짜(2021년 1월 29일) 등이 나와 있었다. 주한러시아대사관 측이 곧바로 중앙일보를 통해 우리 관련 당국에 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서의 일부를 공개한 것과 유사한 대응이었다. 방식만 조금 달랐을 뿐, 러시아 측은 두 사안에서 거의 똑같이 대응했다고 볼 만하다.

러시아 RDIF 제공한 '스푸트니크V' 설명 자료/출처:중앙일보

그렇다면 거의 유사한 두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논란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바로 기준의 차이다. EMA 논란의 경우, 등록 신청의 기준을 까다로운 등록 절차 단계 중 어느 지점에 둘 것인가에 대한 양측간에 인식의 차이이고, 우리의 경우 제출한 자료의 성격에 대한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RDIF 측은 우리 정부의 요청을 등록 신청을 위한 자료로 해석했을 터이고, 우리 측은 단순한 참고 자료로 받아들였다면,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EMA 등록 공방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다. 사전 (등록) 절차와 등록 절차로 크게 나눠지고, 절차별로 또 복잡한 단계가 존재하는 EMA 등록 신청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 오해할 만하다는 것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굳이 'EMA 신청에 관해 자문을 해줄 용의가 있다'고 한 것 등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백신 승인 절차 마찬가지일 터.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러시아측이 EMA 등록 신청과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상트페테르부르크 시 홈페이지

분명한 것은 그 논란을 거쳐 '스푸트니크V'에 대한 EMA의 동반심사가 공식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논란을 겪은 러시아 측이 우리 식약처의 백신 등록 신청 절차를 제대로 파악해 서류를 제출한다면, 한달 쯤후에 식약처 역시 공식 검토에 들어갈지 모른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국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백신 중 하나다. 코로나 백신의 세계적인 부족 사태에 식약처의 사용 승인이라도 떨어진다면, 국내의 백신 접종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이오업체 지엘라파의 자회사인 한국코러스 춘천 공장에서 위탁생산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전량 해외로 반출되는데, 최근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연 1억5천만 도스가 생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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