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얀센과 같은 방식의 백신 '스푸트니크V'는 큰소리치는 까닭?
AZ,얀센과 같은 방식의 백신 '스푸트니크V'는 큰소리치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15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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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도 각각 개발및 제조 과정, 방식 달라"
"백신 제조시 정제 노하우 공유 의향" - 부작용 줄이는데 도움될 것 '큰소리'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으로 개발된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들에게 '희귀 혈전증' 비상이 걸렸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의 얀센(존슨앤존슨 자회사),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그리고 중국의 캔시노 백신 등이 그 대상이다.

발단은 AZ 백신 접종자들에게 '혈전 현상'이 발견되면서부터. AZ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유럽의약품청(EMA)이 "혈전 발생과 AZ 백신과는 직접 상관관계가 없다"고 우기다가 최근에야 희귀 혈전증, 즉 '뇌정맥동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CVST)과 '내장정맥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이 백신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들 희귀 혈전증은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일반 혈전증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후 비상등이 켜진 것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이 13일 미국 내 얀센 접종자 6명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 증상이 나타나 접종 중단을 권고한 게 결정적이었다. 얀센 백신은 AZ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차이는 얀센이 인간의 아데노바이러스26형(Ad26), AZ는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5형(Ad5)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자, 다른 백신의 부작용 제거 돕겠다/얀덱스 캡처 

혈전증 불똥은 역시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로 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혈전 발생 사례가 아직 없다"는 1차 방어를 넘어 아예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 방식으로 개발하는 모든 백신 개발사들에게 자신들의 선진(?)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것.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 측은 14일 성명을 통해 "다른 백신 제조업체들과 정제 기술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백신의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귀 혈전증 발생이 백신 개발의 플랫폼 문제가 아니라, 백신 제조 과정상의 문제라는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이는 AZ의 혈전 현상이 크게 불거졌던 지난 3월 중순,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러시아어 발음으로는 긴쯔부르그 Гинцбург) '가말레야 센터' 소장이 진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지난 3월 16일 현지 TV 채널과의 회견에서 "백신 제조의 2단계, 3단계 정제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가 이같은 결과(혈전증)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제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면, 일부 접종자에게 혈소판 응집(혈전)을 초래하는 물질이 (백신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개발자, AZ 접종자들에게 가능한 혈전 발생 원인을 설명. 3월 16일자 긴츠부르크 소장 인터뷰/얀덱스 캡처

'가말레야 센터'측은 긴츠부르크 소장의 설명을 뒷받침하듯, 성명에서 자신들의 정제 노하우를 자세히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의 (뛰어난) 품질과 안전성은 (항체 단백질 분리 정제를 위한) 크로마토그래피 2단계(연속) 정제 (две стадии хроматографии)와 (단백질 정제에서 사용되는) 교차 흐름 여과 2단계 (две стадии фильтрации с тангенциальным потоком) 등 4단계 정제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같은 정제 기술은 (혈액 속에 떠돌아다니는) '세포유리 핵산'의 존재(наличие свободной ДНК) 확인 등 품질 높은 백신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세포유리 핵산'(Cell-free DNA, cfDNA)은 원래 있어야 할 세포 안에 존재하지 않고 혈액에 떠돌아다니는 DNA 조각을 말한다. 암 환자의 혈액에는 이 핵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명은 또 "스푸트니크V백신에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의 핵산 총량이 1~2마이크로그램(µg, 1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 정도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50~100μg)보다 수십 배나 적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접종자의 혈전증이 제조 과정의 허점에서 초래된 것일 경우에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개발 플랫폼의 문제일 경우,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론적으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개발 자체는 오랜 세월 안전성이 인정된 방식이다. '혁신적'이라고 하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첫 'mRNA' 방식보다는 실증적으로 더 오랫동안 검증됐다. '가말레야 센터'측은 아예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mRNA' 백신의 안전성은 일정한 시일이 지난 뒤에야 안전성이 제대로 확인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백신 접종자의 '희귀 혈전증' 생성 문제를 '바이러스 벡터' 개발 방식과 연계시키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AZ와 얀센 백신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개발 원리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불활성 아데노바이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 즉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백신을 만든 뒤 이를 사람에게 접종하면, 우리 몸은 백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침입으로 받아들여 자체적으로 항체 형성을 시작하는 등 면역 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얀센 백신/사진출처:러시아 두마 TV 캡처
백신 접종 뒤 반창고를 붙여주는 간호사/사진출처:러시아 두마TV 캡처

피터 마크스 미 FDA 바이오로직스 평가 및 연구센터 소장은 “얀센 백신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본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일반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두 백신은 같은 종류(아데노바이러스)의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얀센 백신을 화이자와 모더나, AZ 등과 비교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은 벡터 플랫폼”이라며 “근거는 없지만, 아데노바이러스가 매우 드문 희귀 혈전을 일으킬 요인이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AZ의 혈전 논란 때만 해도 특정 제조사(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한정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같은 개발 방식의 또 다른 백신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자, '개발 플랫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AZ 백신의 경우, 몸속의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공격하는 항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르웨이와 독일의 연구진들이 혈전 부작용을 겪은 AZ 백신 접종자들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공격하는 항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연구 결과는 최근 의과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말레야 센터'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문제가 된 AZ와 얀센 백신과는 개발및 제조 과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첫번째 접종 약물은 AZ와 같은 아데노바이러스5형(Ad5)을, 두번째 접종 약물(부스터용)은 얀센의 26형(Ad26)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AZ는 Ad5를 '운반체'(벡터)로 두번(1차, 2차) 모두 사용하지만, '스푸트니크V'는 1차 접종에는 AZ와 같은 'Ad5'를, 2차 '부스터' 역할에는 'Ad26'형을 운반체로 사용하는 약물이 접종된다. 얀센은 한번 접종(Ad26)으로 끝나는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1차, 2차 약물로 AZ와 얀센과 모두 연결된다. 그런데 '가말레야 센터' 측은 스푸트니크V는 혈전 현장과 무관하다고 큰소리를 칠까?

'가말레야 센터'는 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AZ는 조직형 플라즈미노겐(Plasminogen)의 활성화(активатора плазминогена тканевого типа) 결과로 조합된 S-단백질로 된 항원을 확보하기 위해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하고, 얀센 백신에는 Ad26의 인간 혈청 아데노바이러스와 돌연변이로 안정화된 S-단백질 전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얀센은 또 다른 제품에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PER.C6 (배아 망막) 세포주를 사용해 백신을 생산한다고 '가말레야 센터' 측은 밝혔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 개발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같은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벡터 백신'이지만, 개발 구조와 생산 기술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만 했다. 특히 백신 생산에는 얀센과 달리, 생명공학 제품의 생산에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돼온 HEK293 세포주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가말레야 센터'측의 자신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것인지, 막연한 자신감, 즉 허풍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AZ의 혈전 부작용(?)을 자세히 분석한 유럽의약품청(EMA)이 이 문제도 면밀히 살펴본 뒤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EMA측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스푸트니크V 접종후 4명이 사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러시아측에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후 4명 사망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보건당국,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후 혈전 발생은 없었다/얀덱스 캡처

다행스럽게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금까지 접종 후 혈전 형성과 같은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러시아 보건 당국인 '로스즈드라브나조르'의 알라 사모일로바 팀장이 14일 말했다. 사모일로바 팀장은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여러 건이 보고됐지만, 혈전 생성은 없었다"면서 "이는 접종 결과를 공개하는 아르헨티나 보건부에 의해서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1, 2차 접종을 끝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2일 양성 판정을 받아 백신 효능에 의문을 안겨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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