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강제착륙으로 엉킨 유럽 하늘길, 주말부터 안정화 단계로
민항기 강제착륙으로 엉킨 유럽 하늘길, 주말부터 안정화 단계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5.30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어프랑스 등 모스크바 운항 재개, 벨라루스 영공 회피 노선 자리잡는 듯
벨라루스 벨라비아항공사, 유럽 주요도시 운항 중단, 러시아CIS 운항 확대

벨라루스의 '라이언에어' 강제착륙 사건으로 초래된 유럽 하늘길의 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오스트리아 항공 등이 모스크바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유럽 하늘길이 거의 막힌 벨라루스 항공사 '벨라시아'는 러시아 영공을 통해 유럽연합(EU)외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항로 개척에 나섰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행 항공기 운항을 잇따라 취소한 에어프랑스는 벨라루스 영공을 우회하는 파리~모스크바 새 노선을 러시아 항공당국으로부터 승인받고, 29일 운항을 재개했다. 이 항공사는 EU 항공당국의 권고에 따라 벨라루스 영공을 우회하는 새로운 노선에 대한 승인을 러시아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해 26일부터 사흘간 운항을 취소했다. 
 

에어프랑스, 사흘간 운항 중단 후 파리~모스크바 노선 운항 재개/얀덱스 캡처
에어프랑스/사진출처:항공사 인스타그램 

에어프랑스 측은 그러나 "주말 운항에 대해 러시아측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며 "러시아 당국이 다음 주 비행 스케줄도 승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는 파리~모스크바 노선을 하루 1∼2회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측의 새 항로 승인 거부가 EU의 대 벨라루스 제재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러시아 측은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 연방항공청은 28일 "유럽과 러시아 노선의 운항 허가 지연은 벨라루스 우회항로 허가 신청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일 뿐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에어프랑스의 운항 재개로 유럽 각 지역과 러시아를 잇는 새 항공노선은 벨라루스 영공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의 고민은 적지 않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벨라루스 영공을 우회할 경우, 그만큼 시간과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또 신종 코로나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으로 아직은 하늘길에 여유가 있으나,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경우, 새 항로가 항공기 급증으로 예기치 못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벨라비아 항공, EU영공 진입금지로 CIS행 노선 개발 착수/얀덱스 캡처

사실상 하늘길이 막혀버린 벨라루스는 러시아를 통한 탈출구 모색을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다. 벨라루스와 접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자국 영공 진입을 금지한 만큼, 벨라루스 국적항공사 '벨라비아'가 이륙할 수 있는 방향은 러시아쪽 뿐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이 스노프코프 벨라루스 부총리는 28일 현지 TV에서 "항공기 운항이 허용되는 국가(러시아)로 항공편을 늘릴 것"이라며 "CIS 지역으로 노선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우선 러시아 남부 소치와 크라스노다르, (스타브로폴 인근의)미네랄니예보디, 바이칼, 알타이 등으로 노선을 넓혀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노선 확대는 푸틴-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벨라비아 항공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벨라루스 측은 러시아 일부 도시로의 벨라비아 항공편 확대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측 발표에 더 신뢰가 가는 것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로만 골로브첸코 벨라루스 총리가 27일 전화 통화를 갖고 벨라루스와의 항공편 연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슈스틴 총리는 "이는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달려 있다"고 여지를 뒀으나, 골로브첸코 총리는 “양국이 운항 편수를 신종 코로나 사태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목적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했다. 

벨라비아 항공, 베오그라드와 부다페스트, 키시네프 운항 취소/얀덱스 캡처

벨라비아 항공은 이미 유럽 주요 도시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벨라비아 항공은 EU의 영공 진입및 공항 사용 금지 조치로 일단 오는 10월 30일까지 유럽의 주요 도시인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베를린, 브뤼셀,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칼리닌그라드, 밀라노, 뮌헨, 로마, 빈, 바르샤바 등 12개 노선 운항을 취소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영공 진입 금지 조치로 6월 30일까지 베오그라드, 부다페스트, (몰도바의) 키시나우로의 정기 항공편을 중단했다. (에스토니아의) 탈린 행 항공편도 취소됐다. 

그러나 이스탄불과 (키프로스의) 라르나카로 가는 정기 항공편은 항로 수정을 통해 운항을 계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비아 항공기/사진출처:인스타그램

벨라비아 항공사는 운항이 중단된 노선의 구매 항공권에 대해서는 12개월 이내 환승 항공편을 이용하든지, 출발일 변경 혹은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의 항공노선 봉쇄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벨라루스 강제착륙 사태를 신속히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벨라루스는 자국 영공을 비행하는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한 '국제민간항공조약'을 위반한 혐의로 ICAO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벨라루스는 국제적인 항공 안전및 지상관제 부문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