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와 백신 '교차 접종' 제안한 러시아가 임상 시험 자체를 불허한 까닭은?
AZ와 백신 '교차 접종' 제안한 러시아가 임상 시험 자체를 불허한 까닭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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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건부 윤리위, '스푸트니크V'와 AZ의 교차 접종 임상 불허
AZ의 '혈전생성' 부작용에 '교차 접종' 불안감 증폭 - 보완자료 요구

러시아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 V'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병용 효과'(두 가지 약물을 함께 복용할 경우 나타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교차 접종'(병용 접종)의 임상시험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윤리위원회는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와 생산업체인 'R-팜'제약사, 해외 생산및 유통 담당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로부터 '스푸트니크 V'와 AZ 백신의 교차 접종 임상시험(1·2상) 신청을 받았으나 이를 불허했다. 이같은 사실은 러시아 의약 전문 매체 '파르마체프티체스키 베스트닉'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러시아 보건부, 스푸트니크V와 AZ의 교차접종 임상 시험 불허/얀덱스 캡처
아스트라제네카, 효능에 대한 의혹 제기로 백신 추가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지난해 12월 12일자 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교차 접종'을 처음 제안한 쪽은 러시아다. 스푸트니크V의 안전성과 효능 시비에 휘말린 '가말레야 센터'와 RDIF는 지난해 11월 AZ 측에 '교차 접종'을 제안했고, 한달 뒤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스캔들에 빠진 AZ가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신종 코로나 백신의 첫 '교차 접종' 임상 시험이 곧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자,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에게도 '교차 접종' 임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AZ와의 임상시험은 AZ 백신(아데노바이러스 5형 기반의 'AZD1222')을 1차로 맞은 뒤 '29-1'일 (на 29-1 день после этого, 즉 28일 후?)에 스푸트니크 V 백신(아데노바이러스 26형 기반의 'rAd26-S')을 2차로 맞는 그룹과 1, 2차 접종의 순서를 바꾼 그룹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보건부가 '교차 접종의 임상시험을 불허함에 따라 러시아 내 6개 의료센터와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지난 2월 시작될 예정이었던 첫 임상 시험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AZ는 “러시아 보건부로부터 추가 자료 제출 요청을 받았다"며 "보완 자료를 조만간 러시아로 보낼 계획이어서 임상 시험 계획이 기각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임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교차 접종이 해외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지난 12월 11일자 기사 묶음/ 얀덱스 캡처  

임상 시험을 제안한 러시아 측이 정작 이를 불허한 것은 그동안 논란이 된 AZ 백신의 '혈전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지난 3월 AZ 접종자들에게서 드물게나마 혈전 생성 증상이 나타나고, 사망 사례까지 보고되자 AZ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AZ의 긴급 사용을 승인한 유럽 의약품청(EMA)은 수차례 검증을 거쳐 '백신의 효과가 부작용의 위험을 능가한다'며 접종 재개를 권고했으나, AZ 접종 국가와 접종 대상 연령대가 줄어든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아직 AZ 백신 접종과 혈전 형성 사이의 연관성이 공식 확인되지 않았으나,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찾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AZ와의 교차 접종이 불러올 부작용 우려 때문에 러시아측이 임상 시험을 불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푸트니크V 백신(위)와 아스트라제네카/사진출처:SNS

스푸트니크 V와 AZ 백신의 '교차 접종' 시도 자체가 가능한 것은 둘 다 아데노바이러스(전달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벡터(전달체) 방식의 백신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푸트니크 V는 아데노바이러스 26형(1차 접종분)과 5형(2차 접종분)을, AZ는 1·2차 접종분에 모두 아데노바이러스 5형만을 사용한다. 26형(1차 접종분)과 5형을 교차 접종할 경우, 2차 접종에 대한 면역 거부 반응이 줄어 백신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양측은 기대했다.

키릴 드미트리 RDIF 대표는 AZ와의 교차 접종 임상 시험에 대해 "백신 개발자간에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라며 "임상에서 효능이 입증되면 협력관계를 앞으로 공동 생산으로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 임상 시험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일부 국가에서 추진중인 AZ 1차 접종, 화이자(모더나)의 2차 접종이라는 '교차 접종' 시도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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