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민항기 강제착륙시킨 벨라루스, 반정부 채널 '넥스타' 편집장 체포
외국 민항기 강제착륙시킨 벨라루스, 반정부 채널 '넥스타' 편집장 체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24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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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불복 시위 주도 텔레그램 채널 Nexta Live 편집장 탑승 항공기 납치?
유럽각국 일제히 비판, 24일 EU 정상회의서 벨라루스 제재 논의여부 촉각

지난해 여름 벨라루스 대선 불복 대규모 시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 Nexta Live 편집장이 탄 항공기가 23일 벨라루스 영공을 지나던 중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한 뒤, 편집장은 당국에 체포됐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시위 당시 '넥스타' 채널 공동창업자이자 편집장을 맡았던 로만 프로타세비치(26)가 탄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를 이륙,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를 향해 비행하던 중 벨라루스 영공에서 '폭발물 설치' 신고를 이유로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 항공기 강제착륙을 위해 미그-29 전투기를 동원했다. 

벨라루스 보안군,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 (공동) 창업자 제포 확인/얀덱스 캡처

 '넥스타'측은 "프로타세비치가 민스크 공항에서 벨라루스 보안당국에 체포된 뒤 항공기는 다시 이륙했다"면서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라이언에어 측은 "벨로루시 당국이 여객기 측에 보안상 위험 가능성을 알리고 민스크 공항에 착륙하도록 지시했다"며 "기내 수색과 승무원 검색 후 약 5시간 만에 이륙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승객인 프라타세비치의 탑승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한 뒤 신변 위협을 느껴 이웃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폈다"며 항공사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한 뒤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티하노프스카야는 “1주일 전에 그리스에서 로만 (프라타세비치)을 만난 뒤, 같은 노선으로 빌니우스로 돌아왔다"며 "벨라루스 당국이 (나를 만난) 로만을 잡기 위해 민간 항공기를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나토 사무총장, 민스크 항공기 사건은 위험/얀덱스 캡처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즉각 나토와 유럽연합(EU)측에 “벨로루시 정권이 국제 민간 항공에 가한 위협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청했고,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민간 항공기의 강제 착륙이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리투아니아와 함께 '반 루카센코' 노선에 앞장서는 폴란드의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2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즉각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도 잇따라 벨라루스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벨라루스 당국에 체포된 프로타세비치는 대선 불복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 있는 반체제 인물이다. 그가 편집장으로 활동한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지난해 시위 당시 Nexta Live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여성 시위가담자 체포장면/캡처
지난해 시위 당시 텔레그램 Nexta Live와 SNS 관련 채널 /캡처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 당시 러시아 언론과 만나 "벨라루스가 (시위대에) 무너지면 그 다음은 러시아 차례가 될 것"이라며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서방측의 텔레그램 채널을 차단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넥스타' Nexta Live의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벨라루스 시위 현장에서는 '넥스타'의 영향력은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벨라루스 포탈 사이트 Tut.by는 제도권에 들어가 있어 시위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비교적 미미했다는 평이다. 

벨라루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동영상을 올리고 진압 경찰의 폭력을 고발하는 넥스타 Nexta Live의 영상을 보고,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오고, 가두 시위의 방향을 잡을 정도였다. 야권 일부 주도 세력은 넥스타 Nexta Live가 폴란드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바람에 집권세력에게 '외부 세력의 개입' 또는 '해외세력의 시위 조종'이라고 주장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로만 프로타세비치/사진 출처: 벨라루스 포탈사이트 tutby

넥스타 Nexta Live는 기자 출신의 22세 젊은이 스테판 푸틸로가 만들었다. 당초 유튜브 음악전문 채널로 시작(2015년 10월)했으나, 로만 프로타세비치와 함께 벨라루스의 현실을 비판하는 정치사회 전문 채널로 바꿨다. 푸틸로 당국의 압박이 심해지자 프로타세비치와 함께 폴란드로 피신해 '넥스타' Nexta Live을 운영했다. 프라타세비치는 그러나 시위 도중에 편집장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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