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백신 이기주의' 합류? '스푸트니크V' 해외생산 물량도 국내로
러시아도 '백신 이기주의' 합류? '스푸트니크V' 해외생산 물량도 국내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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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대전'에 주요국가의 '자국 이기주의' 흐름 편승? - "집단면역 급하다"
한국코러스 물량도 계획과 달리 러시아로, RDIF, 푸틴에게 공급 전략 보고

러시아가 조기에 신종 코로나(COVID 19)에 대한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생산 물량마저 자국으로 돌릴 계획이다. 한마디로 백신의 '자국 우선주의'다. 푸틴 대통령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집단 면역'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한 게 러시아의 '백신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의 '자국 우선주의'와는 달리 일부 대륙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푸트니크V'의 해외 공급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는 이같은 전략으로 국내 공급량이 부족해 자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난달 28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현지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백신 수출량이 연내에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같은 전략도 변할 모양이다. 서방 주요 국가들이 '백신 이기주의'에 치중하는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 대표, 여름 전까지 희망자들 모두에게 백신 접종 계획/얀덱스 캡처 
푸틴 대통령이 2일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로 부터 백신 공급에 관한 보고를 듣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 생산및 공급을 맡고 있는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DIF)의 키릴 드미트리에프 대표는 2일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6월까지 백신 접종을 원하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스푸트니크V'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백신을 국내로 돌려서라도 러시아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0개국 20개 제약사와 라이선스 생산(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국과 인도는 이미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4월 중에는 양국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생산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RDIF와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국내 제약업체 '지엘라파'의 자회사 '한국코러스'는 첫 생산 물량을 지난해 12월 말 러시아로 보냈으며, 백신 개발사인 '가말레야 센터' 기술 인력이 최근 한달여간 국내에 머물면서 대량생산을 위한 밸리데이션(Validation, 생산공정 검증)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코러스 춘천공장의 백신 생산 모습/KBS 방송 화면 캡처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다음 주에 출고되는 생산 물량이 전부 러시아로 수출된다”며 “7개 컨소시엄은 4월 중 업체별로 순차적으로 기술 이전이 이뤄지며, 5월부터 백신 생산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컨소시엄 업체의 스푸트니크V 생산 계약 물량은 연 5억 도즈(1회 접종분)에 이른다. 

러시아에서는 스푸트니크V 생산이 현지 대형제약사 '알-팜' 사 등 7개 공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이날 "모스크바에 또 다른 대규모 생산 공장을 최근에 지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수출은 연말까지 10억 달러에 이를 듯/얀덱스 캡처

'알-팜' 사의 알렉세이 레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26일 "러시아 제약회사들이 4, 5월엔 백신의 국내 수요에 우선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며 "해외 공급의 가시적인 증가는 봄이 끝날 무렵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신의 수출 물량은 올해 최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현지 유일간지 이즈베스티야지가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스푸트니크V'의 사용 승인 국가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백신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백신의 사용 승인과 공급간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적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NYT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V를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 보급하며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정작 자국에서 쓸 백신은 부족해 접종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4.3%로 유럽연합(EU) 10.7%, 미국 26%, 영국 43.8%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러시아 제약회사의 스푸트니크V 생산 공장/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스푸트니크V'는 최근 파나마를 마지막으로 전세계 59개 국가(총인구 15억)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선주문만도 12억 도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회 공급 비용은 10달러 미만이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 조사 기관인 영국의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는 전세계 9천4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다음으로 선호하는 백신으로 확인됐다. 가격이 싸고 유통및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경쟁력이 일부 대륙에서 먹혀든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도 최근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 결정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푸트니크V는 세계 최대의 백신 위탁생산 기업 인도의 세럼 연구소 등과 생산 계약을 맺었다.

드미트리예프 대표의 '자국 우선 백신 공급' 발언에는 갈수록 전선이 넓어지는 '백신 대전'에 러시아도 미리 대비할 것이라는 함의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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