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의 국내 생산및 판매, 지엘라파 vs 휴온스 경쟁 막전막후
'스푸트니크V'의 국내 생산및 판매, 지엘라파 vs 휴온스 경쟁 막전막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03 07: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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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기술이전 계약과는 별도로 국내 판권 계약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29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V의 국내 생산 일정및 판매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스푸트니크V 사용 허가 시 국내 판매는 휴온스가 단독으로 맡는다"고 말했다. 휴온스 측은 약사법 규정에 따라 비임상(독성·효력시험)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식약처에 신청했고, 식약처는 지난달 29일  '스푸트니크V' 백신의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코러스가 생산한 스푸트니크V 백신이 항공기에 실리고 있다/사진출처:지엘라파

식약처의 이 발표를 계기로 러시아 RDIF와 체결한 위탁생산 계약을 바탕으로 상업적 대량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코러스(지엘라파 자회사) 주도의 컨소시엄과 휴온스측 간에는 스푸트니크V의 국내 위탁 생산및 판매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자난달 중순 'RDIF와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린 휴온스 측은 식약처에 스푸트니크V 사전검토를 신청하는 등 발빠르게 국내 주도권 장악에 나선 모양새다. 백신 생산 준비에만 매달려온 한국코러스 측은 허를 찔린 듯하다. 

'스푸트니크V 생산 국내 컨소시엄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한국코러스는 휴온스의 기술이전 계약 발표에 "RDIF 등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뒤 며칠 후, 휴온스 자회사이자 휴온스 컨소시엄에 들어 있던, 백신 충진 및 포장 담당업체 휴메딕스를 컨소시엄에서 퇴출했다.

한국코러스는 지난 2월에도 RDIF 대표단의 방한을 앞두고 제약업계와 증시 주변에서 RDIF와 각 업체간에 위탁생산 컨소시엄 직접 합의설이 잇따르자 발끈했다. 한국코러스는 지난 2월 19일 RDIF 대표단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컨소시엄은 지엘라파와 한국코러스가 주도한다"라는 내용의 문구를 담은 레터를 RDIF에서 보내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RDIF 대표단은 한국코러스측과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했고, 한국코러스는 8개사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을 발표했다. RDIF측도 이를 언론 등을 통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식약처의 사전검토 발표에 대해 한국코러스는 "사전검토는 정식 허가신청과 거리가 멀다"며 "국내에서 정식으로 스푸트니크V를 도입할 경우, 한국코러스가 단독으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RDIF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허가신청을 진행할 경우, 한국코러스를 통해서 하겠다고 협의한 바 있다"고도 했다.

양측의 입장은 이 지점에서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다. 휴온스의 윤 부회장은국내 판권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는 주장이고, 한국코러스는 RDIF와 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위탁생산업체인 자기들에게 구두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을까?
러시아 RDIF와 위탁생산 계약 체결 시점부터 따져보자. 한국코러스의 모회사인 지엘라파는 지난해 중동지역 제약 네트워크를 통해 RDIF측과 첫 접촉을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뒤늦게 뛰어든 휴온스는 어떻게 RDIF측과 연을 맺었을까?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스푸트니크V 수요가 늘면서 RDIF가 먼저 프레스티지 측(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원액 생산을 요청했고,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현재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다.

윤 부회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RDIF는 휴온스 측과 백신생산을 위한 계약(기술이전이든, 완제품 생산이든)을 체결한 게 아니라, RDIF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간에 원액 생산 협의(합의)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컨소시엄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휴온스 측은 그러나 지난달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러시아 국부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RDIF) 측과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며 "본 컨소시엄에는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또 "계약에 따라 컨소시엄은 백신 생산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아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컨소시엄을 통해 RDIF가 요청한 물량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정도 발표라면 RDIF측도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보도자료를 낼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RDIF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이집트 터키 등의 각국 제약사들과 생산합의 사실을 계속 발표하면서도 휴온스와의 계약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코러스가 위탁생산 계약 체결을 발표할 당시 이를 거의 동시에 확인해 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RDIF가 지난해 11월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 위는 구글 한국어 번역본/캡처

참고로 RDIF측은 당시 "대한민국 대표 생명공학 기업 중 하나인 지엘라파(자회사 한국코러스 포함)가 세계 최초로 등록된 신종 코로나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1억 5천만 회 이상 생산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올해 12월 생산을 시작하고 2021년 1월 수출용 백신의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한 바 있다.

휴온스측과는 왜 이런 내용의 발표가 RDIF측으로부터 나오지 않을까? 윤 부회장의 프레스티지 측 관련 발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윤 부회장은 그러나 "(원액 생산을 요청받은) 프레스티지 측은 2000ℓ급 세포배양기 60개를 설치 중이고, 다른 회사들도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며 "(컨소시엄은) 월 1억도스(1회 접종량) 생산이 목표지만 상업생산 개시 후 연말까지는 월 2000만~3000만 도스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야심찬 생산 구상이다.
 

한국코러스 춘천공장 백신 생산시설/KBS 캡처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설비/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그렇다면 한국코러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식약처의 사전검토 발표 1주일 전 쯤인 지난달 23일 한국코러스는 "국내에서 이 백신을 사용할 경우에 대비해 (사용 허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러시아측 파트너인 직접투자펀드(RDIF)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RDIF도 필요 서류를 보내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식약처 발표 이후에는  "비임상자료는 지난 1월 이미 식약처가 검토한 바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식 품목허가에 대비해 러시아 측에 임상2, 3상 자료를 요청해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 한 대형제약사가 지난 1월 스푸트니크V의 국내 도입에 대비해 러시아 측으로부터 비임상자료를 넘겨받아 식약처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주한러시아 대사관 측은 지난달 말, RDIF측이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 관련 부서에 스푸트니크V 자료를 보냈으며, 검토중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 진위를 놓고 주한러시아 대사관측과 우리 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국외 상황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한국코러스는 나아가 지난달 26일 “백신 생산을 위한 핵심기술인 바이러스 배양 및 정제 기술이 확보됨에 따라 계획대로 본격적인 상업물량 생산을 위해 1000L 규모의 바이오리액터 풀 세트 4대를 도입한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지엘라파, 한국코러스가 기존에 협의한 물량을 순차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리액터는 세포를 배양하는 기계로,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스푸트니크 V’는 이 장비를 통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게 된다. 

한국코러스는 또 “컨소시엄 업체에도 일부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컨소시엄 기업들이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이번에 도입되는 물량 일부를 선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컨소시엄 업체의 역량을 함께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RDIF, 한국서 이수앱지스와 스푸트니크V 생산 협약 체결했다고 지난달 15일 보도한 현지매체 기사 묶음 /얀덱스 캡처

컨소시엄의 가동과 관련, 이수앱지스가 RDIF와 한국코러스와 3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달 19일부터 시생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RDIF측은 이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무슨 내막인지 모르지만, 휴온스측 발표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언제쯤 RDIF측과 현지 언론이 입을 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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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 2021-05-03 08:17:30
이진희 기자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길 부탁드리고 응원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후 너무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생기게 됩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 심도있게 기사를 쓰는 전세계 유일한 바이러시아21만 믿습니다.

임경수 2021-05-03 12:02:03
관련 내용 정리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지속적인 기사 부탁 드립니다.(__)

김현호 2021-05-18 13:03:33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 본거같네요 수고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