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분석)러 RDIF가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아직 확인하지 않는 까닭은?
(휴온스 분석)러 RDIF가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아직 확인하지 않는 까닭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18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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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 '휴온스글로벌'(휴온스 그룹의 지주회사, 이하 휴온스)이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휴온스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공지하고 "이를 위해 국내 업체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 휴메딕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휴온스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RDIF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생산및 공급을 맡고 있는 러시아 국부펀드다. 국내에서 이미 '스푸트니크V'를 위탁생산(CMO) 중인 중견 제약사 지엘라파(자회사 한국코러스) 주도의 8개사 컨소시엄과 기술이전 계약읗 체결하기로 한 당사자다.

휴온스의 발표가 나오기 바로 전날인 15일, 지엘라파 주도의 컨소시엄 업체인 '이수앱지스'는 RDIF, 지엘라파와 3자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을 위한 기술 이전 협약(계약)이 국내에서 하루 간격을 두고 잇따라 체결된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발표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RDIF측의 확인 여부다. RDIF는 '이수앱지스'의 발표후 바로 자사 홈페이지를 '이수앱지스'와의 기술협약 체결 사실을 확인했고, 현지 언론들이 "RDIF가 한국에서 스푸트니크V'를 생산하는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RDIF, 한국서 스푸트니크V 생산 협약서 서명을 보도한 현지 언론 15일자 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얀덱스에서 RDIF로 검색하면 이수앱지스와의 기술이전 협약 기사들이 뜬다. /얀덱스 캡처
휴온스는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의 기사 묶음 속에 1건 끼어 있다. 구글 한국어 번역 페이지. 휴온스는 밑에서 두번째/얀덱스 캡처

반면, 휴온스의 발표에 대해 RDIF측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현지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를 검색하면 휴온스 관련 내용(kadara.ru)가 1건 뜬다. 제목은 'RDIF가 한국에서 스푸트니크V 생산의 또다른 계약 체결'이라고 붙였지만, 내용 속에는 RDIF가 주어는 아니다. 휴온스 발표(휴온스 주어)를 딱 2줄 싣고,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의 다른 내용(신종 코로나 상황에 맞춘 노동이민 재개 준비)을 뒤에 붙였다. 같은 주제로 묶인 나머지 언론의 기사 내용은 전부 마트비옌코 의장의 발언이 주다.

스푸트니크V 공식 사이트(sputnikvaccine.com)에 들어가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이 사이트의 트위터 계정은 16일  'Second S.Korean deal to produce Russia's Sputnik V'(러시아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한국의 두번째 딜)이란 로이터 통신 기사를 포스팅했다. 이날 저녁 7시10분(한국시간) Sangmi Cha(차상미) 기자가 쓴 기사다.

로이터 기사를 포스팅한 스푸트니크V의 공식 트윗 계정/캡처
차상미 기자가 쓴 로이터 통신 기사. 위는 구글 한국번역본/캡처

로이터 통신의 기사에도 러시아 RDIF측 반응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휴온스의 주식이 이날 29.8% 상승해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에서 쓴 기사로 추측된다. 러시아 얀덱스에서 검색된 'kadara.ru'의 기사와 그 성격은 다를 바 없다고 할 수있다.

휴온스글로벌의 통합검색 내용. 뉴스 분야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구글 한국어 번역본/얀덱스 캡처
kadara.ru의 기사. 구글 한국어 번역판/캡처

같은 기술이전 계약인데, 왜 이같은 차이가 날까? 세가지 중 하나로 추측된다. 휴온스의 계약은 아직 정식으로 완료되지 않았거나, 협상 진행에 무슨 사소한 문제라도 생겼거나 시간상의 제약(금요일이어서 주말을 넘기고 새로 시작하는 첫번째 근무일, 즉 월요일 발표) 등 셋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어김없이 '비밀준수'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스푸트니크V'에 대한 대외 홍보에 치중해온 러시아 현지 분위기로 미뤄보면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러시아에서 더 부풀렸으면 부풀렸지, 비밀로 숨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현지 언론을 계속 주시하다보면, 러시아 측은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 승인이나, 공동생산 등에 관한 협의(합의)는 좀 섣부르다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알리는 중이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세계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일 터. RDIF의 키릴 드리트리예프 대표가 이달 초 푸틴 대통령과 독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지엘라파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러시아측은 '스푸트니크V'의 백신 개발사인 '가말레야 센터' 기술 인력을 지난 2월 한국에 보내 한달 보름여에 걸쳐 백신 생산을 위한 밸리데이션(Validation, 생산공정 검증) 작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이어 지엘라파 주도의 컨소시엄 업체와 같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이수앱지스'와의 기술 이전 협약으로 보인다. 

