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주목받는 3번째 백신 '코비박'의 모든 것 - 개발에서 생산 유통까지
러시아서 주목받는 3번째 백신 '코비박'의 모든 것 - 개발에서 생산 유통까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12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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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 '추마코프 센터' 소장, "1년만에 개발, 불활성화 이용 백신"
백신 생산은 품질이 최우선, 자체 시설 증설, 현지 업체 한 곳에 위탁

러시아 3번째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코비박'이 현지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가장 늦게 개발된 백신인 탓도 있겠지만, 한 언론은 "러시아인들이 가장 기다려온 신종 코로나 백신"이라고 할 만큼 기대도 크다. 러시아인들이 일생동안 혹은 매년 스케쥴에 따라 접종하는 백신의 거의 대부분은 '코비박'을 개발한 '추마코프 센터'가 만든 백신이다.

'코비박' 백신 접종후 얼마나 빨리 면역이 형성되는지에 대해 설명/얀덱스 캡처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추마코프 센터' 개발 백신은 소아마비용  '폴리오 백신'. 60년전 소련에서 가장 먼저 접종된 이 백신은 당시 소련의 저명한 백신 전문학자 미하일 추마코프 부부가 개발했다. '추마코프 센터'란 이름도 그렇게 나왔다. 

추마코프 박사 부부는 '폴리오 바이러스'를 섞은 각설탕을 자녀들에게 먹이는 방식으로 첫 임상 시험을 시작해 '폴리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은 소련의 백신 상용화 과정을 지켜본 뒤, 백신의 약효와 안전성이 확보되자 뒤늦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추마코프 센터'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개발' 방식이나 스푸트니크V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 벡터' 방식, 노바백스의 '항원합성 방식' 등 비교적 현대적인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가장 전통적이고 오랫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불활성화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한다. '추마코프 센터'가 러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에 백신 개발 기관으로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추마코프 센터'는 지난달 말 WHO에 코비박의 사전 자격(사전 승인) 검토를 신청,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추마코프 센터 소장, "백신 접종 부작용은 없었다"
추마코프 센터 소장의 인터뷰가 실린 러시아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지/웹 페이지 캡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추마코프 센터' 소장은 잊을 만하면 현지의 방송 신문 온라인 매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한 인터뷰에서 "코비박은 왜 '스푸트니크V'와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을 갖지 않느냐'는 질문에 "개발자가 추마코프 센터, 생산자가 추마코프 센터이면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추마코프 백신'이면 된다는 뜻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러시아 대중지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지난 5일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을 만나 '코비박' 개발의 시작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긴 인터뷰를 갖고 2회에 나눠 실었다. 국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이날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 인터뷰에서 "'코비박' 백신은 지난해 2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1년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신종 코로나 전문 병원에서 받은 검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하고 증식한 뒤, 바이러스의 구조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이 없어지지 않도록 바이러스를 죽인다(비활성화).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이러스를 죽이되 면역 원성 특성, 즉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백신 개발팀은 평균 연령 32세의 연구원 10명 정도로 꾸려졌으며, 6~7개월 전인 지난해 가을 가장 먼저 (초기 형태의) 백신을 맞았다"며 "접종자중 누구도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녀에게 '폴리오 백신'을 가장 먼저 투여한 추마코프 박사 부부의 임상 시험 그대로, 개발자가 가장 먼저 개발된 백신을 접종하는 게 이 센터의 전통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대상자의 약 15%에게서 바이러스 중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보건부에 임상 3상 허가를 신청했으며, 결정이 이달(5월) 말까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코비박'의 면역 형성 기간은 최초 접종 후 평균 42일(1차 접종 21일 후에 2차 접종, 그후 21일 지나야 면역이 형성된다)이 소요된다고 했다. 러시아의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와 같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임상 1, 2상에 참여한 400명의 대상자에게서 고열과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며 "가장 심한 게 짧은 시간 지속되는 주사 부위의 통증과 부기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노년층의 경우 백신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의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코비박 백신 생산 모습/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추마코프 센터의 백신 생산 시설/사진출처:센터

'추마코프 센터'는 백신을 연구 개발하고 직접 생산하는 종합 연구단지다. 크게 개발 연구동과 생산시설로 나눠져 있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백신을 연구 개발하고 동시에 생산까지 하는 게 현대적인 백신 개발 방식"이라면서 "그러나 센터내 생산 시설은 연간 1천만 도즈(1회 접종분) 규모여서 오는 6월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현지 생명공학회사 나노렉(Nanolek)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안과 생산 공장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도 했다.

그 이유로 그는 백신의 품질 보증을 들었다. 백신은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 곳에나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시간에 많은 양을 품질 기준에 맞춰 정확하게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그 대신, 영하 70의 콜드 체인을 요구하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코비박'은 섭씨 2~4도에서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기존의 소아마비 백신이나 진드기 매개 뇌염 백신과 같은 조건이어서 '코비박' 백신 운송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비박'의 WHO 사전 자격 신청에 대해 그는 "WHO 사전 자격은 백신이 다른 국가에 공급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원칙적으로 제 3세계 지역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가장 큰 수출 백신인 '황열병(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서 모기로 감염되는 바이러스 전염병) 백신'의 예를 들었다.

추마코프 센터 생산시설에서 라벨링이 되어 나온 '코비박' 백신/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추마코프 센터'는 WHO로부터 황열병 백신의 사전 자격을 부여받은 뒤 10년간 인도주의 프로그램과 WHO 기금을 통해 전 세계 52개국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대상 국가는 주로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능력이나 기회가 없지만, 황열병 예방 접종이 필요한 개발 도상국가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신종 코로나 백신도 시간이 좀 지나면 (황열병과) 같은 방식으로 제 3세계에 공급될 것으로 본다"며 "WHO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값싼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제조업체들도 WHO 납품을 위해 가격과 품질을 놓고 다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전 자격 심사는 긴 절차이지만, WHO는 우리(추마코프 센터)를 잘 알고 있고, 이미 우리 백신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보다는 자격을 얻기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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