이미 컨소시엄에 들어 있는 이수앱지스와의 정식 협약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판에 '휴온스'와의 신규 계약은 왜 쉬쉬할까? 

 

러시아 현지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시설/현지 TV 러시아-1 캡처

'휴온스'의 발표 시기도 매우 공교롭다. 전날(15일)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총괄팀장은 "현재 국내 제약사중 한 곳이 해외 승인을 받은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대해 계약을 진행중이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8월부터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휴온스 발표의 생산 시기가 바로 8월이다. 또 (컨소시엄) 각 사의 역량을 동원해 월 1억 도즈(1회 접종 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했다. 연 12억 도즈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생산할 것 같은 뉘앙스다.

정부 측은 즉각 "러시아산 백신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증시 안팎에서 휴온스는 최대 이슈가 된 뒤였다. 휴온스 측은 "정부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언급한 대상업체가 어디인지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휴온스의 기대(월 1억 도스)가 실현된다면. 기존의 지엘라파 컨소시엄이 목표로 한 연 6억 5,000만 도스의 생산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양보다도 많다.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지난 3일 "인도 업체 5곳과 '스푸트니크V'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업체들이 생산할 연간 8억5천만 회분의 백신은 세계 4억2천500만명을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했다.

그 정도 생산 규모인데, RDIF가 왜 서둘러 발표를 하지 않고 있을까? 현지 언론을 검색하면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스푸트니크V' 생산에 관해 가장 최근에 언급한 게 지난 13일이다. 그는 이날 "스푸트니크 V 백신이 조만간 이란과 세르비아에서도 생산될 것"이라며 "세계 10개국 20개 업체와 백신 생산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르비아 생산 개시는 이후 공식 발표됐고, 그 내용은 RDIF 홈페이지에 '이수앱지스'보다 하루 먼저 올라와 있다. 

RDIF 홈페이지의 프레스 릴리스(보도자료) 페이지. 가장 최근 자료로는 이수앱지스 계약(15일자), 세르비아 생산 개시(14일자), 인도 사용승인(12일자) 등이 올라와 있다. 사진 위는 구글 한국어 번역본/캡처

시기적으로 RDIF는 13일 이전에 휴온스와의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았다면,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대규모 물량을 또 생산할) 한국을 빠뜨릴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 이후에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이수앱지스'처럼 홈페이지 보도자료라도 올리지 않았을까? 

기존 CMO 컨소시엄을 이끄는 지엘라파의 반응도 재미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컨소시엄 주축사인 한국코러스는 “기술이전 계약 이전부터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이에 따른 각 회사의 역할은 이미 MOU와 구두를 통해 정해져 있었다”면서 “별도의 컨소시엄이 생겼다는 것을 오늘(16일)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우리 컨소시엄 중 한 곳인 휴메딕스도 포함돼 있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 “현재 러시아 및 회사 내부에서 사실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컨소시엄에 포함된 휴메딕스는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다.

한국코러스 춘천공장의 백신 생산 시설/KBS 화면 캡처

스푸트니크V의 백신 기술 이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한국코러스의 시험 생산 이후 '가말레야 센터'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밸리데이션'에만 한달 반 정도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생산 공정은 까다롭고 챙길 게 많다고 한다. 물론 휴온스 측의 생산은 오는 8월이라고 하니,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가말레야 센터'측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희귀혈전증 현상이 불거지자, 최근 "그 부작용은 백신 정제과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신들만의 4단계 정제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항체 단백질 분리 정제를 위한) 크로마토그래피 2단계(연속) 정제 (две стадии хроматографии)와 (단백질 정제에서 사용되는) 교차 흐름 여과 2단계 (две стадии фильтрации с тангенциальным потоком) 등 4단계 정제 과정을 거쳐 스푸트니크V 백신의 (뛰어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했다. 앞으로 위탁생산 업체의 생산 시설및 공정을 더욱 철저하게 확인할 게 분명하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자, 다른 백신의 부작용 제거 돕겠다는 현지 언론 14일자 보도 묶음/얀덱스 캡처

휴온스가 RDIF측과 계약을 추진중이라며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면, 신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제기될만한 의혹을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휴온스 측의 즉각적인 반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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